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태 논설위원

첫 번째 위기, 광주시의 혁신도시 중심축 이전 요구
광주시, 금천면 동악리에서 산포면 지석천 방향으로 2.5㎞ 북상 요구
혁신도시 개발효과 광주로 흡수하려는 의도, 전남도와 나주시 강격 반발
두 번째 위기, 혁신도시 효과 3배 부풀렸다 의혹 제기
정권 바뀌면서 참여정부 추진한 혁신도시 조성 사업 물거품 우려
공공기관 이전효과 과장 여론몰이, 혁신도시 험난한 여정의 신호탄

'영산강 르네상스'를 이끌 혁신도시 조성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15개 이전기관 중 14번째로 이달중 신사옥을 착공하는 등 한전을 비롯한 이전기관들이 신사옥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나주행(行)을 서두르고 있다. 명품도시로의 비상을 꿈꾸는 '혁신도시의 꿈'이 점차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정착에 노력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주혁신도시의 밑그림은 어떻게 그려졌고, 지금은 어떤 모습이며 또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20회 기획연재 ‘혁신도시, 빛가람에서 길을 묻다’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혁신도시 중심축 논란

2005년 11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로 나주가 확정되면서 축제 분위가 무르익고 있을 때 첫 번째 위기가 찾아 왔다.

전국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시ㆍ도의 협력으로 추진된 광주ㆍ전남 공동혁신도시가 본격 조성을 앞두고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시의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광주 몫의 한전을 나주로 이전키로 한 공동혁신도시 구상과 관련해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상대후보들의 정치공세가 거세졌다. 이를 의식한 박광태 시장은 언론을 통해 혁신도시 입지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광주시는 나주시 금천면 동악리를 중심으로 계획돼 있는 혁신도시 중심축을 광주시계(市界)를 이루고 있는 지석강 쪽으로 옮겨줄 것을 전남도에 요구해왔다.

광주시가 이 같은 중심축 이동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혁신도시 입지를 양보한 만큼 중심축을 광주 방향으로 이동시켜 인구 유입과 건설경기 등 혁신도시 관련 효과를 흡수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특히 박광태 광주시장은 직원정례 조회에서 “공동혁신도시와 시 사이에 새로운 산업단지를 조성, 광주ㆍ전남이 공동으로 산업을 육성시켜 나갈 것”이라며 “새로운 산단이 조성되면 항공과 로봇, 가전산업 등 21세기 첨단 미래산업을 입주시킬 것”이라고 밝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광주시가 공동혁신도시와 관련해 이처럼 논란을 제기한 것은 광주와 함께 나주ㆍ화순ㆍ담양ㆍ장성 등 4개 전남지역 자치구를 통합하는 250만명의 ‘신광주 메트로폴리탄’ 건설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실제 박 시장은 민선4기 취임식에서 장성-나주, 나주-화순 등 광주시 외곽도시를 연결하는 제 3순환도로 건설계획을 밝혀 광주시의 광역화 의도를 나타냈었다.

광주시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전남도와 나주시는 강력히 반발했다.

전남도는 기자회견을 갖고 “당초 시ㆍ도지사가 합의한 대로 혁신도시 건설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광주시의 요구를 거부하고 나섰다.

신정훈 나주시장도 성명을 내고 “혁신도시와 광주시 사이에 새로운 산단을 조성하고 혁신도시의 중심축 이동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혁신도시의 효과를 흡수하겠다는 광주시의 의도를 나타낸 것”이라며 “중심축 이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정훈 시장은  박광태 시장을 만나 강력히 항의했다.

“혁신도시가 나주시 금천면으로 확정된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이제와 입지를 변경한다면 주민들의 반발은 어찌할 것이며 행정의 공신력은 어떻게 설명해야하는가?” 간곡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박시장의 태도는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만약 광주시의 의도대로 이미 결정된 입지가 변경된다면 엄청난 주민들의 반발은 물론 공동혁신도시 건설도 차질이 불가피한 일이었다.
박시장과 만난 뒤 신 시장은 곧 바로 도청 기자실로 직행했다.

“만약에 광주시의 안대로 혁신도시의 입지가 변경된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을 경고하면서 나주시의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결국 뜨거운 현안에 2006년 7월4일 시도지사가 만났고 공동혁신도시 중심축은 당초 입지선정 당시 예정지였던 나주시 금천면 동악리 일대로 합의했다.

광주시가 제안했던 '나주시 산포면 지석강 인접지역(당초 예정지로부터 2.5㎞ 북상)으로의 이동(안)'이 받아 들여 지지 않은 것이다.

공동혁신도시 중심축을 이동할 경우 비상활주로와 공군탄약고, 국도 1호선에 따른 도시 양분화, 상습침수지역 등 한계가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또 입지선정위원회가 시-도지사 합의나 현장실사 등 사실상 행정행위를 거쳐 왔다는 점에서 당초 입지선정 절차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주시가 강력히 저항하지 않았다면 추진력 강한 박시장의 뜻대로 공동혁신도시의 중심축이 변경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광주시와의 갈등을 순조롭게 마무리 짓고 나주시는 토지보상에 속도전을 냈다. 정권이 바뀌면 혁신도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설득 했다. 한편으로는 토지개발공사에 "이렇게 보상에 소극적이면 나주는 혁신도시 못한다" 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결국 나주는 전국의 혁신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보상을 마쳤다. 보상도 원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되었고, 정권이 바뀌기 직전인 2007년 11월8일 마침내 나주에서는 혁신도시 기공식을 할 수 있었다.

