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그날은 평생을 까막눈의 굴레를 못 벗고 주눅이 든 채 세상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비로소 배움의 한을 풀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을 축하라도 하는 것처럼 햇살마저 따스했다.

지난 2월 18일 나주 공공 도서관 평생교육원에서 성인 문자해득교육을 받으신 어르신들의 초등학력 인정 졸업과 수료식에서 받은 진한 감동이 지금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문해 교육에 관심이 많은 대 여섯 분의 의원들께서도 다른 행사에 우선해서 참석 했다. 어르신들의 일생에 가장 빛나고 축하받고 싶은 날 일거라는 생각도 더해져서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오히려 그 곳에서 우리가 받은 감동과 교훈은 기대 이상의 것이었다.

이미 장성하여 오십이 훌쩍 넘은 자녀들과 손자 손주들까지 꽃다발을 한 아름씩 안고 할머니들의 빛나는 졸업식을 축하하는 식장의 분위기는 다른 졸업식장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이 있었다. 졸업모를 쓴 주름진 칠순의 아내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편의 따스함은 특별한 것이어서 바라보고 있는 노부부의 지극한 사랑에 가슴 뭉클하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렵고 궁핍해서 끼니 걱정이 우선이었던 시절을 살아온 세대였다. 그 시절 우리부모님들에게 배움이라는 것은 사치였을 것이다. 내 이름 석자를 어찌 쓸 수 없어서  전전긍긍해야 했던 서러움도 크셨을 것이다. 사랑하는 자식을 키우면서 그 어여쁜 아들딸의 이름을 어찌 써야 할지도 몰랐었던 것도 배고픔보다 더 큰 형벌이셨다고 하셨다.

그러나 이제 칠십이 훌쩍 넘은 연세로 "ㄱ" "ㄴ"과 "ㅏ" "ㅑ" "ㅓ" "ㅕ"를 배우셨고 이제는 까막눈의 설움을 벗어버리고 당당히 졸업 작품집까지 내셨으니 얼마나 기쁘셨을까 싶다.

수강생들의 글을 모은 문집 "은빛여정"을 펼쳐 보았었다. 이제야 글을 깨우쳐 맞춤법도 틀리고 짧은 글들이었지만 내용들은 하나같이 깊고도 높은 연륜이 묻어나는 글들이었다.

<사랑하는 나애 며느라! 없은 집으로 시집와서 나애 아들과 손자손녀 잘 보살피고 잘사는 것을 보면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나의 꿈은 글자를 배워서 성경을 또박 또박 읽는 것이다. 나의 꿈은 글자를 배워서 내 인생을 쓰는 것이다.> <나 어릴 때 엄마가 밭에 가서 가지를 따오라 하셨다. 나는 가지를 따서 엄마에게 갔다 드렸다. 가지를 말하기만 했지 가지라는 글자를 모르고 살았다. 이제는 가지라고 쓰고 읽을 수 있다.>

이처럼 맨 처음 글을 깨우친 후 자신의 심정을 글로 표현한 짧은 글도 있었다. 기행문, 편지글, "엄마의 강"이라는 연극을 관람하고 난 후의 소감문등 다양한 추억과 자신의 소견을 각자 다르고 깊이 있게 써내려간 글도 있었다. 맞춤법도 틀리고 서툰 표현이었지만 하나하나의 글들은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을 보는 것처럼 귀한 작품들이었다.

<나의 이름은 000 이다>라는 글은 실로 가슴이 먹먹해지기까지 했다. 얼마나 쓰고 싶었던 자신의 이름이었을까? 아내인 자신에게 공부하라고 격려해준 남편에게 처음 쓴 감사의 고백과 서로의 건강을 빌고 다짐하는 글은 내내 가슴 따스한 것들일 수밖에 없었다.

식이 시작되기 전 이종범 나주공공도서관 관장께서는 어르신들께 이러한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나주시 성인 문해 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준 나주시의회 의원들과 나주시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인사말로 참석한 의원들에게 또 다른 참석의 의미를 부여 해 주었다.

그러고 보면 이번 성인문해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는 꼭 필요한 분들에게 적절한 조례제정의 지원으로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제고한 의미 있는 조례였다. 전체 의원이 찬성하여 통과 시켰던 이번의 <나주시 성인 문해 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하고 그 분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나주시의 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 의미 있는 일 이었다고 여겨진다.

그 날 졸업식에서 받은 여러 가지 교훈들은 참으로 큰 것들이었다. 그날의 귀한 경험은 이제 나 자신이 시의원으로 일하는 동안 어떠한 조례 제정으로 적절하게 시민의 목마름과 나주시의 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배고픈 시절에 남보다 단 한 번도 배불리 먹이지도 따땃하게 입히지도 못하고 많이 갈키지도 못했는데 잘 자라 효도해주어 고맙고 눈물 난다.>는 어느 어머니의 고백이 생각나 이 시간도 가슴이 뭉클 해진다.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문자 해득과 초등학교 학력인정이라는 빛나는 졸업장을 취득하신 어르신들의 앞으로의 은빛여정이 길이 복되시기를 빌며 정성을 다해 주신 나주시공공도서관 모든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