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6인이 뽑은 이 시대의 숨은 명저들

출판계에는 매년 4만종의 신간이 출간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중 소위 ‘대박’을 치는 책은 10권 내외다. 학습서 2만종을 제외하더라도 독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책들이 2만여종이나 된다는 얘기다. 이 책들은 결국 관심을 못 받은 대가로 절판이라는 형식으로 ‘죽음’을 맞아 사라진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베스트 책’이 아니듯 ‘죽은 책’도 ‘안 좋은 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알아보는 사람이 적을 뿐….

최근 이런 숨겨진 양서들을 모은 책을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표제 역시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이다.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베스트로 인정받아 마땅할 책,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을 선정 해 보자’란 취지로, 값어치나 의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되거나 아예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묻혀 버린 양서들을 발굴해 냈다.

무덤을 파내어 발굴한 책이라고나 할까.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지난 10년 동안에 정말 좋은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점차 잊혀져가는 양서들을 찾아 그런 책들을 소개하는 책을 만든 것이다. 이 책을 발간한 출판사는 우리나라에서 글쓰기로 유명한 46인을 추려내 그들에게 지난 10년 동안에 놓쳐서는 안 될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여 48권을 최종 선정했다.

강수돌, 강신주, 우석훈, 듀나, 장석주, 정혜훈, 홍기빈, 하지현 등 46명의 국내 분야별 전문가와 전문 서평가가 참여해 문학, 인문, 사회, 국제경영, 과학, 문화 등 6개 분야로 나눠 각기 심도 있는 서평을 했다. 각각의 글에는 더 읽어 보아야할 책도 소개하고 있다.

선정기준을 보면, 작업에 참여한 필자들은 먼저 아까운 책 후보로 소중히 여기는 책 서너 권씩을 추천했다. 충분히 조명 받지 못한 책을 우선한다는 기준으로,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분야별 밀레니엄 베스트 도서 목록(2010년까지 발간한 도서 가운데 분야별 베스트셀러 100위까지의 집계)과 대조하여 순위에 들지 못한 책들 가운데 최종적으로 필자가 한 권씩의 아까운 책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도저히 한 권만 고르기가 어렵다며 두 권을 고른 필자도 있어 결국 필자들의 면면만큼이나 다양하고 개성 있는 48권의 ‘아까운 책’이 탄생했다.

학계별 전문가들이 뽑은 양서인 만큼 각 분야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담긴 책들이 가득하다. 특징은 문학, 인문, 사회, 경제·경영, 과학, 문화·예술 등 독자의 필요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분야별로 나눴다는 점이다. 더불어 책에 대한 해설과 서평은 기본, 전문가들의 각 삶에 끼친 영향 등을 담아 ‘이 책을 왜 읽어야 되는지’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여기에 실린 대부분의 책들은 독자들의 사랑을 못 받은 책이기에 대부분 낯설고 생소하지만 제목과 작가들은 하나같이 친근하고 포근하다. 강수돌 교수가 추천한 〈노동을 거부하라〉는 요즘 한진중공업 사태와 맞물려 노동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의미에서 꼭 읽어볼 만한 책이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 미술을 이해하기 쉬우면서 전문성 있게 다룬 〈현대미술의 이해〉도 가슴에 와 닿는다. 거기에 ‘88만원 세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석훈 2.1 연구소장이 추천한 〈경제학 3.0〉은 요즘처럼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거라고 본다.

《지난 10년, 놓쳐서는 안 될 아까운 책》 출판 관계자는 “신간 가운데 가치를 충분히 평가받지 못한 훌륭한 책을 골라내고 서평을 써서 독서를 위해 길 안내를 해 주는 것이 ‘아까운 책’의 기본 콘셉트”라면서 “이 책 한 권만으로도 한 해 출간된 도서의 정수를 확인하고 책에 반영된 시대의 흐름을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는 이 책을 계기로 해마다 3∼4월에 ‘아까운 책’을 정해 발간할 계획이다.

이 책에 수록된 책들은 숨 가쁘게 지나온 21세기 10년간의 변화와 사회적 맥락을 짚어 주는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책들이라 할 수 있다. 서평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주요 흐름, 지식의 발전 궤적과 시대의 고뇌가 한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