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의 이면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

《에베레스트의 진실》은 저자 마이클 코더스가 에베레스트 등반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을 비판적 시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저자는 신문사 통신원 자격으로 두 번에 거쳐 에베레스트 등반대에 참여하지만 올라갈수록 에베레스트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변모했음을 깨닫는다. 산 정상에만 올라갈 수만 있다면 뭐든 마다하지 않는 이들, 조난당한 이를 구하지 않는 사람들, 고객을 우롱하는 가이드와 셰르파, 엉터리 산소통을 팔거나 목숨이 달린 등반장비를 도둑질하는 이들이 득실거리고 베이스캠프에는 마약과 매춘까지 성행한다.

이 책에는 탐욕스럽고 음습한 이들과 아울러, 자연의 친구들에 해당하는 진정한 산악인들이 함께 등장하여 에베레스트의 음지와 양지를 다 함께 아우르고 있다. 하지만 음지의 모습이 더 강해 보인다. 기자 출신인 저자의 현장감 살린 필치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닐스 안테네사라는 69세의 볼리비아 출신 미국인 의사의 실종 후 사망하기까지의 전후 과정을 추적한 것이고, 또 하나는 기자인 저자 자신이 참가한 ‘코네티컷팀’의 등정 과정이다. 저자는 두 개의 트랙을 따라 인간 탐욕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에베레스트의 우울한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가 보는 에베레스트는 철저한 ‘레저’ 대상이고 ‘서커스’ 마당이었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가. 이 책에 따르면 명예와 돈이다. “그 산 정상에 오른 이들 가운데는 평생 몇 군데 산밖에 오른 적이 없는 이도 상당수에 이르지만, 하산하기만 하면 하나같이 ‘세계적인 산악인’이라는 호칭을 얻는다. 정상을 밟고 내려온 뒤에는 동기부여 강사, 저자, 방송인, 후원받는 체육인, 등산 가이드, 인명구조 전문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트로피 사냥꾼’들은 에베레스트를 등반의 메이저리그,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악한 일들이 요즘의 현실임에 통탄할 일이지만, 돈의 힘은 그 산에 등반윤리 따위를 빙하 맨 밑바닥에 팽개쳐 버린듯하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그 산 주위에서 그 옛날부터 살던 사람들에 의해 신성시되었던 산이, 오늘날 가장 오르기 쉬운 8,000미터급이라는 오명에도 모자라, 문명사회에서도 음습한 뒷골목에서나 벌어질 만한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역설을 말해준다. 1966년 에베레스트에서 일어난, 단 한 차례의 폭풍으로 8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12명이 사망한 대참사를 기록한 〈희박한 공기 속으로〉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에베레스트는 본격적인 상업화의 길을 걷게 된다는 사실이다. 돈과 체력만 있으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인식되기 시작 한 것이다.

한때는 숱한 산악인들의 꿈이요, 정복의 대상이었던 에베레스트는 돈 많은 일반인을 위한 최고급 레저의 대상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또 에베레스트 정복은 유명세를 탈 기회로 이용되고 있는 등 순수성은 상업주의로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 저자는 등반의 상업화가 초래한 한 아마추어 등반가의 죽음을 통해 지상에서는 사소한 범죄에 불과한 일이라도 높은 산에서는 인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범죄(High Crimes)’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상업등반대 출현 이후 등반의 순수성은 사라져 가는 반면 에베레스트 산과 관련된 각종 산업들이 나날이 늘어가는 가운데, 인명경시에 더해 범죄마저 출몰하고 있는 에베레스트.  1996년 12명이 숨지는 대참사 이후에도 가장 높은 산들을 찾는 이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사람과 돈이 몰린 만큼 에베레스트에 찾아든 위험은 심도가 더 깊고도 어두워지고 있다. 1996년의 참사가 천재(天災)라면 이 책에서 나타난 비극의 대부분은 인재(人災)이다.

돈만 있으면 에베레스트를 정복할 수 있게 된 현실이 에베레스트 인재의 배경이다.

1924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하다가 숨진 영국 산악인 조지 맬러리는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이들은 명성이나 돈을 찾아 산을 오른다. 인간 의지의 극한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공간인줄 알았던 그 산 에베레스트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