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육성과 구도심 쇠락 방지는 ‘동전의 양면’
주변 인구와 부동산가치 빨아들이는 ‘블랙홀’ 우려

연계·균형발전 위한 기반시설, 재정지원 강화 시급
지역적 특성과 차이에 근거해 목표와 역할 분담해야

'영산강 르네상스'를 이끌 혁신도시 조성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전을 비롯한 이전기관들이 신사옥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나주행(行)을 서두르고 있다. 명품도시로의 비상을 꿈꾸는 '혁신도시의 꿈'이 점차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정착에 노력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주혁신도시의 밑그림은 어떻게 그려졌고, 지금은 어떤 모습이며 또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20회 기획연재 ‘혁신도시, 빛가람에서 길을 묻다’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혁신도시가 미치는 파급효과

나주혁신도시는 2020년까지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을 기반으로 인구 5만명 규모의 고품격 명품 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 개발 차원의 베드타운식 신도시개발 방식이 아니라 고품질의 고용 및 산업경제적 측면을 강조한 자족형 신도시를 목표로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주혁신도시는 에너지와 농식품생명산업부문을 중심으로 하고 정보통신과 문화콘텐츠산업을 보완적으로 산학연관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혁신도시조성은 도시 자체의 개발 또는 발전에도 기여하지만 주변지역에도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혁신도시는 고급전문인력의 지역유입을 가능하게 한다. 혁신도시 조성으로 인해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비롯해 고학력 연구개발 및 고급 화이트칼러의 시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주시를 중심으로 본다면 기존 농업 및 서비스업 종사자 위주의 도시에서 다양한 전문분야 및 계층의 주민이 증가하는 등 인적 구성이 다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혁신도시 건설은 높은 소득을 갖는 외지인의 유입으로 지역 상권의 활성화, 고용창출, 지역자산의 증가 등 경제적 측면에서 현저한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도시건설기간 동안의 건설경기 활성화도 기대된다.

셋째, 혁신도시 조성은 나주시와 전라남도의 조세 및 지방재정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인구 및 경제활동의 증가로 인해 지방세 수입과 지방교부세의 대폭적인 증가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혁신도시 자체의 추가적인 개발 및 운영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 대한 개발재원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넷째, 혁신도시조성은 지역이미지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나주의 지역이미지로는 역사문화도시(천년 목사골), 농업중심도시, 나주배의 고장 등을 들 수 있지만 미래지향적이고 역동적 이미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혁신도시 조성을 통해 첨단산업이 뒷받침된 산학연 클러스터 도시, 광역혁신거점도시라는 지역이미지를 더해 줘 관련 산업 유치 및 인구 증가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주변지역 일방적 희생 안될 말

그러나 혁신도시 조성이 주변 지역에 반드시 좋은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 영향도 있을 수 있는 바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잘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전공공기관의 임직원과 관련 기관·기업체·연구소 등의 종사자들은 대부분 외부 지역에서 혁신도시로 새로 유입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지원하는 성격의 상업·서비스 부문 종사자나 쾌적한 도시정주여건과 우수한 교육여건을 좇아 혁신도시로 유입되는 인구는 혁신도시 주변지역 특히 나주 구도심이나 광주광역시로부터 흡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10대 세 자녀를 둔 김모씨(42·성북동) 부부는 최근 나주혁신도시에 신축중인 아파트 하나를 분양받았다. 입주 예정일은 내년 4월이다. “혁신도시가 제 모습을 갖추면 지금 사는 곳보다 정주여건은 월등히 낫고 직장도 가깝고 아이들 학교도 별 문제없을 것 같아서 이사하기로 맘 먹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집값 오름폭도 훨씬 클 것 같아서”란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이는 혁신도시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도시형성에 큰 기여를 하는 셈이지만 주변 지역의 입장에서보면 인구유출인 셈이다. 이중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은 물론 나주시 구도심지역을 들 수 있다. 빛가람혁신도시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 지자체를 비롯해 산학연 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이 자칫 윗돌 빼서 아랫돌 막는 식으로 주변지역의 희생을 댓가로 하거나 양보를 전제로 이루어진다면 진정한 혁신도시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혁신도시조성으로 나주시가 침체와 쇠락에서 미래백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가 크지만 나주시에 긍정적 효과만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상무신도시 건설에 따른 광주 구도심의 쇠락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구도심의 쇠락은 우리나라 중소도시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도시문제중 하나이지만 이것이 혁신도시 조성으로 인해 현저하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가속화 될 경우 혁신도시의 지속적인 발전에 지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구도심 쇠락은 자칫 지역내 갈등 또는 분열의 정치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고 만성적이고 비효율적인 공공투자수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혁신도시 육성과 구도심 쇠락의 방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중요한 과제중 하나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내놓은 ‘혁신도시건설과 주변지역 관리 방향’이라는 대외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혁신도시 개발업무를 맡고 있는 전국 지자체 공무원과 지역개발 전문가 총 8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이같은 우려를 대변한다. 혁신도시가 준공되면 혁신도시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와 부동산가치 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견해다.

특히 중소도시에 자리한 혁신도시의 경우 긍정보단 이같은 부정적인 영향력이 막대할 것이란 우려가 압도했다. 설문결과 그 영향권이 혁신도시에 그칠 것이란 응답자는 전체 16%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48%는 반경 10㎞이내, 28%는 20㎞이내를 꼽았다.

