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구르는 돌맹이 하나에도 오랜 역사가 숨 쉬고 있고 한 삽 파면 몇 천 년 전의 왕이 신고 썻을 법한 빛나는 황금으로 된 신발과 찬란한 금관이 나오는 이곳이 내 가 사는 곳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긍심은 지금도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 땅의 최고 지배계층이 살았음을 증명하는 고분들이 즐비한 그런 도시라는 사실과 오랜 유적의 흔적들, 선조들의 삶의 단편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옹관 등의 생활용품들을 보면서는 이제 우리의 뿌리를 찾아 역사를 배우고 익혀야하는 많은 학생들이 단체로 몰려 올 줄로만 알았다.

천년의 오랜 잠에서 깨어난 마한의 역사와 고려를 건국한 왕건과 장화왕후의 아름다운 로맨스가 있는 이 곳  천년 목사골 나주를 반드시 다녀가고야 말 것으로 그렇게 생각한 나는 얼마나 순진한 사람인가?

최소한 대한민국 국민이 죽기 전에 한번쯤은 다녀가야 할 곳으로 가볍게 자리매김 할 줄로 알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최소한 관광공사라는 곳에서만큼은 이러한 역사성을 토대로 한번쯤은 꼭 가 보아야할 대한민국 관광지로라도 선정을 해주던지 그럴 줄로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가 보다. 현재 상황이 순천만이나 창덕궁 경복궁에는 못 미친다 하더라도 가까운 화순의 고인돌 유적지나 무안의 회산백련지 보다도 못하다는 객관적 소식에 우울하다. 

나주의 대표 관광 상품인 황포돛배에 강바람 맞으며 가을 선상의 국악 공연을 즐기려  추석 명절 이틀간에 1천 여 명이 넘었다고들 한다. 명절 당일 400여명, 이튿날에는 700여명 넘는 관광객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며 대박으로 표현한 기사를 보았다.

대나무 축제니 정원박람회니 하는 이웃 지자체의 명절 관광객이 수 십 만 명이었다는 소식에 천명에 대박이란다. 그 표현이 조금은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언제 천명이라는 손님을 모셔본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여 대박이라는 표현에 일단은 동의하기로 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너무나 많은 문화 유적들이 오히려 한 곳으로 관광객을 모으는데 걸림돌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동안 우리 나주를 찾는 관광객의 수는 너무나 미미한 숫자였다.

그래서 우리네 관광정책을 보고 구슬이 서말임에도 꿰지를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들 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 천 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다. 이번 추석 명절의 천 여 명의 황포돛배의 대박이 비록 미미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어쩌면 우리 나주 관광의 청신호가 될지 누가 아는가?

그동안 영산강에 황포돛배 하나를 띄우기까지는 찬반의 의견이 분분했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런 그간의 사정을 하나하나 헤아려 보니 이번 명절의 관광객 천명이라는 숫자 앞에서 오히려 가슴은 벅차오르고 뭉클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영산강 황포돛배의 천명 돌파 앞에서 지금 우리는 관광에 관한한 최소한의 희망과 가능성 앞에 서 있다는 사실에 힘을 낼 일이다.  지금 필요한 일은 시민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마음을 한데 모으는 일임을 기억하자.

님아! 그 강에 띄운 황포돛배를 부디 기억해주오. 영산강을 다시 찾는 그대들에게 이 땅의 질곡의 역사는 교훈할지니, 바람아 불어라, 영산강아 노래하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이 땅 나주의 정신과 찬란한 문화유산을 자원화 시키는 일, 그리고 그것을 우리 후손들의 미래의 먹거리로 삼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경주의 고분에 비해 그 규모나 역사적 사실들이 조금도 뒤지지 않는 영산강 주변의 우리네 고분들과 찬란한 마한의 유적들은 이제 천년의 잠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이다.

황포돛배 떴다. 바람아 불어라

나주 관광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황포돛배라는 자원을 만들고 거기에 시립 국악단원들까지 함께 힘을 모아 선상의 아름다운 우리가락으로 영산강에 나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 이들과 함께 나주의 단일 관광 1000천명 돌파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