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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국제시장, 태종대… 열차타고 무박 2일 부산여행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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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호] 승인 2015.03.08  22: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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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은 더욱더 호기심이 발동한다. 둘째 아이까지 대학에 들어가고 학부모로서 역할을 다 한 것 같아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첫 번째 여행이다. 80년대 최고 히트 가수 이선희의 음악을 틀어 놓고 흥얼거리는 남편이나 기차 여행의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계란을 삶는 나도 절로 흥이 난다.

꼼꼼히 간식을 챙겨 여유롭게 나주역에 도착하니 흐린 날씨가 더욱 운치를 더한다. 북적거리는 대합실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과 낯익은 얼굴들을 만났다. 나주뿐만 아니라 목포에서 출발하여 화순역에서 타는 사람이 모두 460여명이 7칸의 기차에 나눠 탔다.

무궁화호의 덜거덕 거리는 소리와 여기저기서 속삭이는 다정한 수군거리는 소리, 천천히 지나가는 밖의 풍경이 빠른 것만 찾는 세상에서 이 여행의 여유로움과 평안함을 더해 준다. 열차는 11시 40분에 출발하여 줄기차게 5시간30분을 달려 부산 송정역에 도착했다. 낯익은 얼굴들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지만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찾을 수 없고 사람들의 물결을 따라 지정된 버스에 올랐다.

사투리로 반갑게 인사하는 버스기사 아저씨를 대하니 부산에 도착한 실감이 났다. 어스름한 새벽을 달리는 버스가 처음 도착한 곳은 일출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해동용궁사’다.

동해의 최남단에 위치한 해동용궁사는 1376년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대사께서 창건하셨다한다. 어둠속에서 앞 사람의 두통수를 보며 군대의 행렬처럼 따라가니 스님들의 아침 예불 소리가 현세인 듯 피안의 세상인 듯 구별되지 않고 환청처럼 들린다.

108개의 좁은 장수 계단을 지나 처음 맞은 동해 바다의 파도는 힘찬 호령을 하듯이 달려들었다 밀려 났다가 반복하는 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장관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흐린 날씨와 거친 바람 탓에 파도는 점점 거칠게 모든 것을 집어 삼키듯 요동쳤다.

장엄한 일출을 기대했던 나는 아쉬운 마음에 바다를 계속해서 바라보았지만 바다는 호락호락하게 여행자에게 일출을 보여주지 않았다. 대개의 사찰이 산중 깊은 곳에 있지만 용궁사는 검푸른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바위 절벽에 위치해 있어 신비스러움을 자아냈다. 무병장수를 빌며 신비의 약수로 목을 축이고 나오니 어둠속에서 보지 못했던 소원 성취 연못에는 사람들의 기원과 바람을 실어 던져 놓은 동전이 수북하다.

   
 

   
 
흐린 날씨로 동해 일출은 못 봤지만 겨울바다의 낭만만은…

다음 여정은 부산을 대표하는 대명사라 많은 기대를 안고 도착한 해운대. 여느 겨울 바다처럼 쓸쓸함과 한적함이 용궁사의 바다와는 다른 얼굴로 나를 대한다. 주변의 고층 건물과 그 위상에 버금가는 보름날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달집은 크기가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 버금간다. 올 한 해 무사 안녕과 소원을 모두 들어 줄 것 만 같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태종대로 가는 길에 영도대교를 지나갔다. 영도대교는 도개시간이 하루 중 정오에 딱 한 번 다리가 갈라진다는데 우리는 20분 쯤 늦게 지나가 장관은 구경 할 수 없었고, 부산 사투리의 기차 아저씨의 설명으로는 롯데에서 전액 지원해서 부산시에 기증했다고 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리. 영도대교 옆에 110층짜리 롯데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데 부산의 관광객과 재래시장의 상권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리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태종대는 유원지 입구에서 순환열차를 타고 가면 양옆으로 해송과 해변 다른 한쪽은 동백길이 이어져 맑은 공기와 해풍이 시원하다. 내려오는 길의 등대에서는 탁 트인 바다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전망대 휴게소는 거친 절벽바위 위에 반투명 원형 우주선 모양으로 만들어졌으며 깎아지른 듯 한 바위 절벽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비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 세상을 비관하고 등지는 사람들이 있어 자살 바위라고 불리는 곳이고 그 옆에는 죽어 간 영혼을 달래는 구명사와 모자상이 자리하고 있다.

찹찹한 마음을 달래며 내려오는 길에 여름날에 부쩍 거렸을 바다수영장 옆에 해녀들이 운영하는 횟집에는 싱싱한 해삼, 멍게, 낙지 등이 우리를 기다렸다. 이제 막 바다에서 나온 듯  해녀복이 한쪽에 물을 흘리며 걸려 있다. 이제는 은퇴를 해도 벌써 했었을 것 같은 지긋한 연세의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을 손수 손질해 준다. 해산물 한 접시에 소주 한 잔을 겻들이며 바다를 보니, 여유 없이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열심히 살아온 서로를 위로하며 술잔을 권했다. 다음 잔은 오늘 이후 또 다시 치열하게 살아야할 우리를 위해 건배를 했다.

영화 ‘국제시장’ 속의 꽃분이네 가게에서 한 컷 

마지막 여행지는 국제시장이다. 요즘 영화로 상영되어 관광객이 더 많이 늘어서인지 시장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나는 마음이 바빠졌다. 영화에 나오는 그 장소 꽃분이네 가게에 빨리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시 미디어의 힘은 대단했다. 구청에서 일용직 직원을 고용하여 포토 존에서 교통정리를 해줄 정도로 서로 밀치고 밀리고 사진 찍기에 열심이다. 우리도 간신히 자리를 차지하고 인증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구입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남포동 깡통시장에서 나이 드신 부부가 운영하는 분식집에서 쫄면과 물만두로 점심을 때웠다. 먹고 나서 뒤늦은 후회. 부산에서는 밀면을 먹어야 하는데 우리의 점심 선택이 바보스럽다. 밀면과 비빔당면의 맛을 상상하며 부평 족발 골목을 지나 자갈치 시장을 향했다.

자갈치 시장은 바다를 한쪽에 끼고 어마어마한 규모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 정박해 있는 배들이 한쪽 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생선 굽는 고소한 냄새가 손님을 자극하고 맞은편에서는 해산물과 생선들이 수족관에서 손님을 유혹한다. 또 고래 고기를 파는 곳에서는 우리네 선술집에서 볼 수 있는 풍경처럼 동네 어른들이 대포 한잔을 놓고 진지하다. 나도 고래 고기를 맛보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먹어보지는 못했다.

사람들이 줄서서 뭔가를 사고 있어 가까이 가보니 부산의 명물 부산어묵이다. 역시 소문처럼 긴 줄을 기다려 어묵을 사고 홍게도 샀다. 두 손 무거우니 어디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지하상가에 들렸다. 지하상가에서 어묵 담을 가방을 구입하고 버스에 올랐다.

긴 하루가 달리는 기차의 뒤 배경처럼 과거 속으로 흘러가고 차창에 부딪치는 빗줄기 보며 달콤한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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