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毛一髮無非病耳.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분야가 없다.’ 조선 후기 사회를 다산은 이렇게 일갈했다. 요즘 들어 다산의 사상이 제 조명 받고 있는 것은 200여 년 전의 시대상과 상당한 유사점을 안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대한민국 각료들이 약속이나 하듯 하나같이 병역문제에서부터 축재(蓄財)과정 그리고 위장전입이라는 세 가지 아이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산의 선비관은 이렇다. 반은 수신(修身)이요, 반은 목민(牧民)이라는 것이다. 마음에 크게 와 닿는 이야기다.

나주고을은 예로부터 소경(小京)을 말하기 전에 대단한 충절의 고장이었다. 또한 유구한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유산이 가득한 고을이기도 하다. 나주시에서는 이러한 역사성을 복원 할 요량인지는 잘 모르지만 조직을 개편하면서 ‘역사도시사업단’이라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게 되었는데 하는 일을 살펴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 확실하다.

별반 획기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살펴본다면 나주시 대호동에 있는 밤남정(율정)이 적나라하게 나주시의 역사관의 미천함을 잘 들어내 놓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밤남정은 외지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다산과 손암(정약전)의 기막힌 이별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신유년(1801년)에 일어난 천주교인 박해 사건에서 다산의 큰형(정약종)은 참수를 당하고 다산과 네 살 터울인 형, 손암이 흑산도와 강진으로 각각 유배길을 가다가 나주 율정점이란 주막에서 해후를 하게 되는데, 이때 다산의 저 유명한 율정별(栗亭別)이란 시(詩)가 탄생하게 된다.

다산과 손암은 율정에서 이별을 나눈 뒤 살아생전 다시는 볼 수 없었다는 것도 현장이란 역사성에 상당한 가치를 품고 있다. 그런데 나주시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에 무서움증이 왈칵 든다. 물론 정치인들이야 생색내기에 선수이시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관련 업무를 보는 공직자가 아무 생각이 없다면 나주의 문화역사는 그야말로 천덕꾸러기와 다름 있겠냐는 말이다.

또한 다산의 사상을 쫓아보려고 다산의 유배 길을 되짚어 오다가 나주시 밤남정에 들어서자마자 현기증이 나더라는 비난의 초점은, 다산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더듬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밤남점의 율정점(栗亭店 주막)의 위치는 아마 (전) 대호 정미소 자리쯤으로 여겨지는데 복원(復元)이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다. 오늘도 주인을 잃고 방치하고 있는 영산포 역사 갤러리와 비교 한다면 금방 나주시의 냄비 근성을 알 수 있다.

나주시와는 정반대로 흑산도는 손암의 숨결을 담아 내기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는데 에서 또 한 번 나주시에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영산포에 거주하시는 김모씨는 건국대에서 사학을 전공하신 분인데 한 마디로 나주시의 역사문화 복원 관리가 너무 한심하다는 혹평이다. 자신에게 율정의 위치나 현재 상태 등의 많은 문의가 들어오는데 말 할 건더기가 없다보니 부끄럽다는 이야기다.

작은 것을 이루지 못하면 큰 것은 언감생심이다. 다시 한 번 나주시의 진정성과 각성이 요구 되고 있다. 하기야 이러한 문제가 어디 공무원 탓만 할 수 있겠는가. 의원님 우리 의원님, 현장 한번 댕겨 오시죠, 밤남정 그 현장 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