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새해 새아침에 옷깃을 여미며 사뭇 경건한 마음으로 올 한 해 내가 꾸는 꿈을 그려 본다. 부족한 사람이 나주시민의 부름에 힘입어 의원 신분으로 일하게 된지도 1년 반이 지났다.

지난 1년 반은 좌충우돌하면서 내 스스로의 능력과 한계를 가늠하는 그런 시기였다면 이제 남은 2년 반은 지난날의 교훈에서 얻은 값진 경험과 지혜로 나주시와 또 시민들을 위해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일 할 것을 다짐해 본다.

새해에는 나주의 또 다른 지역신문에 온가족이 함께 읽는 역사동화 "정도전과 나주"를 연재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꾸었던 꿈이었다. 백성이 하늘이 되는 꿈, 백성들이 배가 부르고 등 따스워 태평가를 부르며 이웃과 오순도순 살아가는 그런 꿈은 정도전이라는 사람을 만났던 몇 년 전 그 때부터 오랫동안 내내 내가 가슴에 품고 준비해왔던 꿈이었던 것이다.

태조왕건과 완사천의 나주 여인 장화왕후의 고려건국의 태동지였고 전초기지였던 나주, 그러나 태평성대도 잠시, 혼란스러웠던 고려 말 나주로 귀양을 와서 비로소 백성이 이 땅의 주인이요 하늘임을 깨달은 정도전의 얼과 혼이 그대로 살아있는 이 땅 나주의 새해 새아침에 백성이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 보는 것이다.

시정의 일을 견제하고 감시하며 또 시민의 명령과 시민들의 눈으로 대안을 제시하면서 역사와 문화예술 그리고 관광과 복지와 교육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얼핏 들으면 무슨 관심사가 그리 많겠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 가지도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 되어진 일들이 아닐 수 없다.

백성을 사랑한 왕이나 지방관청의 어느 목민관이 백성들의 작은 억울한 소리까지를 듣기위해 신문고를 만들어 달아놨다는 사실 하나에도 역사는 흐르고 그것은 문화가 되고 교육이 되고 복지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후대 사람들이 그 역사의 현장을 찾고 교훈을 얻게 되는 일이 그대로 관광문화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관광을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부른다. 때문에 대한민국의 각 지자체들은 자신들 지역의 역사 문화를 어떻게든 자원화 시켜 관광객을 끌어 모으려 노력하고 있다. 또 갖은 노력을 다하여 그들의 지갑을 좀 더 많이 열게 하기 위하여 모든 행정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도 형편은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가 없으면 동화책속의 등장인물 까지를 동상으로 만들어서라도 바닷가에 올려놓는 피나는 노력까지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덴마크에 안데르센 이라는 동화작가가 쓴 인어공주라는 아주 짧은 동화가 있다. 덴마크는 그 바다 한 곳에 인어공주 동상을 세웠다. 그리고 세계인들은 오늘도 부지런히 지도 맨 위쪽에 자리한 덴마크라는 나라의 인어공주를 만나러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남에서도 얼마 전까지 전남 공무원 연수원 유치를 놓고 여러 곳의 지자체가 피 튀기는 혈전을 벌였다. 시민단체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까지 나서서 각종 신문의 기고문란에 자신들의 지역으로 연수원이 와야 된다는 논리가 뜨거웠다.

마지막에 남은 두 곳의 자치단체 중 장흥은 장흥대로 지금은 비어있는 드넓은 도립대학교 활용이라는 마케팅을 폈고 강진은 목민심서를 쓴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가 강진이라는 점을 들었었는데 결국은 강진이 이긴 것이다.

제삼자가 보기에는 장흥의 여러 가지 이점들이 강진보다 결코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러나 정약용을 내건 강진군의 승리로 끝났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왕이 하늘이던 그 때에 정도전은 백성이 하늘이고 왕은 오히려 백성을 하늘같이 섬기기 위해 존재할 뿐이라고 역설했다.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이 있게 했고 고려역사의 문을 닫게 했던 이다. 자신이 왕이 될 수도 있었음에도 오히려 이성계를 도와 맑고 아름다운 나라 조선을 개국했던 정도전 정신은 어지럽고 혼란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배우고 익혀야 할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정도전 이야기는 의회에 들어오기 전에 다른 지역신문에 두 세 차례 연재까지 했었지만 선거의 제약에 걸려 중지 한 후에도 오랫동안 버릴 수 없었던 일이기도 하다. 가장 감수성이 강한 어린 시절에 읽은 한 줄의 글 한 편의 동화는 한 사람의 일생을 강력하게 지배하는 힘이 있다. 수필과 희곡으로 문단 등단을 했지만 아동문학으로 재 등단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올 한해는 보다 많은 이들, 특히 공직자와 리더를 꿈꾸는 이들이 정도전 정신을 바로 배우는 한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그리고 유배지 나주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정도전을 따뜻이 품어 안고 그를 혁명가로, 위대한 정치가로. 역사 속에 우뚝 세운 이 땅 나주와 나주인 모두의 삶에 올해는 부디 서광이 비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