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나주시 금천면 영산로 5838(석전리 384~5번지 외)에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자그맣고 초라한 모습으로 서있는 나주배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그 달디 단 맛으로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옛 화려한 명성을 뒤로 한 채 이제는 값싼 수입과일과 빛깔마저 화려하기 그지없는 다양한 신품종 과일들 속에서 쭈뼛거리고 서있는 촌 아낙의 모습이다.

1990년 배박물관 건립 당시만 해도 나주배의 위상은 가격이나 맛에서 단연 최고로 위풍당당 했는데 어느 사이 수입과일의 물결 속에서 이제는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으니 우리 나주인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이십 년 전 이쪽저쪽으로 개관 당시에는 외지에서 오시는 손님들을 모실 때면 건물이라도 깨끗해서 그나마 체면이 섰는데 그 당시도 배 박물관을 둘러본 친지들의 반응은 박물관치고는 너무 볼거리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다양한 뭔가를 제공하기에는 배라는 품목이 좀 그렇기는 하네"라면서 다들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이집 원장으로 재직 시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전시관을 둘러볼라치면 아이들의 관심을 조금도 끌 수 없는 전시물들로 인해 견학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산만해진 아이들을 뒤쫓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광주를 오르내릴 때마다 조금은 안타깝고 조금은 속상한 마음으로 나주배박물관을 지켜보며 세월은 흘렀고 박물관은 겉모습 조차도 점점 쇠락해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하늘의 별이라도 딸 수 있을 것 같던 의회 초년병 시절 이제 박물관의 이름조차 반납한 상태로 있던 곳임에도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나주배박물관 현장방문을 가게 되었다. 역시나 더욱 쇠락해지고 비좁아 보이는 박물관은 이전보다 더 초라한 모습으로 거기 있었고 동료 의원들 모두는 나주를 상징해야하는 배 박물관을 어떻게 하면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았었다.

그렇게 나주배와 나주배박물관은 의원들에게 반드시 반듯하게 우뚝 살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비장한 의무감을 갖게 했다. 그 후로 박물관을 다시 살려내기 위한 몇 번의 시도와 정식으로 행정을 향한 강력한 주문들이 이어졌고 결국은 이제 나주배박물관 재등록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된 것이다.

얼마 전 나주시 배기술지원과 주관으로 나주배박물관 운영 문제점 및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의회에서 보고회가 있었었다. 박물관 등록에서 취소, 그리고 박물관의 현 상황에 대한 보고와 단계별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보고가 있었고 동료 의원들은 이에 대해 다양하고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봇물처럼 쏟아내었다. 의원들 모두 누구보다도 나주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셨고 평소부터 박물관에 대한 나름의 바램이 컸던 때문으로 생각 한다.

리모델링과 증개축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유물관리 시스템의 부재와 홍보 시스템이 안 되어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관리, 보존, 연구, 수집에 대한 질문과 제언 등이 이어졌었다. 또한 전시물에 대한 간단명료한 설명 패널에 대한 연구 등등 의원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나 역시 동료의원님들과 많은 부분이 겹쳤지만 특별히 어린이들을 교육 했던 사람으로서 애니메이션 등 영상매체를 이용하여 어린이들이 보다 친근하게 나주배를 인식할 수 있도록 나주의 역사 문화 인물들을 활용해 줄 것을 주문했던 것으로 기억 한다.

거기에 '왕건이 먹고 반한 나주배'라던지 '태조 이성계가 한 개만 더 먹고 싶어 했던 나주배'랄지 '귀양 왔던 정도전이 죽을 감기에 걸렸는데 나주배를 고아먹고 나았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다. '신숙주가 세종대왕께 바친 나주배'라던지 나주라는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서 나주배의 맛과 약리성을 드높일 수 있어야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행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뜻밖일수 있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담당자들도 앞으로 배박물관을 꾸려 가는데 이해와 상상의 폭이 훨씬 넓혀졌다며 진심으로 감사해 했었다.

이제 배라는 과일 하나만 가지고는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거기에 문화와 역사를 입히고 우리 나주만의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당당하게 드러내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문화의 도구들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상으로 동화로 그리고 주변과의 연계로 확실한 나주배를 각인시키는 일 그 일을 이제 나주배박물관에서 잘 감당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기위해서 외부 선진 이색박물관을 찾아 꾸준히 공부하고 외부 유사 기관과의 MOU 체결을 통한 연대 강화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전국 각지의 작가들을 초대하여 나주배와 배꽃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지역민들과의 의견수렴과 박물관의 각종 행사에 참여를 유도하게 하고 그들이 주체가 되게 하는 것도 연구해 볼 일이라 생각 한다. 나주배박물관이 나주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나주배의 명성을 널리 알리는 일에 충실해 주기를 기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