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농가경제 타격, 농심 폭발”

정부가 인위적인 농산물 가격 인하를 통해 물가 안정을 추진하려는 것에 대해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10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농수축산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물가 안정을 담보로 농산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농업·농촌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농산물 가격은 ‘양날의 칼’로 가격 상승시 물가를 불안하게 한다고 하지만 하락할 경우 농가경제는 큰 충격을 받는다”며 “하지만 정부는 농산물 가격 하락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농수축산연합회는 “농업을 경시하는 이 같은 정책이 계속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로 악화돼 있는 농심을 폭발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민단체 26곳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농민연대도 ‘물가 안정에 협조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수확기 대책자금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비판했다.

이에 앞서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나달 15일 농협 등에 내려 보낸 ‘물가 안정 협조 RPC 벼 매입자금 추가 지원계획’ 공문을 통해, 2010년산 쌀을 올해 6월20~30일 평균 판매가격보다 3% 이상 인하해 판매하는 RPC에 수확기 대책자금 중 1,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농민연대는 “몇년 동안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이 고통을 당할 때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다가 최근 쌀값이 소폭 상승하자 마치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내몰며 쌀값을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성명서를 통해 “정부에게 농업과 농민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며 “정부는 쌀값 하락을 유도하는 계획을 철회하고 안정적인 식량자급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전농은 6월25일 기준 쌀값은 15만4,748원(8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 올랐지만, 2008년 산지 평균가격(16만2,312원)보다 4.7% 낮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쌀값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수입쌀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지난 5월 10만8,000원(80㎏ 기준)이던 미국쌀이 7월4일 이후엔 6만4,000원으로 40.7% 떨어졌고, 중국쌀은 같은 기간 동안 10만5,600원에서 6만원으로 43.2%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농민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농산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는 것은 시장질서를 왜곡한 것”이라며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는 농업생산비는 방치하면서 농산물 판매가격만 떨어뜨리는 것은 농가소득 안정화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