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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인문학 공동체’가 낳은 첫 아이”
동아시아 각국에서 20세기 중반 이후 출간된 인문서 명저 100권을 풀이한 《동아시아 책의 사상 책의 힘》이 출간됐다.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 5개 지역 인문학 출판사들이 ‘동아시아적 가치’를 찾기 위해 2005년 결성한 동아시아출판인회의(회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추진하는 동아시아 인문서 100권 출간 프로젝트의 본격 가동을 알리는 책이다.
한국의 경우 한길사가 출판을 맡아 ‘동아시아 책의 사상 책의 힘’이란 제목으로 나온 이 해제집은 앞으로 각국이 선정해 상호 번역, 출간될
총 100권의 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담고 있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지난 6년간 연 2회 회의를 열며 출판을 통한 문화교류를 논의한 끝에 2009년 10월 전주에서 열린 제9차 회의에서
3개국 5개 지역 현대 인문고전 100권을 선정하고, 이번에 그 해제집을 낸 것이다. ‘동아시아 100권의 책에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각각
26권, 대만에서 15권, 홍콩에서 7권을 뽑았다.
100권에 포함된 중국서로는 한족(漢族)사회의 도시와 촌락연구를 통해 중국 인류학계에서 가장 먼저 기능주의 인류학 이론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왕밍멍의 ‘촌락의 시야를 통해 본 문화와 권력’, 중국 격변기의 사상사를 탐구한 자오위안의 ‘명청 교체기의 사대부 연구’, 중국
미술전통의 논리를 밝혀낸 역저인 우홍의 ‘의식속의 미술’ 등 우리 인문학과 겹쳐 읽기가 가능한 26권이 책이 들어 있다.
일본 책으로는 일본이라는 존재방식에 대한 치열한 물음을 제기한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공동환상론’, 파시즘 지배하의 일본 지식인의 궤적을
그린 쓰루미 슌스케의 ‘전시기 일본의 정신사’, 작은 것들에 대한 탐색인 이치무라 히로마사의 ’작은 것의 제형태‘ 등이 포함됐다.
한국 책으로는 김구의 ‘백범일지’, 이기백의 ‘한국사신론’, 김열규의 ‘한국인의 신화’, 최장집의 ‘한국의 노동운동과 국가‘, 안병무의
’갈릴래아의 예수’,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백낙청의 ‘흔들리는 분단체제’ 등이 올랐다.
이들 책 선정기준으로는 “최근 50년간 출간된 책들을 중심으로 하되 각자 필요에 따라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지속성을 지닌
‘현대의 고전’을 가려 뽑되 젊은 세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각국 인문학의 정수를 선정한다. 논어와 같은 ‘고전’들 자체는 제외하지만
고전의 연구서나 해석서들은 포함한다. 원칙적으로 영역 구분 없이 광의의 인문서로 선정하되 특정 문학·예술(시가, 소설, 희곡)의 작품은 이번
선정에서 빼고 대신 상호 번역이 이뤄지기 어렵고 실제 실적도 부진한 인문서 등을 우선하며 비평적 에세이도 포함 시킨다” 등의 조건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우선 이 책은 동아시아에서 공유돼야 할 서적을 선정한 것으로, 그 지역의 역사·문화·사회·예술·사상에 관련된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보편적인 과제의 소재를 명확히 한 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일과성이 아닌 장기적, 지속적으로 지적 영향을 미친 실로 ‘현대 고전’이라
할 만한 책들이다. 또한 현대에 필요한 인문서로서 ‘학술적 전문성’을 인정받은 책들이다. 계몽서, 입문서에 한정하지 않고, 서로의 번역 출판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학술적 전문가치가 높은 인문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동아시아출판인회는 이번 해제집 출간과 향후 100권의 책에 대한 상호 번역에 이어 좀 더 큰 목표를 상정하고 있다. 즉 한·중·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100권의 책을 집중 독서하고, 그로부터 동아시아 사상과 이론을 학습하고 담론하는 동아시아 독서대학을 구상하고 있다. 해당
저서의 작가나 그 분야의 권위 있는 연구자들이 직접 특강에 나섬으로써 전문성을 높이고, 서울대학, 도쿄대학, 베이징대학 등 각국 유수의 대학들과
협력하여 정규 커리큘럼을 만들어 일반인들의 관심도 유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제집이라는 형태는 사람들이 보통 접하는 장르의 책에 속하지는 않지만, 《동아시아 책의 사상 책의 힘》은 소개된 다양한 책들과 그 해제를
통해서 최근 동아시아 지역의 지적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일종의 지도책과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