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길지 않은 의정 생활 중 특별히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내 고향 나주만이 갖고 있는 유구한 역사와 그 찬란한 문화유산이 갖는 엄청난 힘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수 천 년의 오랜 세월동안 풍요로운 젖줄로 생명을 잉태하고 살려온 생명의 강 영산강은 그 뿌리 깊은 역사를 가꾸어 오면서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승화시켜왔다.

그렇게 오랜 세월 이 땅의 한가운데서 질긴 들꽃처럼 피고 지는 문명을 노래했던 나주는 지난 100여 년 간 산업화에 밀려 잠시 쇠락의 길을 걸었었다. 그러나 이제 바야흐로 찬란한 빛으로 다가올 새천년을 온 몸으로 춤추고 노래하고 있다.

<나주문명을 노래하다 .영산연가 >라는 제목으로 나주 시립 국악단이 제 4회 정기연주회로 나주 시민 앞에 펼쳐 보인 공연은 참으로 신선한 것이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들은 이제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 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주었던 것이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등지에서 수준 높은 초대형 세계적인 공연을 어렵지 않게 접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의 공연예술에 대한 눈, 즉 안목은 소위 말하는 예술인들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을 훨씬 웃도는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날 그 한 편의 공연으로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다소나마 풀어준 것이다.

물론 비판의 눈으로 바라보면 얼마든지 짚어낼 것은 많았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단원들의 작은 손놀림 하나 호흡소리까지를 다 감상 할 수 있었던 때문인지 좁은 무대에서의 안무들은 무용하는 단원들이 부딪칠까 조마조마 했었다. 또, 단조로운 의상으로 여러 작품을 소화하는 단원들을 보면서는 작품마다 주제에 맞는 다양한 의상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아름다운 단원들의 우아한 몸짓에 비해 다소 값싸 보이는 소도구들은 가난한 살림살이에 좋은 학용품을 사줄 수 없는 부모마음으로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고 차라리 뒷자리 앉아서 감상 했더라면 싶은 아픔과 미안함뿐 이었다. 

2000년 전부터의 마한과 고려, 그리고 조선의 오랜 역사에서 나주는 항상 그 중심에 있었다 , 이곳에서 일어난 문명은 한민족을 넘어 동방의 등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뱃길을 열었고 바다를 건너 열도를 이롭게도 했다. 온순하고 평화를 사랑했지만 지혜롭고 강한 이 땅의 사람들이 이룩한 문명의 역사를 노래하고 춤으로 표현하기에는 이제 나주문예회관은 너무 비좁아 보이기까지 했다.

 오래전 중국 여행지에서 당나라헌종과 양귀비의 로맨스 장소로 유명했던 화청지에서 공연을 볼 때의 일이 생각난다.  비용 또 한 볼 것인가 말 것인가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야 할 정도로 결코 만만한 값이 아니었던 엄청난 스케일의 공연이었다.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중에도 세게의 다양한 인종들이 물밀 듯이 시간에 늦을새라 공연장을 향해 뛰던 그때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그리고 그 화려한 공연을 보는 내내 우리는 왜 이러한 공연을 만들 수 없는가에 대한 부러움과 열패감으로 속을 끓였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이제 영산연가 이 한 편 의 작품 앞에서 그 때의 부러움 이상을 뛰어넘는 설레임을 느낀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부터 이 꿈틀대는 이 설레임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것은 <영산연가>라는 작품에서 우리 나주의 새로운 가능성과 자신감을 보았기 때문이고 우리 나주인과  나주예술에 대한 깊은 신뢰와 믿음 그런 든든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1월은 집행부를 향한 의회의 행정사무 감사가 있었다. 그때 가장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감사에 임하고 질타하며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 문화예술 부분이었다. 그  많은 단원 중 나주 출신 단원들이 불과  몇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이다.

집행부를 향해  쓴 소리를 하고 청년 일자리하고도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는 만큼 다소 기량이 떨어지더라도 80% 이상은 나주 츨신자로 채워 육성해 내자는 주문을 했었다. 문화 예술에 관한한 많은 의원들께서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시정 질문에 나서기도 했다.

다행히 나주문화융성 전략을 새롭게 세우고 소년소녀 합창단 운영부터 청소년 취타대 육성, 또 꿈의 오케스트라 운영 등의 3대 문화예술 인재 양성사업을 추진하는 계획을 세우겠다는 약속을 해주니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주문화 예술을 향한 인재육성 계획을 세워 각각의 예술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인재를 발굴하고 관련분야로 진학하는 진로교육까지가 더해지게 되어 마음 든든하다. 우리의 꿈나무들이 이끌어갈 미래의 나주 ,그리고 나주의 문화융성! 앞으로 천년을 이어나갈 힘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