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인〉 작가, 나주 출신 이상문의 장편소설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3대 소설 중 하나로 평가 받아온 〈황색인〉의 작가 이상문이 또 하나의 장편소설 《인간아 아, 인간아》를 펴냈다. 작가 이상문의 작가적 위상을 확실히 했다고 볼 수 있는 1987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황색인〉에 대해 ‘한국현대문학사’에서는 2005년에 발간한 ‘현대문학’ 3월호에서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분단의 실상과 이의 타개를 위한 노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과 이상문의 〈황색인〉을 대하게 된다. 이들 작품은 과거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써진 월남전 소재 소설에서 나아가 역사적 현실에 접근해 있다. 베트남 전쟁을 통해 제국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역할, 제3세계인 분단국가와 민족의 운명과 실태,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룸으로써 역사적 교훈과 함께 우리 삶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에 펴낸 《인간아 아, 인간아》에서는 〈황색인〉에서 시야를 더 확장하여 6.25 전쟁의 제3차 피해자와 베트남 전쟁의 제2차 피해자까지를 다룬다. 6.25전쟁이 끝난 지 61년,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40년이 흐른 시점에서, 우리 민족이 치른 두 전쟁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작가 이상문은 1983년 등단작 〈탄흔(彈痕)〉을 통해서 한국문단에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가 유년기에 겪은 6.25전쟁과 청년기에 겪은 베트남 전쟁의 체험을 통해 ‘대를 잇는 비극’을 형상화 한바 있다.

6.25전쟁 때 미군들에게 몸을 파는 어머니를 경험한 소년이 자라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거기서 포상 외출 때 한국군들에게 몸을 파는 베트남 여인을 보게 되면서, 두 전쟁의 비극성을 연결 확산하는 방식이었다. 즉 이상문은 한국인의 삶을 에워싸고 있는 고통의 근원은 두 전쟁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인간아 아, 인간아》는 저자가 지난 30여 년 동안 작업해온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의미를 다시 따져보고 피해자들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 참전은 급여 외에도 별도로 전투수당을 받는 형식이었으며 국가가 주도한 것이다. 그러나 희생된 사람은 희생된 사람대로, 살아 돌아온 사람은 살아 돌아온 사람대로 자신의 참전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를 아직도 제대로 설명을 들은 바가 없다. 왜 그들은 남의 나라 전쟁에 나가 싸우고 죽고 다치고 병들고 각종 후유증에 시달려야 하는 것인가? 국가의 태도는 아직도 모호하다.

6.25전쟁의 제1차 피해자들의 후손들이 참전하여 제2차 피해자가 됐고, 또 그들이 전상자로 혹은 정신적 외상자로 귀국하여 수도 없는 제3차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사자는 국립묘지에 묻혀 자신의 참전 의미를 어떻게 새기고 있을까? 또한 전상자는 국가가 주는 얼마간의 연금을 받으면서 남의 나라 전쟁에서 망가진 육신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새기고 있을까? 더욱이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는 정신적 외상자들의 처참한 삶을 어찌하면 좋은 일인가? 이제 70살 전후의 나이에 있는 그들의 통째로 망가져버린 인생에 대해 어디에 가서 어느 누구에게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렇듯 이때껏 한국 작가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을 새롭게 소설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작가가 6.25전쟁의 체험에 이은 베트남 전쟁의 체험을 배경에 두르고 그 속에 정신적으로 으깨어진 사람들의 고통을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그 남자는 전쟁터에서 겪은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일을 겪은 자신만 알고 있어야 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잊어야 했다. 모조리 잊어야 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자신의 심경을 밝힌 이 말이 이 책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상문 작가는 나주 세지면 출신으로 동국대학교 국문과 졸업, 재학 중 월남전에 참전했다. 1983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단편소설 「탄흔(彈痕)」 당선으로 등단했다. 그 후 「살아나는 팔」, 「은밀한 배반」 등 수편의 창작집을 펴냈고, 그의 출세작 장편소설 「황색인(전3권)」을 필두로 「자유와의 계약」,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립니다」 등 여러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문학상(1988), 윤동주 문학상(1989), 한국pen 문학상(2003), 한국소설문학상(2011) 등 대한민국 유수의 문학상을 거의 수상한 중견작가로서 현제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