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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를 섬기는 마음으로 민중을 섬겨온 해동 비구의 30년 만행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는 ‘꼬리아 라마’로 불리는 한국인 비구가 있다. 23년 동안 히말라야를 선방 삼아 수행하고 있는
청전 스님이다. 그가 자신의 30여년 행각 (行脚)을 이야기한 《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펴냈다.
이 에세이는 ‘지리산에서 히말라야까지, 청전 스님의 만행’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신학교에서 송광사로, 송광사에서 다람살라로 수행을 위해
떠돌아다닌, 30여 년 만행길 위에서 펼쳐지는 감동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수행이란 바로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한없이 엄격하게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수행길 위에서도 힘없는 이들을 챙기는 일을 가장
우선순위로 둔다. 다람살라 거리에서 하루에 몇 번씩 마주치는 거지들, 매일 포행하면서 만나는 거리의 강아지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부처님을 섬기듯 살뜰히 보듬는다. 풋중 시절 행각하다 만난 어르신들과의 따뜻한 에피소드, 착한 삶을 물려주신 부모님을 비롯한 고향 어들신들,
꽃장화를 엿과 바꿔 먹은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했던 모습, 군대시절 만났던 사람들의 이름 하나, 사연 하나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모습에서 스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예의가 넘쳐난다.
매년 해발 5천 미터 산 위에 있는 라닥 노스님들을 찾아가는 일도 스님의 빼놓을 수 없는 수행이다. “고생고생 하면서 노새 등에 의약품
등을 싣고 5천 미터가 넘는 큰 고개를 넘을 때면 이 고개에서 안 죽고 무사히 건너갈 수 있음이, 이곳에 무언가를 해줄 수 있음이 한없이 고맙고
기쁠 따름이다”는 스님의 말에서 ‘나는 걷는다 붓다와 함께’라는 이 책의 제목을 실감케 한다.
30여 년 만행길에 쌓아온 스님의 인연 이야기는, 진정한 행복은 곁에 있는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가운데 싹튼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수행자로서 이런 글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를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가슴이 여전히 이 세상의 희망임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스님은 지난 20년간 어쩌다 한 번씩 한국을 오갈 때마다 스님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갈수록 ‘가난해져’간다는 것. 그동안 돈 잘 버는
수출대국의 반열에 오르고 OECD에 가입도 했다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자살율은 치솟고, 사람들의 얼굴은 한없이 가난하고 불행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 스님이 살고 있는 인도 사람들과, 그런 인도까지 망명 온 티베트인들은 먹을 것을 비롯해 모든 물질이 부족하고 불편한 생활임에도 모두가
행복하기 그지없는 표정이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 둘의 간극은 오늘날 우리들의 삶이 조금 많이 뒤틀렸다는 반증이라고 말한다.
청전 스님은 23년째 다람살라에서 수행중인 달라이 라마의 제자다. 1972년 다니던 전주교대를 그만두고 성직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게 첫
번째 출가였다. 그 뒤 신학교에서 신부수업을 받다 1977년에 송광사로 두 번째 출가를 감행하였다. 10여 년간 참선수행을 하다가 수행과정에서
떠오른 의문들을 풀기 위해 1987년 동남아의 불교국가들을 둘러보는 순례길에 나섰다. 그때 마더 데레사 등 여러 성자들과 더불어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게 될 달라이 라마와 운명적 만남을 가졌다. 1년간의 순례여행을 마친 뒤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1988년부터 지금까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공부하고 있다.
스님은 이 책의 머리글에서 “출가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여태 인연을 맺고 있는 고향이 세 곳이나 됩니다. 첫째는 머리를 깎고 막 수행길에
접어들었을 때 행각하며 만났던 두메산골 어르신들이 사시는 곳이지요. 둘째는 태어나 철부지 어린 시절을 보낸 속가의 고향친구이구요. 셋째는
지금까지 20여 년째 살고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입니다. 세 고향에서 맺은 인연들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하였고, 마지막까지 걸어갈 길을 밝혀
줍니다. 수행자로서 나는 언제나 붓다를 닮은 고향의 민중들, 그 아름다운 인연들과 함께 걷는 길 위에 있을 테니까요”라며 “붓다를 닮은 내 고향
인연들의 아름다운 마음의 씨앗이 여러분 마음속에서 희망의 꽃으로 변화하길 기도 합니다”라는 바램을 밝혔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청전 스님의
30년 만행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