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 시인(화가)

태양 아래 사람을 생각한다. 사람 아니고도 태양 없는 생존이 가능할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태양은 빛나면서 살아있는 것들을 향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주사한다. 어느 날 태양이 이 지상에서 사라졌다 치자. 어찌 밤낮이 있고 양지 음지가 있겠는가. 태양이 있음으로 우리는 숨 쉴 수 있고 존재적 평등을 이룰 수 있고 지칠 줄 모르는 도전 앞에 나아갈 수 있다.
 
나는 태양을 견주면서 우리 사람도 나무와 진배없다고 생각한다. 나무는 햇빛을 받아 탄소동화작용을 일으키고 엽록소를 만든다. 잎을 키우고 꽃을 피워 열매 맺는다. 나무가 태양 없이 잎과 꽃과 열매를 가질 수 없듯 우리 인간 또한 넘치는 에너지를 자양분 삼아 생명 있는 것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희망을 선사 할 수 없다.
 
성경에도 지상의 양식으로 ‘빛과 소금’을 이야기한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생명세상의 신비가 피어나고 화평과 희망의 오만가지가 샘솟는다. 그러기에 바슐라르도 ‘많은 시인들에게 태양은 하늘의 눈’이라고 말했다. 소금이나 빛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구약성서 말라기에는 ‘내 이름 두려운 줄 알고 살았으니 너희에게는 승리의 태양이 비쳐와 너희의 병을 고쳐 주리라’한 말씀이 나온다. 여기에서 화자는 ‘여호와’이다. 인간이 승리의 태양을 믿기에 여호와를 신앙했고 그 대가로 병든 자를 치유하시겠다는 약속이다. 절대자를 외경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태양이 지닌 절대적 이미지를 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몬 베유의 「노동일기」에는 “다만 엽록소라는 성분만이 우리 대신 태양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으며 이 에너지로 부터 양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노력을 기울이므로써 땅을 적절히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태양 에너지는 엽록소에 의해서 고체로 변화하여, 우리의 빵과 포도주, 기름, 과일이 되는 것이다.”라 하였다. 태양에 걸어 일용할 양식과 빛나는 희망의 송가를 언급한 말이다.
 
지동설 이전까지는 태양이 지구를 돌았다. 허나 지금 이 시간에도 천동설을 중얼거린다면 정신병자 취급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리 보면 사람을 상대로 시시각각 진리가 변하는 것인지 진리 때문에 사람의 생각이 바뀌는 것인지 헷갈린다. 태양은 존재하는 자체로 절대권능이다. 그러나 그 절대권능의 태양에도 흑점은 있다. 한 그루 나무와도 같은 인간은 태양을 빌어다 생의 엽록소를 만들고 바다처럼 광활한 생명 위를 물결친다.
 
태양의 권능 앞에선 태양족만 춤추지 않는다. 극지방의 그 파격적인 기상조건도 태양의 조화가 좌우지한다. 비출 때 태양을 받아내고 정밀하면서도 광활한 엽록소를 만들자. 인간의 몸에서 피돌기 하는 엽록소의 희망이 진정 인간이 꿈꾸며 도전하는 예술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