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 사업시행지침 위반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사업이 연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업은 당초 봉황면에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대상지역을 물색하던 중 부덕동으로 장소를 변경,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몇몇 주민들에게 사료공장이라는 거짓으로 동의서를 받아내는 등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특히 부지매입 과정에서 관할 동사무소도 모르게 진행하다 건축허가를 신청하면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사업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지난해부터 주민들이 생존권을 걸고 집단민원을 제기하는가하면 행정심판 등 양측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부덕동에 설치 예정인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사업의 실상과 문제점 등을 분석해본다.(편집자주)

봉황면 반대 부딪혀 부덕동으로 슬그머니 장소 변경
부지선정에서 선금지급까지 불과 14일 유착의혹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사업은 나주양동친환경영농조합법인(이하 영농법인)이 농림부 보조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농림부 1차 서류심사와 현장 평가대상으로 확정됐다.

이어 지난 1월 사업대상자로 최종 확정됐고 활성오니 및 교반발효공법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가축분뇨처리시설은 당초 농림부에 사업을 신청할 당시 사업예정지가 봉황면 장성리였으나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장소이전을 결정하고 부덕동을 제2후보지로 선정했다.

여기에서부터 부덕동 주민들과 영농법인의 기나긴 생존권싸움이 시작됐다. 사업주관부서에서 건축허가를 신청할 때 주민동의서를 요구하자 토지 소유자를 통해 가족부터 친척들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았고 부족한 숫자는 노인정에서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노인들에게 “마을에 사료공장과 좋은 공장이 생긴다”는 거짓으로 동의서에 날인을 받아냈다.

토지소유자는 이 동의서를 영농법인에 전달했고 영동법인은 나주시에 동의서와 함께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나주시는 주민들이 날인한 동의서에 대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14일 만에 보조금 가운데 부지매입 선금을 지급했다.

봉황면 주민들이 부지매입에서 최종설명회를 통해 반대하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무려 6개월로 이 기간에 이장단과 기관장, 마을주민들이 자원화시설을 견학했다.

하지만 부덕동은 장소이전을 결정하고 부지를 선정한 후 보조금 가운데 부지매입 선금을 지급받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불과 14일로 특혜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부덕동 주민들은 집단민원을 제기했고 나주시의 중재로 영농법인이 추천한 영광군에 소재한 처리시설을 견학했다. 이 처리시설을 견학한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부덕동에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설치반대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주민들은 “용산동에 변전소 설치를 시작으로 주변에 20여개의 철탑과 비위생쓰레기 매립장으로 인해 지금도 심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가축분뇨처리시설을 부덕동에 설치한다는 것은 생존권을 포기하고 이 곳을 떠나라는 선전포고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또 “영농법인에서 지정한 시설물을 견학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좋은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냄새와 악췰 인해 쾌적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고 한탄하는 것을 보면서 이 시설물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주장했다.

양돈협회는 “농림부로부터 간신히 국비를 배정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나주시의 미온적인 행정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시설과 근접한 부덕동 17통 주민 과반수이상의 동의를 받았으며 강원도 횡성의 시설은 30m 이내에 마을이 있다”고 맞섰다.

민원조정위원회 건축허가 불허
양돈협회 행정심판 제기 새로운 국면으로

결국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나주시는 민원조정위원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8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에 대한 주민들과 영농법인이 집단민원을 제기해 민원조정위원회 심의에서 만장일치로 건축허가 불허결정을 내렸다.

민원조정위원회 심의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분뇨처리시설이 성공한 사례가 없으며 가능하면 양돈농가가 밀집한 지역에 설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액비화 시설의 경우 평균 1개월 정도 미생물을 발효시키고 2~3개월 정도 저장하는 점을 감안할 경우 하루 100톤의 축분처리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주시민원조정위원회 심의 후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문제는 숨고르기에 돌입했다가 지난 3월 영농법인이 제기한 행정심판을 통해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영농법인은 건축하고자 하는 건축물은 환경오염과 악취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환경친화적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정부 주도의 공익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또 건축허가 신청에 필요한 서류 외 마을주민 동의서를 추가로 요구하며 건축허가 신청을 불허할 사유가 되지 않는 민원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허가를 제한한 것은 명백히 위법?부당하다면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전라남도 행정심판위원회는 건축허가 등에 관한 관계법령의 근거와 이와 유사한 판례 등을 검토한 후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한 건축 불허가처분을 취소하라고 재결했다.

