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이라도 꾸무룩해 질 때면 온 들녘에 황금 물결치던 누렇게 익은 벼들을 보면서 저 넓은 들녘의 벼들을 언제다 거둬들이나 걱정이 많았는데 기계화 영농이 좋긴 좋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이제 알곡을 곳간에 거둬들인 들판은 찬바람 속에서 허탈한 농부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듯 쓸쓸하고 황량하기조차 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나 어릴 적 그 시절 이 맘 때쯤엔 아무리 가난한 살림들일지라도 나락 몇 가마나마 옹색한 토방 옆에라도 쌓아두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그처럼 든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고구마 몇 포대나마 좁은 방안에 울타리를 쳐놓고 부어져 있던 풍경은 지금도 내 어릴 적 그나마 가장 배불렀던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시절이 많이 변했다. 이제 그때와는 모든 기준이 달라졌고 어쨌거나 농부는 최소한의 영농비를 포함한 추곡 수매가를 정부로부터 받아내지 않으면 삶의 근간이 흔들리는 구조가 되었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벌인 대국민 사기극은 너무나 참담하여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민망한 것들이다.

그러나 정작 나 개인적으로 분노하고 있는 것은 그가 대통령 후보시절 순박한 농민들을 상대로 벌인 쌀 수매가 21만원에 대한 사기극이다. 빨간색 플래카드에 너무나 선명하게 적혀진 쌀 수매가 21만원에 대한 대국민 약속은 제법 그럴듯하고 진정성이 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사태를 겪어 오면서 아직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한 정치인들로 여겨진다.

사정이 이러니 농촌의 위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별로 각종 유인책으로 젊은이들에게 귀농하라고 귀촌 하라고 외쳐대지만 이런 기본적인 수익구조가 바로 잡혀지지 않는 한 우리 농촌의 미래는 암담한 것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더욱 우리의 생명 먹거리인 쌀농사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나날이 늘어나서 더욱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각 가정의 국민소득의 증가와 식생활의 서구화로 성인들의 식생활 패턴이 급속히 변화하여 아침밥을 먹지 않는 가정이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1인 가구 증가도 이에 한 몫을 한다는 소식이다.

나름의 특별한 이유로 아침을 건너뛰던 가구들이 이제는 두 세 가구 건넌 수치인 국민의 24%가 아침을 거른다는 소식이고 더욱 염려되는 것은 10대의 경우는 맞벌이 자녀의 급증으로 7%라는 수치가 거기에 더해진다는 것에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아침밥은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더 중요하다고 우리는 일관되게 배워 왔다. 아침밥을 거를 경우 공복 상태가 길어지고 혈당의 저하로 뇌신경이 둔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또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아침을 굶었다는 생각에 점심에 폭식을 한다거나 질 낮은 길거리 군것질을 하게 될 경우 각종 성인병과 고지혈증, 비만 등에 도리 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할 우리들의 미래세대 어린아이들에게 우리가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주어야 할 것 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이다. ‘어찌 되겠지, 누군가 어떻게 하겠지’라며 우물쭈물하기에는 이 문제만큼은 우리의 내일을 이끌고 갈 아이들의 문제라는데 그 심각성과 절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대로나마 사회복지제도가 조금씩 정착되어가면서 이제 독거노인 어르신들도 각 가정에서 최소한의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어가고 있다. 이런 축적된 경험들은 우리 아이들의 아침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편리함에 길들여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침밥의 중요성을 간과해버리는 아이로 만들어서는 우리 자녀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이다. 주변의 아는 가정을 돌아 볼 때 아침을 건너뛰는 것이 현대인으로서 세련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의식을 자녀들에게 주입하는 것을 볼 때마다 많이 안타까웠다.

학교에서나 각 단체 지자체에서 건강한 시민 교육의 일환으로 아침밥 먹기 켐패인이라도 벌여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 우리 쌀의 우수성과 영양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우리 쌀 중심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해마다 반복되는 쌀 문제는 물론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까지를 담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학생들에게 컵밥이나 뜨끈한 주먹밥 한 덩이 등으로 얼마든지 어른세대의 사랑을 전해주며 아이들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아돌아 천덕꾸러기가 되어 제값도 못 받는 쌀값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