▲ 김노금 나주시의원

삼포시대를 지나 이제 청년 실신시대라고 한다. 졸업을 하고도 반듯한 직장을 못 구해 실업과 신용불량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청년들을 대변하는 말이 이토록 안타깝게 들린 적이 없었다. 5년 6년째 아직도 대학을 다니고 있고 슬그머니 대학원을 갔다가 그도 안 되니 박사과정을 하는 자녀가 마흔이 낼 모레라는 엄마의 한탄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아들을 둔 엄마는 그 비용이 오히려 지방대학생 두세 명 때보다 뒷바라지가 더 힘들다는 탄식이다. 예전 같으면 가정을 꾸려 아들 낳고 딸 낳고 10년 이상은 부모가 봉양을 받았을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직 결혼은 커녕 기약 없이 공부만하는 아들 뒤치다꺼리에 허리가 휜다는 부모들의 눈물겨운 이야기이다.

1월 19일은 9년여 동안 강의했던 동신대학교 보육교사 과정 수료식이 있었다. 구성원 모두 나이도 사는 곳도 다른 다양한 직업과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었다. 지난 1년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애쓰며 달려왔던 학생들의 수료과정을 지켜보는 감회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90% 이상 취업하게 될 곳을 정해놓아서 인지 수료생들의 모습은 한결 밝고 상기된 모습들이었다. “저 00 어린이집으로 취업 했어요” “교수님! 저도 내일부터 광주 00 어린이집으로 근무 나갑니다.” 여기저기서 많은 학생들이 취업 여부를 묻는 내게 하는 자랑이었다.

떡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늘 피곤하던 야간생 진희씨도 옷가게 사장님 선아씨도 또 간호 조무원 수진씨도 고창에서, 목포와 화순에서 달려와 늘 피곤한 모습으로 수업을 듣던 두 아이의 엄마들도 모두 이젠 며칠 후면 전문직 보육교사로 일 할 수 있게 됐다며 밝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거의 모두 취직이 되었다는 많은 학생들을 보니 나의 기쁨 또한 그들 못지않았다. 주간에서 공부하는 이들은 그동안의 일들을 가급적 밤 근무로 돌려야 했다고 한다.

또 자영업의 경우는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 낮 시간대 서 너 시간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서 땀 흘리며 고군분투했던 일 년 과정 이었다. 대개가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는 연령대인 30대 중후반에서 40대가 가장 많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아홉, 스무 살의 앳된 학생과 50대 후반의 연령대도 제법 있었다. 야간학생 중에는 현재 동일한 대학을 다니면서 다시 또 밤에 이 과정을 마친 이들도 몇 있었다.

4년제 대학을 다니면서는 불확실한 취업문제로 늘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졸업하기 전 취업이 보장된 이 과정을 마치게 되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는 그런 이야기들로 즐거웠다. 남들이 듣기에는 하찮은 1년 과정의 보육교사 과정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대학 2년제 혹은 4년을 멀쩡히 졸업하고도 마땅한 일터를 찾지 못하다가 뒤늦게 보육교사 과정을 마치고 자신의 멋진 꿈을 실현한 이들의 사례들이 생각보다 많다.

오래전 내가 보육시설을 운영하면서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했던 교사가 있다. 김00라는 이 교사의 나이는 지금 현재 40살이다. 대학 재학 때 남편을 만나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나서 취업이 안되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어떻게 이 보육교사 과정을 공부해서 어린이집 교사를 하게 되었고 마침 대학원 공부를 원장인 나와 함께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 남편이 사망을 했지만 자녀 둘을 데리고 흔들림 없이 공부와 직장 일을 병행하였고 나이 서른 다섯에 작은 법인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광주의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다.

본인의 말로는 서른도 못된 나이에 홀로 되어 두 아이를 기르며 마음껏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어린 나이에 꿈에도 그리던 원장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모두 김노금이라는 사람을 만난 덕분이었다며 고마움을 표한다. 이제 자신이 15년 전에 앉아 공부하던 그 자리에서 교수라는 이름으로 후진양성을 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장하다. 자칫 그 어떤 꿈도 꿀 수 없는 미망인으로 생활고에 찌들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년 과정의 보육교사 과정을 밟고 어린이집 교사가 되어 남들보다 더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땀 흘리며 치열하게 살아온 결과 이처럼 아름다운 결실로 마흔의 나이가 된 그를 바라볼 때 참으로 고맙고 장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주변을 보면 자식들에게 금수저를 쥐어주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어여쁘고 장한 이들을 보면서 이제는 부모들이 더 많이 냉정해지고 냉철해질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남들 다가는 대학을 왜 나라고 못 보내랴  라는 생각 보다는 자녀가 빨리 독립해서 제 앞길을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한번만 더 고민해 본다면 마흔이 다되도록 부모의 아픈 손가락 대신 훨씬 멋진 삶을 살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나주에도 눈을 조금만 낮춘다면 혁신산단 등 산업체가 많은 인력을 부르고 있다. 빚을 떠안고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못 구해 신용불량자가 되어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우리에게 좀 더 냉정하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