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내 스스로 생각해 볼 때 그리 부지런한 성격은 아니지만 오지랖은 좀 넓은 것이 분명하다.

여고를 졸업하고 그 다음날부터 바로 나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한 번도 나주를 떠나지 않고 살아 왔다. 때문에 나의 모든 의식은  허름한 고샅의 토담속의 기와장하나, 구르는 돌맹이 한개, 향교에 심기워진 은행나무 한그루에까지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며 그 자랑스런 나주의 역사적 사실들 속에서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나주인의 의식에 대한 자긍심을 찾아내려 애를 썼던 것 같다.

자긍심의 땅 영산강가에 기대어 살고 있다는 그런 내 자의식이 결국은 고려 천년의 역사 속에 그저 왕건의 둘째부인으로만 소개되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의미없이 단 한 줄로 누워있어야만 했던 나주여인 장화왕후를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이 가장 믿고 사랑했던 여인으로 우뚝세운 <고려를 건국한 왕건과 장화왕후>라는 한편의 동화집을 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도 그렇다. 거북선 하면 당연히 이순신이라는 등식으로만 고착되었던 역사에서 어쩌면 성웅 이순신의 공적을 다소 훼손하는가 싶은 죄의식을 지울 길이 없었다. 결국 책이 나오기 전 당시 이수용 해군 참모총장을 면담하여 여러 관계관의 두 달 여 넘는 심사숙고한 검토가 있게 했다. 이제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각계에서 나대용이 만든 세계최초의 철갑선이 바로 거북선이라는 자리매김이 자연스러워 졌고 각계 각층에서 나대용 장군 탄신일 때면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학술대회나 세미나들이 활발히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나주인의 한사람으로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 

이번에 지역신문 전남타임스를 통해 연재가 끝난 <정도전과 나주> 역시 고려 말 부패한 조정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려 나주까지 귀양살이 온 상처입은 한 지식인의 이야기였다. 정도전이라는 이가 영산강가에 기대어 살며 인간성을 회복하고 정치적 재기나 출세에 연연하지 않고 백성을 재인식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생명의 땅 나주와 영산강을 탯줄 삼아 살아가는 나주인의 고상하고도 인정넘치는 삶에 백성이 하늘임을 재인식하고 이성계를 도와 아름다운 나라 조선을 건국한 이야기이다. 백성을 위해 임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는 어진 사상도 정도전이 나주사람들과의 귀양살이에서 백성들의 어질고 순결한 마음을 발견한데서부터 싹튼 사상이었다고 나는 감히 단언한다. 이렇게 우리의 영산강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부터 그 너른 품으로 오랜 역사를 품어 안고 허기진 생명을 살리며 그 자애로운 품과 젖줄로 인정을 나누며 흘러 흘러 왔다.

지난번 영산강변의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늘 게을러서 헐레벌떡 겨우 시간을 맞추기 일쑤였지만 그날은 가을 들어 나날이 아름다워지는 노을이 예쁠 것 같아 일부러 30여분 빨리 가서 운동화로 갈아 신고 강변을 걸었었다. 암모니아 냄새가 알싸한 홍어애국 식당을 지나 한참을 걸으니 일본인 지주가옥과 영산나루가 나왔다. 좁은 가로변에 심기워진 나무들 사이로 걷는 멋이 또 다르게 느껴졌다.

저 멀리 아비사의 사랑이야기의 현장 앙암바위가 노을속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과연 그 어느 지점에 데크 시설이라도 해서 좀 더 많은 이들에게 그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들려 줄 수만 있다면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메마른 정서함양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과 함께 영산포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겠다 라는 확신이 들어졌다.

문득 좌측으로 내려가 보니 전혀 기대하지 않은 풍경들이 펼쳐졌다. 늘 꾀죄죄하고 궁티가 나던 옛 모습을 확 벗어버린 깨끗하고 아담한 주택단지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누구에게 물어 볼 이도 없었지만 느낌과 확신은 틀리지 않았을 것 같다. 확연히 다가오는 혁신산단의 효과를 뜻하지 않은 시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마주친 놀라움과 반가움이 너무 컸던 것이다. 어찌 첫술에 배부를까만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었다.

혁신산단의 분양이 효과적으로 끝나야만 하는 당위성을 나는 그날 영산포 강변거리를 어슬렁 거리면서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길 수 있었다. 그 찬란했던 영산포의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뜻있는 많은 주민들이 땀흘리며 애쓰고 있는데 영산포 원도심은 아직 개발의 호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새로운 동력을 찾지 못했다. 이제 어떤 희망을 품고 어디를 바라보며 새로운 길을 어떻게 창조해 나갈 것 인지에 대한 열망으로 다시 한 번 나아갈 때가 아닌가 싶다. 다행스러운 것은 엊그제 혁신산단 분양을 책임 맡고 있는 공무원과의 대화에서 우리의 혁신산단의 현재 상황과 분양실적이 기대 이상의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 언제나 영산강은 우리 앞서 꿈과 희망을 노래했다. 다시 한번 시작이다. 영산강변에 풍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