상생의 터전!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 첫 삽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 건설사업 기공식은 제주, 경북, 경남 혁신도시에 이어 4번째였다.

“상생의 터전” 이라는 슬로건으로 개최된 이날 기공식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용섭 건교부장관, 이민원 균형위원장,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등 정부 관계자, 이원걸 한국전력사장 등 17개 이전공공기관 임직원과 지역주민 등 1,500여명이 참석하였다.

2005년 11월 혁신도시 입지선정, 2006년 개발구상 수립에 이어 2007년 3월 지구지정, 2007년 10월까지 개발 및 실시계획 수립의 절차를 거쳐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전국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2개 지자체에서 협력하여 추진되는 점을 강조하여 광주와 전남지역의 상생발전을 염원하는 상징화 교환식 및 상생 혁신도시 퍼포먼스와 광주시장·전남지사의 환영인사, 대통령 축사, 기념발파 등을 갖고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의 착공을 대내외에 선언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나주에서 열린 기공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광주·전남 혁신도시 가장 성공적인 혁신도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는 광주·전남 혁신도시가 가장 성공적인 혁신도시가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성공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는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 혁신도시를 공동으로 건설하는 특별한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멀리 내다보며 수준 높은 협력을 이뤄낸 이러한 역량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성공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광주·전남 혁신도시는 전국 10개의 혁신도시 중에 가장 큰 규모입니다. 그만큼 파급효과도 클 것입니다. 관련된 민간기업이 함께 내려오고, 이들이 지역대학과 클러스터를 형성해서 기업생태계를 만들면 이곳은 서남권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훌륭히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주시민을 대표해 신정훈 시장도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짧은 연설을 했다. 간단명료했지만 참석자들에게 강한 감동과 인상을 남겼다.

“존경하는 노무현대통령님 그리고, 시도민 여러분, 내외귀빈 여러분 오늘 저희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기공식에 즘해서 새로운 국가 균형발전을 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국가균형발전 그리고 지방에도 희망이 있는 나라 만들기 위해서 노심초사 고생해주신 대통령님께 다시 한번 10만 시민과 함께 뜨거운 박수로 감사에 인사 올리겠습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앞장서서 참여해온 시,도민 여러분과 함께 나주시민들은 이곳 공동혁신도시가 이전기관 임직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와서 살고 싶은 훌륭한 인정 넘치는 명품도시를 꼭 만들어 내겠습니다”

“정권 바뀌면 혁신도시는 물거품?”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는 2007년 7월 2일 나주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추진 현장을 방문하고 시.도 상생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공동혁신도시의 변함없는 추진과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 혁신도시 예정지를 찾아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로부터 간단한 브리핑을 받은 뒤 혁신도시 조성사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 후보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는 시.도 상생의 모범사례로 들었다"며 "혁신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족기능을 갖춰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과 생산, 고용이 함께 이뤄져 가족들이 완전 이주해 5만 이상의 도시가 될 때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후보는 또 "정권이 바뀌면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도시 조성 사업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일부의 우려가 있으나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행정의 일관성과 연속성 차원에서 혁신도시 조성사업은 변함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신정훈 나주시장으로부터 공동혁신도시 조성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광역교통망 체계가 조기에 갖춰질 수 있도록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받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하기로 계획한 기관들도 주춤했다. 심지어 한전KPS연수원 이전계획은 나주시와 실시계획 협약을 맺었는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한전사장을 만났다. “이전한다. 할 거다” 말은 하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혁신도시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다.

혁신도시 효과가 부풀려졌다?

대통령이 미국 순방중이던 2008년 4월15일, 조중동을 비롯한 중앙언론은 일제히 감사원 내부보고서를 인용 '혁신도시 이전 효과 3배 부풀려졌다"는 내용을 대서특필한다.

보도된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감사원이 참여정부가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혁신도시 추진실태’를 사전 조사한 결과 부가가치 증가 효과를 부풀려 발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내부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건설교통부, 국토연구원이 혁신도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연간 1조3000억원 정도인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부가가치 증가 효과를 4조원대로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은 2004년 6월 균형발전위 지시에 따라 안양대 조규영 교수팀에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부가가치 증가 효과 조사를 의뢰했고, 조 교수팀은 지방의 부가가치 증가 효과는 1조3000억원이고 수도권의 부가가치 감소분 1조원을 제외한 순증가분은 3000억원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발전위는 국토연구원 측에 지시해 190개 공공기관과 관련업종, 직원 가족이 모두 이전한다는 가정 아래 4조원의 부가가치 증가 효과를 담은 새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를 토대로 2004년 국토연구원 연구 결과로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내부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 협력업체의 84%가 이전 의향이 없는데다 직원과 가족의 동반 이주율이 낮은데도 100% 이전으로 가정했고, 서비스산업 이전 효과도 중복 계산했다”며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부가가치 증가 효과가 과장됐다”는 것이다.

혁신도시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이재태(자치분권 나주시민연대 정책교육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