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 시인(화가)

주말에 운주사를 다녀왔다. 입구에서부터 눈짓을 보내는 석탑이며 석불들을 만나면서 새삼 행복해진다. 어느 때 사람들이 무슨 목적으로 저 많은 부처와 탑신을 다듬고 쌓았을까. 궁금증은 산처럼 커지건만 불가사의는 여전하다. 운주사는 필자에게 초등학교 시절에는 소풍 코스였고 지금까지만 줄잡아 100여 차례쯤은 다녀온 일종의 산책코스인 셈이다.

운주사 말고도 시간나면 들르는 곳이 사찰이다. 그런데 예외 없이 겪게 되는 것은 표를 사고 검표대를 통과하는 일이다. 사찰에 가면 눈여겨 볼만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종교적인 것에서부터 풍경이나 문화재적인 것들까지 대목대목 짚어보면 심신에 맑은 피가 돌고 흡사 손오공이라도 된 듯 구름타고 너른 하늘을 떠갈 수 있다. 대웅전에 들어서면 부처님의 자애로움이 봄 햇살처럼 느껴지고 요사체며 종각의 동종이며 주련의 불법명구며 사찰의 역사까지 참 많은 것들을 살피고 생각하게 한다. 우리네 사찰 체험은 많은 문화재가 사찰 내에 산재한 까닭에 신심 가진 이들의 종교적 목적을 빼고도 역사와 사상과 문화재적 가치까지 접하고 배우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사찰 측으로도 제 발로 찾아들어 돈 내고 매표한 사람들을 맞을 수 있다는 것, 어찌 분복이 아니랴.
 
그런데도 불교 쪽 후손들은 조상님이 물려주신 분복을 관리도 못한 채 손 놓고 있는 형국이다. 더 멀리 더 깊게 생각할 것도 없다. 찾아온 입장객을 상대할 전담강사 한 사람쯤 배치하여 불교에 대한 소박한 강의부터 펼치는 일이다. 입장객 중에는 종교가 다른 이도 있고 무종교자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친절하면서도 전문성을 지닌 강사의 강의는 경내에서 떠 마신 약수 한 사발처럼 시원한 감동을 줄 것이다. 가르침이 갈급한 사람부터 식견이 넘치는 사람까지 누구나 거쳐 가는 자리에서 듣게 되는 불교 강의는 제공하는 측이나 제공받는 측이나 복 받은 자들만의 파라다이스일 터이다.
 
물이 흘러오면 물레방아는 돌려야 한다. 상대방 종교는 토굴 속의 쥐도 파낼 만큼 적극적인데 불교 쪽의 선교현실은 손에 쥐어준 것도 이용할 줄 모르는, 갱내의 막장처럼 답답하고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이 같은 생각을 관계요로에 전달하기도 했었다. 들을 때는 반색하는데 그 다음은 꿩 구어 먹은 자리가 된다. 이래서 일각에서 불교는 늙었다느니 할 일은 손놓고 잿밥타령만 한다느니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지도자 선출 등 세속적인 사안에는 걱정스런 일들도 서슴지 않는 불교계가 정작 자신들이 해야 할 필요한 일은 모르는 건지, 알고도 못 하는 건지 대책 없이 수수방관이다.
 
제 3자가 이 같은 생각을 말하는 것은 불교에 대한 애정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입장객을 상대로 둘러볼 코스를 만들고 그 한 대목쯤에서 불교에 대한 기초적 지식이며 사찰의 역사, 문화재의 이해 등을 5분 내지 10분쯤만이라도 들려준다면 입장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종교적으로도 후일 대단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들이 뒷날 다시 찾을 수도 있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아예 불교의 진리를 신앙하는 신자도 될 수 있다. 어느 구름에서 비 올지 모른다거나 ‘사과 속의 씨앗은 셀 수 있어도 씨앗 속의 사과는 셀 수 없다’는 말들은 오늘의 불교계가 귀담아야 할 이정표적 고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