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찾아본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들 하시겠지만 병원 문턱이 높은 것이 아니라 의사(醫師) 문턱이 그리 높을 수 없다. 일제강점기 때의 면서기 보다 더 했으면 했지 못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핀잔은 ‘을’ 위치에 있는 환자 입장을 생각지 않고 대부분 천편일률적으로 퉁명스런 의무적 문답에 있다.

환자나 보호자는 질병의 상태를 자세히 알고 싶고, 그에 따른 다각의 치료 방법을 원하고 있으나 의사 대부분은 임상소견만 가지고 자신의 일만 간단하게 설명하다 보니 상대방은 벙어리 냉가슴 앓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즉 환자는 계속 같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기계적 답 외의 심리적 방법 등의 조언이 없다면 누가 보아도 훌륭한 인격을 가진 의사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의술(醫術)과 인술(仁術)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의술이란 병을 고치는 기술이고, 인술이란 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을 말하는데 얼핏 같은 의미인 것처럼 보이지만 의술과 인술의 차이는 바로 어진 덕(德)에 있다.

필자는 나주 한국 병원 신경외과 안 원장님에게서 인술(仁術)을 보았다.

미련한 자식 놈이 이따금 극심한 머리 통증으로 인해 잦은 병원 출입에도 한 결 같이 문제없음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다. MRA, CT, 뇌파검사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 학교 측에서 자식 놈이 두통으로 인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 소재 대학병원까지는 시간이 지체될 것 같아 한국병원 신경외과를 찾았다.

그동안의 치료 과정을 설명 드렸더니 한국병원 진료자료를 찾아보시고 아! 여기 CT자료가 있다면서 자세히 살피더니 이 학생 뇌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두통이 일어 날 수 있으니 소아과를 찾아가 상담 받은 후 대책을 찾아보자는 말씀이었다.

일반적 병원 상식은 의례적으로 관련 질환에 대한 기초진료는 필수다. 즉 통증 진료에 필요한 CT촬영 등은 중복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든 병원에서 요구하고 있다.

수년전에 같은 병원에서 CT진료자료가 있다고 해도 다시 CT촬영을 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 되다시피 한 일이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거부하고 소아과 상담을 권하는 모습에 너무 고마웠다. 소아과를 찾아가 상담 하였더니, 이 학생의 두통이 간헐적으로 계속되면 이러한 두통에 상당한 권위가 있으신 교수님에게 제가 소견서를 보내겠으니 함께 방법을 찾자는 말씀 또한 요즘 듣기 힘든 너무 고마운 말씀이었다.

모든 것을 돈, 돈으로만 계산 되어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이웃의 아픔을 함께 공유 하려는 고마운 분들이 있기에 사회는 오늘도 힘차게 돌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분들은 사회 귀감이 되어야 한다. 환자나 보호자의 심정은 너무나 절실하다. 지푸라기도 잡을 심정을 안다면 ‘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수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셨겠지만 다른 것은 놔두고라도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받치겠다는 약속’만은 꼭 실천하시기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