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우리나라의 지난 50년간의 압축적 성장에는 높은 교육열이 크게 기여한바, 대학 진학률은 이미 경제 협력 개발기구 국가 중 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대학 진학이 문제가 아니라 더 좋다는 명문대를 가기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상은 자꾸 변하고 있음에도 우리 모두는 아직도 좋은 대학을 가는 것만이 사회적 성공을 담보하는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그랬던 적이 있었다. 우리가 젊었을 적에는 스카이대(서울대, 고대, 연대)를 나와 사법고시에 패스하고 판검사가 되고 의사가 되는 코스가 우리의 선망이었던 때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많이 변했고 우리의 젊은이들도 각자의 능력과 소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길이 자신의 적성과 상황에 맞는 길인지도 잘 알게 되었다.

내가 잘 아는 한 가정의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공부에 별 소질이 없던 그 댁 아들은 부모의 바람과 달리 공고 진학을 하게 되었고 당연히 생산직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타지에서 받는 급여는 얼른 들어도 그리 작지 않은 2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고 조촐하지만 숙식이 해결되고 공부하고 싶은 청년들을 위해 산업체 대학과도 연계가 되어 있어 얼마든지 일과가 끝난 뒤에 대학공부를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완비된 곳이었다. 아들은 일이 좀 고된 것 말고는 공부도 할 수 있고 벌써부터 돈도 절반이상 저축하고 있다며 신이 났지만 부모는 남들 다가는 대학을 못 보낸 것에 대한 아픔과 죄책감으로 한숨을 푹푹 쉬었다.

따지고 보면 부모가 대학을 안 보낸 게 아니라 똑똑한 아들이 자기에게 가장 맞는 길을 골라 일찌감치 취직도 하고 대학공부도 하고 있건만 부모가 뭔가를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나는 그 댁 아들이 지금은 생산직에 머물고 있지만 10년 후 그의 나이 서른이  되면 엄청난 인생의 대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제 또래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얼굴이 누렇게 떠서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 학원을 드나들고 있을 때 이 친구는 진즉 결혼을 하여 예쁜 색시와 토끼 같은 자녀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을 거라는 말이다. 최소한 팀장이나 과장이 되어서 튼실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있을 텐데 우리 기성세대들과 부모들은 아직도 오직 대학까지는 부모가 보내 주어야한다는 생각을 왜 못 버리는 것일까?

지금 나주시의회는 행정감사 중이다. 마침 내가 속해있는 경제건설위원회의 일자리 정책실 감사를 앞두고 나주 혁신산업 단지 분양에 관해 투자유치 팀장의 설명이 있었다. 한동안은 우리들의 걱정거리였고 애물단지였던 혁신산단의 분양이 지금현재는 17.6%로 진행 중이고 12월 연말까지는 42%가 분양 될 것이라고 했다, 신도산단은 지금현재 78% 분양이라는 고무적인 상황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2018년 5월까지 혁신산단이나 신도산단 모두 100% 분양이 완료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면 이처럼 순조로운 분양 상황에서 가장 애로가 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생산직, 즉 고졸 취업자를 모집하는데 많은 업체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일자리 정책실 감사를 하면서 이 문제를 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 시민들이 가슴 조이며 지켜보고 있는 혁신산단에서 다른 일도 아닌 인력을 못 구하고 있다는 것이 웬 말이냐는 지적을 했을 때 담당관의 이야기는 역시나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애로를 그대로 말하는 것이었다.

이래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보다 잘사는 선진국들은 이미 의무교육이 끝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면 부모는 교육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자녀 스스로 자기 적성과 능력을 따라서 취업을 하거나 대학을 가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한국사회의 현 취업난을 보면서 대학 진학만이 사회적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번연히 목도하면서도 우리는 왜 이렇게 의식의 변화가 더딘가 싶다.

이제 부모들이 조금은 냉정해 지고 현실적인 안목을 가져야 할 때이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우리 나주시는 가장 높은 안목과 수준으로 시대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왕건을 도와 고려의 건국을 도왔고 고려 말 나주로 귀양 온 상처 입은 정도전을 따뜻이 품어 안아 이성계와 함께 백성이 하늘인 맑은 조선을 열어 갈수 있는 사상가로 혁명가로 우뚝 세웠다.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의병을 일으켰고 임란 때는 나대용 장군의 세계최초의 거북선이 이순신과 함께 이 나라를 구했다. 구한말의 나주 학생들이 주도한 광주학생운동은 3,1운동의 시발점이 되어 이 나라의 독립 의지를 온 세계에 알리지 않았는가?

이제 또 한 번의 혁명이 필요 할 때이다. 망국의 학력타파의 움직임이 나주에서 일어났으면 한다. 혁신산단을 우리 나주의 인재들로 채우고 대학은 자신들의 힘으로 가게 만들자 그 길만이 학력맹신으로 시들어가는 이 나라를 살리고 우리의 가정경제와 부모들을 살리고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들을 살리는 길임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