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를 넘어서는 섹스의 심리학!!

《욕망의 아내》는 비(非)일부일처 관계의 독특한 성생활 방식을 탐구한 책이다. 배우자간 성적으로 독점적 권리와 의무를 갖는 일부일처제 관계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낯설지만, 비일부일처 관계의 성 문화는 놀라울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며 세계 모든 문화권에서 발전될 만큼 다양하다. 비일부일처 관계의 성생활 방식을 방대한 조사와 이런 생활 방식을 영위하는 부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은 왜, 어떻게 그런 문화를 받아들였는지, 진화를 넘어서는 그들의 심리는 어떤 지형을 갖는지, 이 생활방식이 일부일처제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등 흔치 않고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행위에 대한 심리학적, 사회학적, 진화생물학적 토대를 탐구한다.

책 표지를 보면 꽤 선정적이다. 하지만 ‘욕망하는 아내’, ‘뜨거운 아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듯 채털리 부부와 같은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남편과 그에 반해 젊고 욕정으로 가득한 아내가 등장하지도 않으며, 매혹적인 아내를 자랑하고 시종에게 아내의 침실을 엿보게 하는 고약한 취미를 가진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도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마약이나 알코올에 흠뻑 취해 즉흥적으로 몸을 섞거나 하늘 아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모두가 뒹구는 난교 파티 따위를 상상했다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실망하고 말 것이다.

미국에서 임상심리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레이는 2005년 인터넷을 통해 ‘핫와이프(Hotwife)'라는 이름 아래 성적 교류를 일삼는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다.

주로 동명의, 혹은 거기에서 약간의 변형을 거친 제목을 단 웹사이트들에서 서로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대상을 물색해 ’아내 나누기(swinging, 말 그대로 아내를 다른 남자와 성적으로 나누는 행위)‘에 이르는 해괴한 현상은 날로 증가하는 듯 보였다. 저자는 도대체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즐겨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그는 ‘아내 나누기’를 하는 사람들은 성적으로, 정신 병리적으로 문제를 지닌 이들일까. 아니면 ‘아내 나누기’는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얻고자 ‘아내 나누기’에 나서는 사람들로부터 실제 사례들을 수집했다.

저자인 데이비드 레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아내 나누기를 하는 사람들(스윙어)은 보통 성, 성 역할 관계에 있어서 매우 개방적이고 자유주의적이며, 전문직과 경영직에 종사하는 등 소득과 교육수준에서 모두 평균 이상을 보였다. 또 활기 넘치며 적극적인 성격들을 지녔으며 대개 나이가 많고 자녀를 둔 부부들로서 몇 년에서 몇 십 년의 결혼생활 끝에 서로에 대한 견고한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적 모험을 즐기기 위해 ‘핫와이프’의 세계에 들어선 경우가 많았다.

예상과는 달리 남편의 강제는 없었고 대개의 경우 아내가 먼저 제안했으며, 둘 다 흡족해할 대상자, 특히 남편은 아내에게 위협적이지 않을 대상자를 고르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들에게서 “광란, 난교 등 극단적인 성행위를 발견할 것이라 믿으면서 연구에 접근” 했지만, 핫와이핑을 자유롭게 즐기는 숱한 부부들은 저자의 이런 우려와는 상반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책 별도 페이지에 실린 ’막간 이야기‘는 실제 사례를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데, 대다수 부부들이 핫와이프 이후 “사랑이 더 깊어졌다”는 등 관계의 진화를 증언하고 있다. 또한 핫와이프를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비(非)일부일처 관계를 지향하는 부부들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안정적인 일부일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책은 다양한 섹스 유형을 관찰하면서 관계와 상호 존중의 가치를 발견해 간다. 결국 다양한 성행위 행태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한 방편이란 얘기다. 이 도발적인 주장을 우리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어른들의 것이다. 성적 호기심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