이 같은 행정심판위원회 재결을 근거로 영농법인은 피청구인인 나주시를 상대로 건축허가를 강력하게 요구했으며 나주시는 3월 12일 건축허가를 내줬다.

사업대상지역 변경권한 도지사에게 있다
가축분뇨처리지원사업 시행지침서 위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가축분뇨처리 지원사업에 대한 시행지침서와 관내 돼지 사육두수 현황 등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먼저 관내 돼지 사육두수를 살펴보자. 2010년 8월 23일 현재 노안면은 56농가 43,984두, 봉황면 25농가 32,227두, 산포면 23농가 28,777두, 반남면 6농가 26,526두, 왕곡면 11농가 10,600두, 문평면 7농가 10,020두, 다도면 8농가 8,572두로 나타났다.

또 남평읍 6농가 5,288두, 금천면 2농가 3,150두, 세지면 3농가 2,204두, 다시면 8농가 1,923두, 동강면 2농가 1,800두, 공산면 2농가 746두, 이창동 1농가 440두, 영강동 1농가 6두, 금남동 2농가 4두 등 총 163농가에서 175,337두를 사육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만한 사항은 바로 농림부의 가축분뇨처리 지원사업 시행지침서다. 지침서에 따르면 대상지역 우선순위로 ‘가축을 밀집사육하고 있거나 중규모(1~2천두)양돈농가가 많은 지역’, ‘가축분뇨 해양배출이 많은 지역’, ‘사업장 부지를 확보하고 지역주민의 민원을 완전히 해소한 지역’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지침서대로라면 부덕동은 대상지역이 될 수 없다. 부덕동에는 돼지사육농가가 한 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주민의 민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침서대로라면 나주시에서 사업대상 우선지역은 노안면, 봉황면, 산포면 순이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주민들이 제기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건축허가와 사업부지 변경절차가 바로 그것이다. 주민들은 건축행위를 위해서는 설계도가 나와야 하고 건축물의 장소, 즉 지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토지이용계획원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 건축허가를 득하기 전의 행정절차이며 이런 행정절차를 통해서 적법여부를 확인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 비로서 건축허가가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농림수산식품부 훈령인 농림수산사업시행지침서에서 규정한 사업부지 변경은 법인이 신청해 전라남도지사가 변경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전라남도는 농림수산사업시행지침서에 따라 법인이 신청한 사업부지 변경을 위해서는 친환경축산전문심의회 위원 중 전문평가단을 구성하고, 서면, 현장, 공개발표 평가 등의 방법으로 부지변경확보의 적정성을 검토해 사업부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사업부지 변경확보를 위한 기준은 가축을 밀집사육하고 있거나 중규모 양돈농가가 많은 지역을 첫 번째로 검토하고, 가축분뇨 해양배출이 많은 지역, 도시화 등으로 개별농가에 처리시설 지원이 어려운 지역, 사업장 부지를 확보하고 지역주민의 민원을 완전히 해소한 지역, 자연순환농업 활성화 지역 순으로 대상지역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농림수산사업시행지침서는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나주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사업 추진현황에 따르면 해당 영농법인이 농림부로부터 2009년 1월 16일 사업대상자 최종확정을 통보받았다. 이때 봉황면에 부지를 확보했는지 여부가 기록되지 않아 그 진위를 파악할 수는 없다.

사업대상자 최종확정을 통보받을 당시 부지확보 여부가 기록되지 않아서인지 영농법인은 봉황면에서 주민들이 반대하자 너무나 쉽게 장소이전를 결정했다.

영농법인은 나주시에 사업부지변경을 요청했고 나주시는 너무나 당연하게 사업부지변경권한이 있는 것처럼 2009년 6월 8일 부덕동으로 사업대상지역을 변경 통보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농림수산사업시행지침서는 가축분뇨 처리시설의 사업부지 변경결정 권한을 도지사에게 부여했다. 이 시설이 민원발생이 많아 신축부지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주시는 사업대상 부지 변경을 통보한 날로부터 3일 후 영농법인에 주민동의서를 요구했다. 영농법인은 그로부터 4일 후 28명의 주민동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일련의 절차를 거치면서도 부덕동 해당부지 소유권이 영농법인으로 이전되지 않고 단지 토지사용 승낙서만 제출됐다. 건축허가 완료 즉시 매입키로 상호합의 했다는 단서조항을 붙이는 편법도 동원됐다.

