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정책보다 중·장기적 전략마련 ‘시급’

한·미 FTA 비준안이 지난 11월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내년 1월 발효되면 국내 농어민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축산업계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잇는 가운데 전남지역 각 지자체가 발 빠르게 농업분야 피해예상 산출과 더불어 자체 대응대책 마련에 분주하고 있는데 반해 나주시는 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광군을 비롯해 함평군, 완도군 등 전남 지자체 10곳에서는 지역 농업 및 어업의 피해 산출과 자구책 등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인 예산을 편성하는 등 한미FTA 발효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나주시는 “전문기관의 피해 예상 자료가 나오지 않아 대책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만 밝혔다.

축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축사현대화시설 지원사업만 편성했을 뿐이다.

과수분야에서는 오히려 과수 고품질 생산 현대화사업, 과실생산기반조성사업, 과원정비사업 등의 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136%나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영광군은 지난달 24일 ‘한미FTA 대웅방안 및 보완대책 마련’을 위해 주요관계자 긴급회의를 개최했고 정기호 군수는 “축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지리적표시 등록을 획득한 청보리한우를 더욱 고급화해 나가도록 해썹(HACCP)시설을 확대하고, 황금보리돼지를 육성하는 등 친환경 녹색축산을 실천하여 돈 버는 축산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영광군은 2012년부터 조사료생산기반확충사업 등 축산분야에 370억원, 과수분야에 5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난 2004년 4월 발효된 한-칠레 FTA는 한국이 외국과 체결한 첫번째 FTA 조약이다. 1998년 첫 대상국으로 칠레를 선정한 이래 4년여에 걸친 협상 끝에 2002년 10월 협상이 타결돼 2년여가 지난 2004년 2월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되고 2달 뒤 발효됐다.

그 후 7년, 정부는 국내에 큰 피해는 없는 반면 수출은 늘었다며 홍보하고 농민들은 포도농가 등이 피해를 입고, 최근 국회에서는 칠레 와인 값은 오히려 올랐다는 주장도 나왔다.

때문에 시장 규모가 훨씬 큰 미국과의 FTA는 그 충격이 클 것이란 게 일반적인 주장이다.

급조된 즉흥적 사업보다는 지역 농업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중·장기적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FTA 농업분야 주요 내용은?

쌀은 협상대상에서 제외됐다. 축산물은 쇠고기 관세 폐지기간을 장기화했다. 쇠고기(관세율 40%)는 15년간 관세폐지 및 세이프가드를 설정했다. 농산물 세이프가드는 수입물량이 일정물량 이상 증가할 경우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냉장 삼겹살·목살(22.5%)은 10년간 관세폐지 및 세이프가드 설정됐다. 냉동육(25%), 냉장육(22.5%), 가공돈육(27～30%) 등은 오는 2016년 1월1일 관세가 폐지된다.

낙농품은 관세 철폐기간을 장기화하는 조건으로 무관세로 일정 물량을 제공한다. 혼합분유(관세율 36%)는 10년간 관세폐지, 치즈(관세율 36%)는 15년간 관세폐지 및 무관세 물량 7,000톤 제공, 버터(관세율 89%)는 10년간 관세폐지 및 무관세 물량 200톤 제공이다. 발효년도 다음부터 무관세 물량을 매년 3% 증량한다.

고추·마늘·양파는 15년간 관세폐지 및 세이프가드를 적용한다. 과수 분야중 사과, 배, 오렌지는 관세폐지 장기화 또는 계절관세(성출하기에 현행 관세유지)를 적용한다.

수산분야는 수산물 시장의 상호개방을 원칙으로 하되, 미국 생산량이 많고 국내 어종과 유사성이 높은 고등어, 민어, 넙치류, 명태 등의 관세를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폐지한다. 냉동고등어, 냉동 민어, 냉동 넙치류(관세율 10%)는 12년에 걸쳐 관세를 폐지하고 냉동 명태(관세율 10%)는 15년간 관세를 폐지한다.

다만, 정부는 지속가능한 어업 생산환경 구축을 위해 친환경어구 보급 확대, 자율관리 어업육성을 비롯해 생산비 절감 및 투자확대를 위한 세제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