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본질과 다른 자극적 내용 자제해야

나주 시민들이 초등학교 여학생이 납치돼 성폭행당한 사건을 각종 언론보도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시민들은 “지역이름이 여과 없이 노출되면서 지역 이미지 추락 등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시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사건 발생 이후 지역을 나타내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나주성폭행사건’, ‘나주 제2의 조두순’ 등의 제목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인터넷이나 SNS(소설네트워크서비스)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피해 학생의 거주지는 물론 PC방, 사건현장 등이 여과 없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으며 피해학생이 다녔던 학교와 사건과 관계없는 곳까지 무차별적으로 보도에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주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나주’ 지명이 계속 거론, 강조되면서 피해학생과 가족뿐만 아니라 주민들까지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의 심리상태, 가정주부가 납치 살해됐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나주가 범죄의 도시처럼 묘사돼 지역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는 것이 시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지난 2008년 안산에서 발생했던 조두순 사건이나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했던 김길태 사건 때와는 대조적이다. 두 사건의 경우 지명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현재까지도 ‘조두순 사건’과 ‘김길태 사건’으로 불러지고 있다.

이에 나주시는 각 언론사와 취재기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사건발생 지역인 나주가 너무 많이 뉴스에 등장하면서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은 보통명사가 돼버렸다”면서 “앞으로 지역의 명예를 감안한 보도를 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어서 사건 전말과 문제점, 대안제시 등이 필요하겠지만 ‘나주’라는 지명이 계속 거론돼 지역민들이 크게 상처를 받고 있다“면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어린이 성폭행 사건’ 등이 용어를 사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민들도 “태풍으로 출하 직전의 배가 80% 이상 떨어져버려 지역 민심이 다른 때보다 무척 거칠어졌다”며 “지역이름 거론을 되도록 자제해 주면 좋겠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성훈 시장은 “유사사건이 발생했던 다른 지역의 경우 하루, 이틀이며 언론이 지역 이미지 실추를 고려한 보도를 해왔다”면서 “사건발생 이후 지금까지 보도를 하면서 이런 관행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