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좌파 목수정의 철들지 않는 세상 읽기”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 방불 때 파리에서 재불 한인·유학생 100여명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한인 일동’이 주최한 집회였는데, 이 책의 작가 목수정도 그 일원이었다.

‘생활좌파’ 감성좌파‘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재불 작가 목수정이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마속까지 정치적인‘, ’야성의 사랑학‘ 등을 쓴지 3년 만에 《월경독서》를 냈다.

월경(越境)이란, 사전적으로는 ‘국경이나 경계선을 넘는 일’이지만 저자가 정의하는 단어와 의미는 보다 광범위하다. 스물세 살, 첫 해외여행의 기억은 ‘삶의 반경이 넓어지고, 시야가 확장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질문을 운명처럼 발견하게 됐고, 목수정은 연애하듯 책들을 탐닉하며 나름의 답을 구했다. ‘내가 이해하는 세상이 늘어나는 것, 결국은 나를 확장하는 것, 나를 확장하는 것은 곧 내 행복의 지형을 넓히는 것이리니.’ 이후 저자는 앎을 넘어 삶으로 월경을 수용했고, ‘새로 디딘 땅 끝에서 낯선 자극들이 일깨워줄 내 안의 간절한 욕망을 더듬어내고, 확장된 나를 통해 더 많이 관용하고, 더 뜨겁게 포옹’하며 살고자 했다.

책 《월경독서》는 목수정의 자유롭고 행복한 오늘이 크고 작은 월경의 기억들이 선사한 감동과 화해의 축적임을 재확인한다.

전작 등에서는 편견을 뛰어넘은 대안적 삶을 제시한 목수정이 이번에는 ‘월경(越境)’을 실천하라고 제안한다. 바로 경계를 뛰어넘는 독서를 제안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각종 편견, 관습, 규범, 문명 등을 두루 포괄하는 경계를 넘어선 뒤 비로서 자아를 만나고, 타인을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일의 즐거움을 역설한다.

《월경독서》는 저자가 30여 년간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읽었던 책들 가운데 근본을 뒤흔드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나 삶의 지평을 열어준 인연들을 엄선해 사유를 정리한 글이다. 평소 즐겨 읽는 문학과 인문도서 외에도, 이란 소녀의 성장기를 통해 이란 현대사를 생생하게 기록한 만화 ‘페르세폴리스’에서부터 권위의 세계에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대적했던 시인 장정일의 시집 ‘서울에서 보낸 3주일’, 우주 지성과 감성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해낸 과학교양서 ‘우주로부터의 귀환’까지 장르가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또 10대에 만난, 낯선 어른들의 세상‘을 눈뜨게 했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부터 20대 가을 ’다른‘ 삶에 대한 가능성을 깨닫게 했던 ’가면고‘, 읽을 때 마다 새로운 충격과 감동을 선사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저자가 지난 30여 년간 치열하게 탐독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목록에는 권정생의 ‘몽실언니’, 김우창의 ‘심미적 이성의 탐구‘, ’이사도라 던칸‘ 자서전, ’엥겔스 평전‘, ’미국 민중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 17권이 실려 있다.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연재했다.

그는 독자들이 이 책에 있는 목록들을 찾아 읽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 가슴을 쿵 울렸던 책들을 찾아 자신만의 독서목록을 뽑으면서 각각 심기일전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화 영역과 진보정당 활동을 병행해 온 그에게 누군가는 ‘감성좌파’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는 ”삶의 즐거움과 문화적 욕구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좌파적 행동을 하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이라면서 ”그런 점에선 ‘생활좌파’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다“고 했다.

누구나 살면서 시험을 당하듯 숱한 질문 앞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다행인 점은 유효적절한 시기에 근사한 책들을 만났고, 의미 있는 가치들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남들보다 조금 ‘다른‘ 삶을 선택한 저자가 맞섰던 질문의 무게와 독서를 통한 찾은 답들을 한 번 따라가 보자. 목수정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 30대에 국경을 넘어 파리로 떠났다. 거기에서 스물두살이 많은 프랑스 예술인과 비혼으로 아이를 낳았다. 2003년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국립발레단을 거쳐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파리에 거주하며 ’한겨레 21‘, ’경향신문‘ 등에 칼럼을 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