30㎞이상까지 영향권에 들 것이란 응답자도 8%에 달하는 전체 84%가 주변도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덩달아 주변도시는 인구가 줄거나 집값이 떨어지고 이는 상권 위축과 주거의 질을 낙후시키는 이른바 도시쇠퇴 현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됐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혁신도시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변지역의 산업과 인적자원 등의 유입이 불가피한 측면도 부각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인근 지역과 조화롭게 연계 성장토록 보다 정밀한 조사연구와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도심 공동화 불 보듯

혁신도시로 이전할 15개 공공기관 중 우정사업정보센터, 농수산식품연수원, 전파진흥원이 업무에 들어간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4개 기관이, 하반기에는 한전과 농어촌공사 등 8개 기관이 이전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에 맞춰 아파트와 오피스텔, 학교, 의료센터 등 명품 신도시에 걸맞는 인프라가 속속 갖춰지고 있다.

반면 혁신도시 주변 원도심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혁신도시가 준공되면 모든 상권과 유동인구가 쏠리는 이른바 ‘빨대효과’가 나타날 게 뻔하다. 혁신도시와 나주 구도심인 금남동과의 거리는 겨우 4km로, 구도심은 사실상 혁신도시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 이미 분양을 시작한 혁신도시 민간청약은 100% 분양완료를 기록하며 새로운 인구이동을 예고하고 있다.

격차가 큰 인프라로 인해 원도심 공동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상업시설이 발달해 있고 정주기능이 뛰어난 신도시에 인구가 몰릴 수밖에 없어 원도심이 공동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된 원도심이 더욱 쇠퇴의 길로 빠져들 수도 있다. 원도심의 지역상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원도심내 주민들도 혁신도시로 내 집 가격도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따라서 혁신도시가 제 기능을 하려면 인근지역과의 상생하는 조화로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혁신도시 건설로 인한 인근주민들의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공동발전을 꾀하겠다면 도시의 쇠퇴를 막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혁신도시와 주변지역의 관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사항으로 혁신도시건설이 종료되는 시점까지는 주변지역과의 연계·균형발전을 위한 기반시설의 조기공급(22.8%)이나 재정지원 강화(22.8%)가 필요하다는 응답비중이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혁신도시 건설이 종료된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인근지역에 대한 조사와 모니터링(23.2%), 종합적 관리를 위한 조례제정 등 지자체 권한 강화(20.3%)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중·대도시 주변에 건설되는 혁신도시는 기존 시가지에 대한 영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지자체간의 공동대응 기구를 마련해 주변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주시, '투트랙 도시계획' 추진

나주시도 연내 혁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는 만큼 혁신도시와 원도심을 연계한 균형발전 방안을 재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하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이전이 급물살을 타면서 경제적 파급효과 등 반사이익이 뒤따르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원도심이 급격히 쇠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임성훈 시장은 새새 업무보고를 통해 "원도심의 경제·문화적 쇠퇴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원도심 발전방안을 토대로 혁신도시와 상생발전 할 수 있는 '투트랙 도시계획'이 보다 촘촘히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주시는 연내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치고 2월부터 공동주택 입주를 시작으로 상가들이 활성화되면 혁신도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 시장은 "혁신도시 블랙홀 현상으로 원도심은 급격한 썰물현상과 공동화가 우려된다"면서 "도시재생사업소를 중심으로 고민과 문제의식을 갖고 이미 수립된 '혁신도시-원도심간 균형발전 도시계획'을 재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주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도심재생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5년까지 총 사업비 829억원을 들여 옛 나주읍성권 안에 한옥촌 조성과 구 나주잠사터에 예술가 공방촌 조성, 근대건축문화자원을 활용한 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

4대문 안에 산재한 사적지를 관광자원화 해 침체된 원도심과 중심상권을 활성화 시켜 나갈 계획이다. 금계상설시장 터를 중심으로 한 화려했던 나주목의 옛 영광 재현을 위해 관아 등의 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며, 이 일대 과거 한옥단지 지구와 유기전을 복원하고 고풍스런 돌담길에 얽힌 스토리텔링 작업과 민속촌, 전통음식 거리 조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

나주읍성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영산포 권역은 일제강점기 잔재인 근대건축물과 뱃길 복원으로 새롭게 떠오른 영산포구를 묶은 관광자원화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이창택지구는 미래산단 배후도시로 육성키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과 빌라촌을 조성할 계획이다.

나주시는 획일화된 개발위주의 도시정비 사업에서 탈피해 나주만이 가진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심재생 추진을 위해 시민이 중심이 되는 도심 활성화 프로그램운영도 병행할 예정이다.

원도심 활성화의 주체가 될 인적자원 양성을 위한 도심재생포럼과 투자자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며, 각 마을별 대학운영을 통해 시민의 눈높이를 끌어 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나주혁신도시와 나주시 구도심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해서 가장 먼저 고려하여야 할 점은 잠재력과 한계 등에 있어서 두 지역이 현저하게 다른 지역특성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는 것이다.

양 지역이 동일한 목표를 향해 제로 섬 게임식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지역적 특성과 차이에 근거해 도시발전의 목표 및 역할 분담을 다르게 설정·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신대 조진상 교수는 ‘빛가람혁신도시와 주변지역의 상생발전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빛가람혁신도시는 쾌적한 주거, 쇼핑 기능을 통한 도시의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고, 나주 구도심지역은 역사성, 문화성의 적극적인 보전·관리를 통해 지역아이덴티티의 증대를 추구하여야 한다. 혁신도시는 행정, 교육, 연구개발 등 도시성장경제위주로, 구도심지역은 서민경제, 문화·역사, 위락·관광 위주로 도시발전방향을 설정한다. 혁신도시는 ‘빠른 도시’,‘낮의 도시’, ‘현대적 도시’로, 나주구도심지역은 ‘느린 도시’, ‘밤의 도시’, ‘역사문화도시’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재태(자치분권나주연대 정책교육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