주민들은 “권한 있는 기관의 변경결정이 없어 사업부지가 변경되지도 않았는데 어디를 사업부지로 건축허가를 내줬으며 민원이 해소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근거로 민원이 완전히 해소된 것처럼 건축허가를 내줬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림부 지침에 근거하면 나주시가 건축허가를 내준다면 그 장소는 당초 농림부가 대상지역으로 확정해 준 봉황면이 마땅하다. 나주시가 영농법인이 행정심판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줬지만 그 이전에 이 건축허가는 기속행위이며, 규제행정인 건축행정의 절차가 적용되지 않은 문제투성이의 행정행위임이 분명하다.

만약 도지사가 사업부지변경결정을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해주지 않는다면 나주시가 건축허가를 취소할 것인가 의문이 든다.

따라서 나주시장의 건축허가는 도지사의 사업부지 변경결정이 내려진 후 이뤄져야 한다.

주민들은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영농법인이 강행하려는 공사를 온 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부덕동 사업예정부지 인근은 친환경농법을 벼농사를 짓고 있으며 수출배 선과장이 자리하고 있다. 또 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이 한창 진행 중으로 이 공사가 완료되면 이 지역은 나주시의 새로운 관문으로 전환점을 맞을 예정이다. 이곳에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을 굳이 설치하려는 영농법인의 의도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각 지자체 축산분뇨처리시설로 골머리 앓아
사업추진 과정 공개하고 주민의견에 귀 기울여야

최근 축산분뇨처리시설을 둘러싼 집단민원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각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남군의 사례를 살펴보자. 해남군 남외리 소재 가축분뇨처리장 주변 주민들이 연일 계속되는 고온다습한 날씨로 호흡곤란과 두통 등 생활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인근 호천리, 용정리, 남외리, 고도리 주민들이 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날씨가 궂으면 더욱 심해지는 악취로 열대야가 이어지는 요즘 저녁에 문도 못 열고 잠을 잔다”며 “극심한 냄새로 심한 두통과 호흡곤란까지 오고 있음에도 공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해남군의 가축분뇨처리장이 신축된 것은 지난 2004년 11월 환경부가 주관한 축산폐수공공처리시설 설치 및 자원화사업에 해남군이 시범지역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해남군은 인천 강화, 충남 천안, 경남 진주와 함께 시범사업지로 선정돼 74억원의 예산을 투입, 1일 60통 축산분뇨를 처리하고 1일 30통의 분뇨액비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해남군은 요엉리와 남외리, 학동리, 북평리, 황산면 일대 등 5곳을 예정지로 검토한 바 있었으나 학동과 북평지역은 지리적인 여건으로 부적절하다는 판단과 용정리 주민들의 반발로 현 남외리 가 적지로 결정되면서 시설이 들어서게 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악취는 대기오염중에서도 가장 까다롭고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다. 악취의 종류도 다양하고 복잡하며 개인적인 차이 등으로 감각량과 피해도도 표시하기 힘들다.

불쾌감을 나타내는 지수 또한 일정한 기준이나 측정방법으로 정략적인 표시를 하기엔 곤란한 실정이며, 지리적인 조건과 시간에 따라서 변동이 심해 행정당국이 냄새 근원을 정확히 판단하고 대처하는 적극적 역할이 선행돼야 한다.

해남군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08년 본격적인 가동을 실시한 가축분뇨처리장은 군에서 주도한 사업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주변환경을 인지하지 못한 실수를 저질렀으며 고속도로 개통 등 불과 몇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단견을 그대로 드러냈다.

부덕동 주민들도 이 같은 사태를 예견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은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영농법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나주시 행정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공사를 온 몸으로 막아내는 촌로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영농법인은 마치 주민들을 우롱하듯 기회가 될 때마다 중장비를 사업예정부지에 투입하려 하고 있다. 아마도 사업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에 대비한 근거를 남기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영농법인은 현재 주민들과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시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들의 고통과 불편을 해소해주는 위민행정에 앞장서야 한다.

현재 부덕동 인근 주민들에 국한됐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반대운동이 영산포지역 주민들과 사회단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나주시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사업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당초 봉황면 장성리를 사업부지 대상지역으로 농림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놓고 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돌연 부덕동으로 사업부지를 변경한 것은 영산포지역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또 농림부의 사업시행지침과 부합되지 않은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덕동으로 이 시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된 행정을 감추려는 의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