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픔…40년 수행 ‘좌충우돌’ 담은 법문집

“봉은사에 즐거이 갇혀 지내면서 많은 일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일요법회를 통해 신도들과 만난 일이다. 나는 신도들이 새로 온 주지가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봉은사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 궁금해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 책은 그때 법문 형식으로 이야기 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책을 내면서 중에서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세상을 뜨겁게 달군 명진 스님이 스님 자신의 수행 이야기 《스님은 사춘기》를 펴냈다. 그 동안 현 정권과 불교계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뱉어낸 명진 스님의 첫 법문집인 만큼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책이다.

이 책은 명진 스님이 일요 법회 때마다 신도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삶을 법문 형식으로 이야기 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어린 시절 새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다니던 이야기와 고통과 상처를 겪으며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사춘기, 스님을 만나 ‘나는 누구인가’ 고뇌 끝에 해인사로 출가하게 되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후 40년 동안 구도의 길을 걸어 온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질문하며 마음속에 있는 힘을 빼고 ‘내려놓음’으로서 무한한 지혜와 자유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어머니와 동생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고통을 통해 부처님 법을 만났고, 그 고통을 스승으로 삼아 치열하게 구도자의 길을 걸어 온 명진 스님. 스님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마음에서 힘을 빼라!’는 것이다.

‘마음에서 힘을 빼라’는 것은 마음을 비우라는 뜻이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모든 고정관념, 오랫동안 익혀온 지식과 정보, 길들여져 있던 습관, 이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그라면서 스님은 마음에서 힘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스님은, 나는 누구인지 아는가? 모른다. 그러나 그 알 수 없는 물음으로 끝없이 몰입해 들어가 보라. 묻고 또 묻다 보면 내가 ‘안다’는 생각이 모두 비워지면서 내가 정말 ‘모른다’는 생각만 오롯이 남아 있게 된다. 그렇게 모든 앎이 끊어지고 완전히 힘이 빠진 자리, 그 완벽한 비어짐의 자리에서 우리는 무한한 지혜와 자유를 얻게 된다고 한다. 

특히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참선은 신비롭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요, 깊은 산중의 선방에 앉아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언제 어디서나 ‘나는 누구인가?’,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과연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가?’ 하고 물으면 그것이 바로 참선이고 수행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어머니의 죽음은 나를 출가로 이끌었고 동생의 죽음은 내개 수행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며 “두 사람은 나를 수행자로 만들기 위해서 이 세상에 왔다간 불보살들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죽음보다 큰 스승은 없고, 더 절절한 화두는 없다고 했다. 스님은 그 이유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통해 삶의 무상함을 느낄 때 비로소 공부가 시작”되기 때문이라. “왜 무상한 것에 집착하면서 괴롭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진실한 물음이 바로 삶과 죽음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명진 스님은 수좌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송광사, 해인사, 봉암사 등 선방에서 40안거를 성만했으며, 이 와중에도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치열한 역사의 현장에 서 있었다. 2006년 봉은사 주지를 맡은 후 천 일 동안 산문을 나서지 않고 매일 천 배씩 절을 하며 봉은사의 수행기풍을 바로 세우기도 했다. 재정투명화를 선언하며, 불전함 열쇠를 신도들에게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스님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은 세간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로 인해 비난과 환호가 끊이질 않았지만, 중생(衆生)들과 사부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가 언제나 스님과 함께 했다. 스님의 법문이 세삼 그리워지는 5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