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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 신화 뒤에 감춰진 인간 체게바라
미국 주간잡지 ‘뉴요커’의 해외 특파원으로서 체 게바라의 유골이 제2의 조국인 쿠바로 돌아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존 리 앤더슨의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
“체 게바라에 관한 최고의 책”이자 “이 책 이후로는 게바라에 관해 더 이상 밝혀질 사실이 없을 것”이라는 격찬을 받은 존 리 앤더슨의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은 체의 치열했던 삶과 당대를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다.
체 게바라는 살아서는 제3세계 혁명의 실천자였고, 죽어서는 영원한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헝클어진 머리와 다듬지 않은 수염에 검은
베레모를 쓰고서 먼 곳을 응시하는 얼굴자체로 저항과 혁명을 얘기하고 있다.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은 이렇듯 영원한 혁명을 꿈꾸던 게바라의
삶과 그가 겪었던 당대의 세상을 총체적으로 복원해 냈다.
이 책은 자유분방하고 개인적이었던 한 젊은이가 열정적인 이상주의자이자 차가운 혁명적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눈부시게 전개한다.
안온했던 아르헨티나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쿠바혁명의 전장까지, 카스트로 정부의 권력 중심부에서부터 실패한 콩고 전투와 볼리비아 정글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존 리 앤더슨의 전기는 체의 비범한 삶을 철저하게 추적한다.
앤더슨은 혁명으로 요동치는 라틴아메리카 현대사와 냉전의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열강들의 치열한 세력다툼 속에서 체 게바라의 짧지만 격렬했던
삶을 그리며, 혁명, 국제적 음모, 비밀작전 등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박진감 넘치게 들려준다.
특히 저자는 1992년 지난 30년간 남편과 관련된 출판물을 위해 입을 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체의 미망인 알레이다 마르치로부터 죽은
남편의 전기를 집필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1993년 앤더슨은 체의 전기 출간을 위해 가족과 함께 아예 아바나로 이사해 3년간 머무르며 본격적으로 자료조사에 들어갔다. 그는
쿠바정부로부터도 다양한 자료에 접근해도 좋다는 유례없는 허락을 받았고, 미망인 알레이다 마르치로부터는 체의 개인적인 일기를 비롯하여 공개되지
않은 문서들을 넘겨받았다. 또한 그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볼리비아, 멕시코, 러시아, 스웨덴, 스페인으로 날아가 체의 어린 시절 유모와
친구들에서부터 전직 CIA와 KGB, 소비에트 관료들, 그리고 볼리비아 장성들과 체를 죽인 장본인인 마리오 테란까지 만났다.
더욱이 앤더슨은 1995년 퇴역한 볼리비아 장성 마리오 바르가스 살리나스의 자택에서 그와 인터뷰를 하던 중에 그로부터 28년간 비밀에 묻혀
있던 체의 매장지에 대한 언급을 이끌어냈다. 장군의 고백으로 남미의 가장 오래된 수수께끼 중 하나가 침묵에서 깨어난 것이다. 살리나스는 체의
시신을 한밤중에 몰래 묻는 자리에 자신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마침내 1997년 7월, 양손이 없는 체의 유골이 쿠바와 아르헨티나 공동 감식팀에
의해 발견되었다. 발굴 후 체의 유골은 쿠바로 옮겨져 그해 10월 산타클라라 시 외곽에 지어진 웅장한 묘지에 공개 이장되었다.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지난 후 체 게바라가 드디어 제2의 조국 쿠바로 돌아온 것이다.
그동안 많은 저자와 책들은 체의 삶에 감상적인 덧칠을 입혀가며 영웅시해 왔다. 또는 체의 온갖 약점을 들추어내며 악마로 묘사해 왔다.
그리고 체의 삶에서 여전히 비밀의 베일에 싸여 있는 부분은 저자의 상상력으로 매우거나 단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백지 상태로 남겨두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앤더슨의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은 이제까지 체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들을 모두
시정하여 신화 뒤에 감추어진 인간, 실제의 체 게바라를 보여주고 있다.
앤더슨은 이 책에서 체 게바라에 관한 온갖 감상적인 찌꺼기들을 걷어낼 뿐 아니라 미지의 상태로 남아있던 삶의 공백들을 놀라우리만치 완벽하게
메운다. 10년 전 국내에 소개된 장 코르미에가 쓴 〈체 게바라 평전〉이 게바라 입문서 정도라면, 이 책은 ‘체 게바라 대해부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체 게바라에 관한 최고의 책으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