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이제 명실상부한 야권의 대권 주자 1위로 자리를 굳힌 문재인 前대표가 나주를 방문했다. 무심코 돌려보는 모든 티비의 채널에서는 그날 나주에서의 일정들을 자세히 보도해 주었다.

우선은 지난 총선 때의 반문 정서 때문이었는지 가끔씩 호남을 방문할 때의 어두웠던 표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좋았다. 이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한 듯 밝고 당당한 모습을 나주를 배경삼아 보여주고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이다.

광주학생 독립운동 87주년을 맞아 이틀 동안이나 발원지였던 나주와 광주를 잇달아 방문해  기념탑과 분향소에서 독립운동 후손들과 함께 헌화 분향하며 학생 독립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는 것이다. 기념식에서는 학생의 날 노래까지 제창하며 학생 독립 운동가들의 넋을 기렸다고 하니 어쩐지 문재인 그의 호남을 향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사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모든 정치인들과 대권주자들이 뉴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여의도를 중심으로 단 한걸음의 발도 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시기가 아닌가 말이다.

이런 때 모든 것을 훌훌 털고 학생 독립운동의 진원지인 내 고향 나주의 옛 나주역사와 나주 학생 독립운동 기념관을 찾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친일의 역사에서 도무지 자유롭지 못한 정치지도자들과는 사뭇 다른 문재인의 행보라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면 그의 호남사랑 나주사랑은 참여정부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자치분권 정신과 맞물려 지극하고도 특별했음을 지난 회기 나주시의회 정례회의 때 박근혜 정권의 호남 인사, 예산 홀대를 비판하며 박근혜 정부를 향해 호남인사와 예산홀대 시정을 촉구한 적이 있다.

역대 정권의 호남인사 등용에 대한 자료를 상세히 조사할 수 있었는데 결과로는 누가 뭐래도 참여 정부 때가 가장 호남 인사가 많이 등용되었음을 각종 자료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참여정부는 비대해 질대로 비대해진 중앙권력을 낙후된 지방으로 나누는 것과 가진 자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가난한자 소외된 자에게 양보할 수 있는 많은 제도를 만들었다.

노무현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 행여나 나주 혁신도시에 대해 딴마음을 품을까봐 당신의 임기 끝 날이 낼 모레인데도 그해 겨울 나주 혁신도시 현장을 찾아 말뚝을 치고 발파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정책을 돕고 지지하며 그를 지켰던 그의 곁에는 항상 노무현이 인간적으로 가장 사랑하고 존경했다는 문재인이 있었다.

학생의 날 11월 3일에는 반드시 학생운동 기념탑에 이 나라의 모든 지도자들이 함께 했어야 했다. 차기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이들이 국민 앞에 일본 앞에 그리고 세계만방에 이 땅에 의로운 기운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나라가 이리 시끄러운 와중에 이번 문재인의 나주 방문을 주선 했다는 신정훈 의원의 안목과 노력에도 박수를 보낸다.

시절이 이토록 하수상한데 결코 쉽지 않은 주선이었을 것이고 응답이었을 것임에도 역사의 혼을 바로 세우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 땅의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도 또 국민들 모두에게도 대권주자 1위라는 문재인 그의 무게감에 비추어 볼 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최순실이 검찰에서 비운 곰탕 한 그릇에도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데 문재인이 학생운동 진원지인 나주를 찾아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이제 노도광풍 몰아치는 민심의 바다에서 침몰하지 않고 소망의 항구까지 안착하는 것은 온전히 문재인 그의 몫일 것이다.

일 년 가까이 미친 정부를 상대로 외롭고 힘든 투쟁을 해야 했던 백남기 농민을 위해 국회의원 배지를 뗀 후임에도 때론 울며 때론 분노하며 서울로 땀 흘려 달리던 그를 생각해 본다. 어떤 이들은 "약자만 바라보는 바보 같은 신정훈의 팔자"라고도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사명 잉께 말기지 말고 냅두라."고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11월 5일 백남기 농민 장례식장 때 보았던 맨 앞자리에 앉은 문재인과 두 번째 자리 가족석에 앉아 귀엣말을 나누던 신정훈의 모습은 제도구건의 행사와는 자리 배정에 있어 많이 다른 광장에서의 권력의 속성을 조금 이해하는 내게는 여러 의미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정치인들과 시·도지사들도 대여섯 번째 줄에 겨우 앉아 있었고 늦게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3선 4선을 막론하고 한참을 뒤로 밀려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신정훈 그는 거기에서 이미 대한민국 농민들의 아들이요 고난당한 백남기 농민의 한 식구였음을 읽을 수 있었다. 백남기 어르신을 위해 밤이고 새벽이고가 없이 뛰던 그의 눈물과 땀은 다른 이들의 금배지보다 훨씬 빛나 보이던 시간이었다. 문재인, 그리고 신정훈 그가 광화문 광장에서 나누던 귀엣말은 무엇이었을까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