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지식인, 김선주 칼럼집!

언론인 김선주가 그동안 써온 글들을 추려 책으로 펴냈다. 김선주는 언론계에서 철저한 준비를 거쳐 밀도 높은 칼럼을 쓰는 언론인으로 유명하다. 그의 문장은 간결하고 정확하면서도 문학적 향기가 느껴지며, 세상의 부조리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서평에서도, 그의 글은 우리 삶의 문제를 끌어와 공감을 얻어 낸다는 평이다. 

김선주는 1969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6년, 1988년 〈한겨레〉 창간에 참여한 이후 20여 년간 기사와 칼럼을 써온 지 40여 년 만에 펴내는 첫 책이다. 보편적인 언어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상식을 바탕에 두되, 시대의 핵심적 문제를 꿰뚫어 보며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명칼럼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네 편 내 편 가려, 반대편 상대를 향해 내리 꽂는 한방을 휘두르는 시평(時評)의 진부한 형식을 거슬러, 김선주의 글에는 발밑을 굽어보며 시작되는 성찰의 긴장감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향한 시선이 두루 걸쳐 있다.

내말과 글만 옳다는 승부형 글쓰기가 아닌, ‘성찰과 상식에 기댄 내 생각은 이러하다’고 던지는 김선주의 소통형 글쓰기에 오랜 세월 공감해온 많은 사람들은 김선주를 우리시대의 대표적 여성지식인이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적지 않은 글들이 당대의 현실에 대해 시시비비를 던지는 서평의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오래전 글과 최근의 글이 서로 성김 없이 적절히 어울리고 호응한다. 책에 실린 주제는, 사람답게 사는 삶, 경제, 정치, 남북관계, 여성, 결혼, 교육, 노년, 언론, 그리고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던 사람 이야기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 칼럼집에 실린 모든 글을 관통하는 화두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인가?”. 그는 더 나은 개인의 삶,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개인과 세상의 관계를 소망한다. 그는 “뒤뚱뒤뚱 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늘 무한한 질문을 던지며 실천한다.

특히 김선주는 글을 쓰기 전 먼저 어려 개의 칼럼 주제를 준비한다고 한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제를 정한 후에는 같은 주제로 여러 버전의 글을 쓴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양심에 거리낌은 없는지, ‘세월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을 것인지’ “10년 전에 쓴 글과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상관관계”를 곱씹고, “10년 뒤에도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을지”를 자신에게 되물으며, 고치고 또 고쳐 쓴다고 했다. 그렇듯 김선주의 글은 눈앞의 시류에 기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냉철한 원칙과 양심에 바탕을 두고 한 글자 한 글자 생각을 다듬어 낸 결과물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선주의 ‘메니아 독자’였으며 언론인에서 정·관계로 ‘존재를 이전’하라는 수많은 권력으로부터 ‘유혹’을 뿌리치며, 그가 “마지막까지 언론인으로 남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책의 마지막 장인 ‘나를 키워준 8할은 사람은’ 김선주씨가 인생의 스승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늘 닮고 싶었던 로맨티스트 이모, 한국전쟁 직후 ‘빨갱이 사냥’으로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난 소설가 이문구, 예전 직장인 〈조선일보〉 선배였던 이규태씨,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전해준 아버지 등의 이야기가 아련하게 펼쳐진다.

김선주는 이 책 후기에서 “글을 쓰면서 항상 괴로웠다. 이 글이 진실과 정의로움에 부합한 것인가.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역사에 올바로 동참하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가, 회피하거나 비겁하게 외면 한 점은 없는가, 세월이 지나서도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를 매번 곱씹었다. 법정에서 반대신문을 하듯 스스로에게 다짐과 질문을 되풀이 했다. 가벼운 이야기든, 무거운 이야기든 한 번도 쉽게 씌어진 글은 없었다”고 말했다.

두고두고 음미해 볼만한 글들이 수두룩하게 적힌 책이 이 책이다.

▶ 편집실수로 지난주 추천도서 《욕망의 아내》 책표지가 잘못 나온 걸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