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얼마 전 글 쓰는 분들과의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중 한 분에게서 올해는 덴마크에 계시는 인어공주님을 꼭 한번 알현하러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도 끝 유럽의 북쪽에 있는 덴마크라는 나라에 가서 바닷가에 세워져 있는 인어공주 동상까지를 보러가는 환상의 유럽여행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이야기하는 거였을 것이다.

대 여섯 살 먹은 아이들이나 읽는 아주 짧은 그림동화속의 주인공일 뿐 인줄을 뻔히 알면서도 어찌 저리 진지하게 알현이라는 표현을 쓰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어디보다도 가고 싶은 나라 덴마크, 그리고 인어공주 동상 앞에 서고 싶다는 자신의 꿈과 소망을 참으로 적절하게 표현하는구나 싶기도 하여 내내 그 말이 잊혀 지지 않는 것이다.

올 한해 우리는 지난해에 이어 얼마동안은 도시재생이라는 말의 홍수 속에 살아갈 것 같다. 나주라는 도시가 오래된 도시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만큼 또 다른 어떤 지역보다 크고 작은 역사적 사실을 품어 안고 살아온 도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 할 것이다.

그 흔적을 되살리면서 사람이 살만한 도시, 그리고 많은 이가 찾아오는 생산적인 도시를 지향하다보면 결국은 나주나 영산포 지역 모두 도심의 가장 큰 자원이 역사문화임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앞으로도 막대한 예산이 도시재생사업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재생에 관한한 아직도 그래, 바로 이것 이었어!라는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것이다.

왜 자꾸 시간이 흐를수록 나주 향교 대성전 앞마당의 은행나무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심었다는 수령 600년이 넘은 한 쌍의 은행나무. 지난 여름  나주 바로알기 투어 행사 중 향교의 은행나무를 이성계가 심었다는 문화해설사의 말은 내게 너무나 큰 무게감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바로 그 대목에서 그때의 일 들을 좀 더 소상히 알고 싶었던 나는 그때의 상황을 자세히 물었다. 아직 왕으로 등극하기 전은 아니었겠죠? 혹시 나주에 유배 중이었던 정도전과의 연관성은요? 쉴 새 없이 질문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해설사의 애매한 웃음과 이성계가 심었다는 것 외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

이성계가 그저 역사를 이어간 왕 중의 한명이었다면 또 모른다. 음탕하고 부패하여 썩어 문드러져 망해가는 나라 고려를 뒤엎고 백성이 임금이 되는 맑고도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며 조선이라는 나라를 개국한 이다. 그 이 성계라는 인물이 주는 너무나 큰 무게감을 이기지 못한 때문인지 지금도 자꾸 향교 쪽의 은행나무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성계, 그가 심었다는 것 외에는 무엇 때문에? 왜 ?누구랑?이라는 등의 극히 상식적인 그 어떤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배경도 전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냥 이성계가 심었단다. 라고만 한다면 이제는 곤란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성계라는 그 이름만 듣고도 왜? 무엇 때문에? 누구랑? 을 알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현재 우리 나주가 주창하고 있는 역사문화 관광의 재미요 멋과 맛이 아니겠는가? 이미 심기워져 있는 수령 600년의 은행나무역사의 흔적 앞에서 조차 어떠한 역사적 사실하나 추론해 볼 수 없다는 것이나 의미를 부여해 주지 못했다는 것은 후손으로서의 직무유기이며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 한다.

너무나 황당한 설정이고 허구인 뻔한 거짓말 인줄 모르는 이가 누가 있을까? 그러나 세계의 많은 이들은 오늘도 이루지 못한 인어공주와 왕자의 애틋한 사랑을 기리기 위하여 앞 다투어 덴마크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공주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 알현의 강도가 얼마나 뜨거웠던지 손목이 다 닳아 없어진 인어공주의 온 몸이 성한 곳이 없으시다고 한다. 그리하여 공주님의 동상에 몇 번의 시멘트 공사를 새로 했다는 대목에서는 묘한 질투심까지 일어나는 나도 대책 없기는 일반이지 싶다.

위안부 문제로 온 나라가 뒤끓고 있다. 눈이 오면 목도리와 외투로 소녀상을 감싸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받쳐주는 이들이 바로 이 나라 사람들이다. 행여 누가 철거해 갈 새라 영하 45도의 체감온도 속에서도 비닐 한 장에 의지하여 날 밤을 새며 위안부 동상을 지키고 있는 이 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다.

고통 받는 백성을 위해 고려를 뒤엎고 조선을 세운 이성계가 심었다는 600년 된 은행나무 앞에서 역사문화 관광을 주창 하는 우리 나주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너무나 분명하고 명쾌해지지 않나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