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실로 천둥 번개를 맞은 기분이었다. 자신의 선조이신 학봉 김성일 선생에 대한 경외심으로 나주인들 앞에 잠사 나비센타에 맨몸으로 선 김시호 한전 부사장의 강의를 들었던 것이다.

한전 부사장이라는 공신력보다 더 한 그의 학봉 선생 바로 알리기에 대한 충정이었을까. 그의 입을 통해 우리 앞에 선 학봉 김성일 목사는 우리가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던 그저 선정을 베풀고 잠시 머물다 갔던 어느 목사들 한 사람과는 전혀 다른 무게감으로 우리 앞에 돌아왔던 것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나주가 가진 빛나는 유산 중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을 들라면 그 찬란한 역사를 떠받들어온 강직하고 고매한 인품의 자랑스러운 인물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실로 크고도 위대한 인물들을 이 땅 나주의 너른 품으로 길러내었고 또 이 고을을 거쳐 간 이들의 면면 또한 예사롭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이 곳 나주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녔던 땅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어렸을 적 신문고의 배경과 유래, 그리고 백성들을 사랑했던 어느 임금의 깊은 고뇌와 사랑이 신문고라는 북을 두드려 억울함과 아픔을 알리도록 했다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던 경험이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신문고 비슷한 것을 나주로 고등학교 진학하고 얼마 후 당시의 매일시장 입구에서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면서 세월이 흘렀고 결혼과 함께 목사내아 앞에 둥지를 튼 나는 날마다 정수루 옆을 지나며 막연하게나마 신문고를 만드신 이가 누구신가를 생각했고 그 분이 바로 영남사람 학봉 김성일 목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583년 선조 16년 학봉 김성일 선생, 나이 46세에 이 곳 나주 목사로 부임하던 상황을 역사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나주목사에 새로 결원이 생겼는데 지역이 크고 인구가 많아서 본디 다스리기 어렵다고 소문이 났으니 반드시 강직한 내신을 보내야 함"이라며 학봉 선생을 이 땅 나주 목사로 임명한 선조임금의 임명 배경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학문에 깊이 빠져 벼슬길에 오르고자하는 마음이 별로 없는 그를 "본디 총명하고 학문을 좋아한 이 사람은 행실이 고상하고 학문은 정밀하니 그에게 비길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며 퇴계 선생이 낙향하며 임금에게 천거할 정도이니 그의 사람됨과 인품에 대해서는 논외로 치자.

당파를 초월하여 임금의 면전에서 직간을 하고 탄핵을 하니 사람들이 궁궐의 호랑이라는 '전상호'라고 불렀을 정도인데 당시 선조 임금 앞에서 모두 "임금은 요순입니다"라고 읊조렸던 앵무새 같던 다른 신하들과 달리 "왕께서는 요순도 될 수 있고 걸주도 될 수 있습니다. 전하께서 타고난 자품이 고명하시니 요순 같은 성군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스스로 성인인체 하시고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병통이 계시니 이것이 걸주가 망한 까닭이 아니겠습니까?"라며 펼친 그의 요순 걸주론은 김성일 그의 강직하고도 거침없는 사람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나주목사로 부임해 와서 3년 4개월 동안 어떤 송사를 해결함에 있어서든지 막힘이 없었고 상하가 화합하여 화기롭기 그지없었다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

다시 정수루의 신문고를 본다.

억울한 백성의 민원이 막히는 것을 막기 위해 북을 달고 원통한 일을 호소하고 싶은 자가 있으면 누구든지 와서 북을 치도록 했던 이는 많은 목사 중 학봉 김성일 목사가 유일하다. 사직단을 새로이 쌓고 동문안의 활터인 인덕지를 새로 짓는 등의 일도 그가 오기 전 아무나 못하던 일이었지만 정수루의 신문고 설치 못지않게 커다란 또 하나의 업적이 있다.

대곡서원, 즉 지금의 경현서원을 (나주최초의 서원이자 사액서원) 건립하여 퇴계학파와 나주의 유림을 연계하여 퇴계철학이 호남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호남의 문학과 영남의 철학이 만나는 장을 열었다는데 무엇보다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시호 부사장의 나주역사에 대한 깊은 애정은 우리의 기대를 훨씬 웃도는 것이었다. 또 한 천년 고도 나주의 부활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들인가에 대한 제언들은 냉정하고 정확하기까지 해 지금까지 아무것 하나 손대지 못하고 있는 우리가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였다.

나주의 성씨종택, 경현서원, 호남학진흥원, 나주향교, 그리고 주변의 누정등과 성곽을 연계함으로써 역사문화와 포럼, 숙박체험, 세미나장 제공, 등을 통한 스토리 관광을 제공하는 일도 시급하다는 그는 영락없는 나주인이었다.

천년 고도 역사도시로 역사문화에 대한 스토리와 볼거리를 제공하여 산업과 소비중심의 혁신도시 신도심의 유동 인구에 대한 관광자원화를 적극 검토해 보자는 그의 결연한 끝맺음으로 끝났던 강의는 지금 이 시간도 가슴을 뛰게 하는 진정성으로 자리하고 있다. 천년고도 나주의 부활!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