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이번 연수는 일본의 도시재생의 현장을 돌아보고 우리의 도시재생 현장에 무엇을 접목 시킬 것 인가를 고민하며 또 사람이 떠나가는 농촌 마을들을 주민들이 주도하여 어떻게 살맛나는 농촌을 만들어 가는가를 돌아보고 배우는데 목적이 있었다.
 
아무리 부인 하려 애를 써도 어쨌거나 일본은 한 마디로 말해 검소, 검약 그리고 실용의 문화를 국민적 자산으로 축적한 나라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도시재생과 그린투어리즘이라는 본 주제를 놔두고라도 일본을 돌아보며 배우고 느낀 것들은 아직도 큰 부러움으로 남아있음을 부인 할 수 없는 것이다.

작게, 더욱 작고 검소하게를 지향하는 그들의 축소지향형의 주거문화, 대학을 졸업하고 25,6세가 되면 반드시 집을 떠나보내는 부모들의 또 다른 자식 교육법과 그것을 준행하는 자식들로 하여 또 하나의 일본 특유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말은 대학, 대학원까지 보내고도 취업이 안 되는 자식을 서른넷, 다섯까지 돌보며 허리가 휘는 우리네 가족 문화와 많이 차이가 나는 부분이었다.

모지 규수 철도 박물관의 잘 정비된 갖가지 철도의 역사에 관한 자료들 앞에서 부러움과 경이로움을 함께 느껴야 했다. 우리가 나라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나라의 지도자라는 이들이 서로 물고 뜯으며 망국으로 치닫고 있을 때 이미 일본은 서구 문명을 받아 들였고 호시탐탐 우리를 노려왔다. 1800년대인 그때 이미 일본은 서양의 앞선 문명을 받아들이고 그 중 철도라는 경이로운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 하였던 이들이다.

박물관 안에는 일목요연하게 1800년대부터 건설된 철도 선로 작업과 인부들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오랜 철로의 갖가지 모습들이 잘 기록 보존되어 있었다. 우리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기중기로 기차의 몸체를 들어 올리는 작업부터 철로를 보수하는 모습 등의 많은 부분들을  생생하게 사진으로 보존하여 전시한 것들을 보았다. 그때 문득 우리의 버려진 구 영산포역의 하나 남은 시커먼 증기기관차 앞부분이 생각나서 가슴이 싸아 했었다. 선로에는 가장 오래된 전차에서부터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각종 열차들이 100년의 세월이 훨씬 지났음에도 반짝반짝 윤이 나는 모습으로 잘 전시되어 있었다. 호기심으로 올라타 본 전차에서는 금방이라도 딸랑거리는 전차의 신호음이 들릴 것 같았고 오래된 석탄차에 올라 탔을 때는 금방이라도 교복 입은 한 때의 통학생들이 어디선가 와르르 몰려 나올 것 만 같았다.

이는 그만큼 전시된 모든 열차들이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것 같이 깨끗하게 잘 정비 되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일본  모지 규수 철도 박물관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나의 의식 한가운데서 큰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갖지 못한 많은 이야기 거리와 보존해야할 역사와 교훈이 더 많은 우리들인데 왜 못할까?

영산포를 가로지르는 영산강의 푸르른 생명의 기운과 그 강을 중심으로 천년을 이어왔던 수많은 역사들, 그리고 한 세기 전의 일제의 침탈과 아픈 수탈의 한이 서린 역사를 이야기 할 때 지금은 폐역이 된 영산포역에 철도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면 참으로 효과적일 것 같다. 아직 시작을 못해서 그렇지 관광과 역사교육의 현장으로서 영산포만 한 곳이 드물다고 생각 한다. 영산나루에서 우측으로 새끼네 다리까지 걸어보면 걷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느릿느릿 걸어 영산포 선창의 홍어를 맛보고 황포돛배를 타고서 마한부터 시작된 이 땅의 오랜 역사와 왕건과 견훤이 자웅을 겨루던 영산강을 둘러 보는 일도 얼마나 흥미롭겠는가?  영산강에서 벌어지던 수탈의 역사도 함께 가르쳐야지. 유채꽃 피어나는 계절이면 그 아름다운 노란 유채꽃이 풍겨주는 향내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이다.

영산강 다리건너 철도박물관에 들러서는 아주 천천히 자녀들의 손을 잡고 이 땅에 맨 먼저 철도를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건설 했는지를 가르칠 일이다. 다리가 좀 아프다고 칭얼대는 자녀가 있다면 인력거를 타고가면 된다. 댕기머리 여학생들을 희롱하던 일본학생들에 맞선 까까머리 조선학생들의 의협심도 후손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멈춰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이 몰고 온 이 땅의 저항의 역사와 애국 혼까지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참으로 귀한 역사교육 현장이요 좋은 기회이지 않은가? 구 영산포역을 철도 박물관으로 만든다는 소리를 아주 오래전에 들은 것 같은데 무슨 이유로 흐지부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대로 내버려 두기에는 영산포강과 영산포역 주변이 갖고 있는 빛나는 역사와 교육적 자산들이 너무 눈물겹지 않은가.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거기에는 없는 보배로운 영산강이 있고 푸른 녹지가 있고 무궁한 역사가 산재한 곳 그곳을 그렇게 마냥 썩혀야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