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 시인(화가)

빛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았는가. 빛이 없는 세상을 생각이나 할 수 있는가. 빛이 있음으로 해서 어둠 또한 생각할 수 있다. 빛만 있고 어둠 없는 세상은 어떤가. 빛이 절대로 필요하듯 어둠 또한 절대로 필요하다. 빛과 어둠은 그 어느 것도 생물들의 생존에 절대적인 조건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빛이나 어둠은 상대적 절대성으로 존재하고 있다.

 

전진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았는가. 생물들이 나아가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가. 세상이 살아있는 데 전진 없는 세상을 생각이나 할 수 있는가. 나아가지 않으면 죽음 밖에 없다. 나아가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아가는 것들이 멈출 수 없다면 그 또한 어떻게 될까. 전진 없이는 살 수 없듯 전진 다음에는 멈춤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조건이다. 자동차가 악셀레이터로 전진한다면 브레이크 없이는 멈출 수가 없다.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배설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가. 빛과 어둠이 지상의 두 개의 조건이듯 전진과 멈춤이 살아있는 것들의 두 가지 원리이듯 우리는 먹으면서 똑같은 크기로 배설의 조건을 맞추어 간다. 이나저나 우리는 상대적인 자리에 우리와 정반대적인 또 하나의 상대를 생각해야 한다. 절대적인 진리만을 가르치는 하느님의 세상에도 “사탄의 악행”은 있다.
 

우리는 빛을 보았다고 하지만 사물의 산란현상으로 빛을 본 것처럼 착각할 뿐 사실은 그 빛을 본 것은 아니다. 빛에 반사된 사물의 존재성이 빛을 본 것처럼 만들어졌을 뿐이다.

 

날마다 밤과 낮을 겪는 것은 빛과 어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전진과 멈춤이 있기 때문이다. 빛은 한시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빛은 옷깃의 먼지처럼 툴툴 털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욕심껏 불러들일 수도 없다. 그저 빛은 빛인 것이다.

 

초등학교 때 빛의 속도를 배웠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 돈다는 빛의 속도를 따라갈 수만 있다면 미래도 과거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겠다는 가상세계를 그려보기도 했었다.

 

우리는 아직 빛만큼 빠른 물건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빛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속도 위에서 정지 상태로 머물러 있는 또 다른 빛을 볼 것이다. 아니 먼저 간 과거적 세상을 하나 하나 뒤돌아보고 만져 볼 수도 있으리라. 허나 빛은 한 곳에 머물러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살아서 움직이는 물체이기도 하다.

 

빛은 나아가되 저마다 방향성이 있다.  ‘한 줄기’ 한 방향만을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충만한 존재 그 자체로 머물러 나아간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세상에 가득한 빛의 그 어디라도 느끼기만 할 뿐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빛의 세계를 탐구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빛의 성질을 두고 훅과 하이젠베르크는 파동 또는 진동이라고 했고 뉴턴은 입자라고 하였다. 빛에 대한 과학적 관심은 19세기가 끝날 무렵이 가장 왕성했다. 맥스웰의 자기 합성, 전자기파 이론, 그리고 이 이론에 대한 헤르츠의 실험, 20세기에 들어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가설, 콤프턴의 실험 등등이 오늘까지 빛을 살핀 대강의 역사로 진행되고 있다.

 

빛에 대한 기록의 역사는 줄잡아 1,000년여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빛의 역사와 원리적 사실을 찾는 일은 과학자들의 몫이지만 인류 역사가 존재하는 한 세상의 첫날에 생겨난 빛과 어둠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으리라. 

 

우리에게 빛은 모두가 사랑이고 즐겁게 하는 마음이거나 기쁨 자체로 여겨진다. 빛이 있음으로 내 존재도 비로소 상대에게 눈웃음 짓고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