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에 집중 설치 통행 불편만 초래

전기차 상용화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나주시가 관련 조례도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로 곳곳에 전기차 표시판을 무분별하게 설치해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30일 나주시에 따르면 도비와 시비 등을 투입해 시내 주요간선도로를 비롯한 곳곳에 100여개가 넘는 저속전기차 관련 표시판을 설치했다.

이 표시판은 저속전기차와 콘센트 모형이 혼용되어 시민들은 자칫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실정이다.

▲ 저속전기차 표시판. 그림으로 보아서는 어딘가에 충전시설이 있어야 한다. 관련조례도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속전기차 도로만 지정하고 있다.

동점문 일원에 설치된 전기차 표시판은 이 같은 표시판 외에 우회전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표시판이 멀지 않은 곳에 설치되어 있어 나주가 전기차 상용화에 도달한 것처럼 느껴진다.

전기차가 자동차관리법에 의해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으려면 조례로 다닐 수 있는 도로를 규정해야 한다. 법을 고쳐 도로주행을 허용하면서도 도로지정은 지자체장의 재량에 맡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조례를 통해 전기차 도로를 지정한 지자체는 없다.

또 전기차가 상용화되려면 충전시설을 갖추는 것 역시 활성화를 결정지을 중요 요소다, 'e존‘은 가정용 콘센트에 꽂아 충전할 수 있게끔 설계됐다, 그렇지만 아파트형 구조에서 충전용 콘센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 등 대형건물의 주차장 기둥벽에 콘센트를 설치할 수 있지만 과금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나주시는 전남도와 함께 갈 길이 먼 전기차 표시판 설치에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구나 그림 역시 시민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충전을 시켜야 할지 도로를 통행해도 되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상용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기차가 다닐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며 인충전시설, 도로표시판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순서다.

시민들에게 혼란만 초래하는 전기차 표시판. 세워두기도 철거하기도 애매한 실정에도 괜한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