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격랑의 바다위로 새해의 순결한 소망을 가득 담은 붉은 해 정유년, 닭의 해가 밝았다. 정유년의 정은 붉은색을 뜻해 올해를 붉은 닭의 해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옛사람들은 닭을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심부름꾼으로, 또는 사악한 것을 쫓아내고 복을 불러 온다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그리하여 입신출세를 기원하며 자손의 번창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오며 오랜 세월을 사랑해온 우리 곁의 친숙한 동물이요 가축이기도 하다.

새해 인사를 하는 것도 많이 변했다. 존경하는 스승이나 어르신들에게 조차 카톡 등을 통해서 문자로 전하는 것이 일상화된 요즘, 예전처럼  손으로 정성들여 꾹꾹 눌러쓴 새해의 카드 몇 장을 가위로 반듯이 잘라 펼쳐 읽는 맛은 또 다른 기쁨과 감동이다. 고요한 바다를 배경으로 붉은 해가 솟아오르는 풍경의 연하장이 서 너 개, 그중 사나운 사자의 기세처럼 야성미 넘치는 파도를 뚫고 붉은 기운을 토해 내는 해 돋는 풍경이 찬란한 카드를 골라 소중하게 책상 앞에 놓고 기도하는 심정이 되었다.

지난 한해가 참으로 한 치 앞도 가늠 할 수 없는 광풍이 몰아치는 격동의 한해였다면 올 한해는 제발 내일의 일 정도는 반듯하게 계획해가며 살 수 있기를, 그리고 이 땅의 대다수 가난하고 순박한 사람들의 삶이 소망한대로 순전히 모든 일을 이루어 가는 그런 해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인 것이다.

뒤돌아보면 우리에게 과연 희망은 있는 것이냐며 "이것이 나라냐"는 외마디를 토해내면서 "박근혜 탄핵, 박근혜 하야"를 들고 일어났던 때만 해도 우리의 분노와 절망은 하늘을 찌르는 것이었다.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는 촛불의 행진은 광화문 광장에서 흑산도 앞바다, 제주 남단 바다 끝 작은 섬마을 바다 한가운데를 가리지 않았다.

국민 모두는 이 땅의 썩고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강하게 저항했고 결집된 힘으로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처음 시작부터 놀랍도록 질서 정연했다 비폭력에 깨끗한 마무리의 우리 국민들의 촛불행진은 회가 거듭될수록 더욱 성숙해져 세계인들에게 그 어떤 나라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수백만 명이 촛불을 들고 나섰지만 다친 사람도 연행된 사람도 없는 비폭력, 질서. 공권력의 자제, 그 속에 피어난 장미꽃 한 송이, 그리고 남을 향한 배려, 무엇보다도 시민과 경찰을 믿고 청와대 접근을 순차적으로 허용했던 법원의 결정, 대규모 시위를 마친 이들의 거리 청소,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이념의 물리적 충돌 한번 없었던 그 성숙함은 아름답기조차 한 것이었다.

지구촌 세계인들의 경이로운 시선과 찬탄 속에 그 어떤 나라 그 어떤 민족도 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힘과 흥과 멋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몇 단계나 높이며 시위문화에 관한한 노벨평화상 감이라고 자리매김 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은 이처럼 우수하지만 왜 우리는 그놈의 지도자 복이 없을까? 아직까지 작금의 사태에 대해 누구 한사람 나의 잘못이라며 회개와 용서를 빌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는 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새해 첫날부터 날마다 열불이 난다.

하지만 작정하고 밝히려 들면 죄의 진상이 어찌 드러나지 않겠는가? 아무리 못된 수를 쓰고 증거를 인멸해도 새해에는 모든 것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위대한 국민들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써야 한다. 그리하여 꺼져가는 제조업 그 용광로에 다시 뜨거운 불을 지펴 붉은 쇳물이 끓게 하고 대한민국의 심장이 다시 뛰게 하여야 할 것이다.

올해의 조기 대선으로 우리는 이제 모든 그동안의 모든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지난날을 청산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는 실로 가슴 뛰는 일이며 우리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 최고의 기회일 것이다. 지도자는 사리사욕 대신 국가개조 대한민국 재건의 기치를 내걸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땀 흘려야 할 것이다.

다시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젊은 부부들이 서 너 명의 자녀를 기쁨으로 낳아 기르는 부강하고 행복한 나라가 어찌 꿈같은 일이기만 하겠는가? 북핵을 머리에 이고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거기에 세계열강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이라는 나라를 놓고 여과 없이 흑심을 드러내는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도 우리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왔고 경제대국의 대열에 진입하여 대한민국의 역사를 당당하게 써왔던 민족이었다.

지난해 불거진 국정농단에 휘청거린 부끄러운 일들로 인해 국격이 땅에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격변하는 세계사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웃나라 정상들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안타까움은 참으로 큰 것이 아닐 수 없다. 그 안타까운 마음이 큰 만큼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로 멋지게 만회해야 할 것이다. 우리국민이 깨어 있는 한 절망은 없다.

2016년의 "자괴감"을 우리의 주권으로 떨쳐버리자. 거센 풍랑과 파도를 뚫고 붉은 해는 솟아오르고 있다. 저기 붉게 빛나는 저 태양을 보라! 진군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는 정유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