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시의원

구름 따라 바람 따라 그러나 불꽃같은 뜨거운 열정으로 한 세상을 마음껏 호령하며 살다 갔던 시대의 풍운아 백호임제 선생을 기리는 백호임제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전 숙 선생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생의 시에 대한 오랜 사랑과 후배양성에 대한 열정, 그리고 예술에 대한 노력과 업적이 시민들은 물론 운영위원들에게도 제대로 평가 받았다 싶은 마음에 다시 한 번 축하의 박수를 보내 드린다.

나 개인적으로 심사위원이면서도 그 자리에 참석치 못한 이유는 나주 문화의 산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나비센터에서의 첫 강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로이 시작하는 2강의 14강중 첫 번째 강사로 나주의 역사와 훌륭한 인물들에 대해서라면 좋겠다는 주문에 선뜻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과 장화왕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먼저 시작된 1기 때 주변 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진들로 강의가 너무 훌륭하다고 하여 약간의 망설임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른 부분이라면 모를까 나주의 역사와 인물을 말하라는데 싶어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냐싶은 마음에 앞 뒤 재지 않고 시민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새롭다.

멀리 문평에서 오셨다는 70이 훨씬 넘어 보이는 아주머님은 아예 필기까지 하시면서 한마디라도 놓칠 새라 잔뜩 상기된 표정 이셨는데 나대용 장군님이 당신이 너무나 존경하는 인물이라 더욱 간절히 사모했던 강의였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알고 보니 교통도 불편한 그 시골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강의를 들어온 열성 수강생이라고 했다. 삼십대의 앳된 주부, 시청 공무원들, 그리고 나주 지역의 버팀목으로 든든히 서계시는 여러 원로 어르신들, 낯익은 얼굴들도 많았다.

 참 애매한 시간에 시작된 강의였지만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때론 고개를 끄덕끄덕 새롭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노라는 표정으로 강의를 들어주셨던 같다. 부족한 깜냥에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는 잔뜩 긴장 했는데 그나마 간신히 체면치레는 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그날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과 <고려건국의 주역 왕건과 장화왕후>에 대해 한국 역사 중에 다시 재조명되고 주목 받아야 할 이런 훌륭한 인물들이 나주에 많다는 것을 상기 시켰다. 그리고 그 인물들을 둘러싼 역사적 문화유산들이 너무나 많음에도 후손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는 시간에는 “그랬구나.. 그랬었구나...”라며 공감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내 고향 나주를 너무나 사랑하는 분들이 다시 한 번 더 나주의 역사에 대해 새롭게 알기를 원하는 간절한 열망 그 이상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백호 임제 선생만 해도 그렇다. 오직 관직하나 부지하기위해 서로 파당을 일삼던 조선중기의 사대부로써 벼슬에는 초연하되 호쾌한 기상과 가슴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때로는 너무나 인간적인 사랑을 노래한 시로 오늘에까지 많은 추앙을 받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침 신문의 어느 면에선가 정율성 선생의 생가가 양림동이니 불로동이니 하며 서로 다투고 있다는 소식과 이제는 화순 능주의 어느 초등학교를 다녔다며 거기에 중국의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위대한 인물의 발자취를 좆기 위해 또 그의 흔적을 찾아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 밑까지라도 들춰 뭔가를 찾아내려는 그들과 우리네 모습에 왜 이리 허탈해 지는 걸까?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찾아 그리도 그악스럽게 달려왔는지 모르겠다.

 이제 조금씩 한 템포 늦춰가면서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 이다. 마침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각 각 의 분야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딱 한 줄로 누워있는 나주의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작업들이 조심스레 시작되고 있다. 이제 이들 문화 예술인들이 닻을 올리고 꿈을 그려 낼 수 있는 나주의 내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