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방침 바뀌길 기다리며 눈치보기 급급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전력 세종시 이전계획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물론 한전과 정치권 등에서 ‘사실무근’이라고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파장은 한전이 혁신도시 이전에 대한 수많은 말 바꾸기와 사업연기 등을 통해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표출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 2005년 6월 나주 혁신도시 이전이 확정됐다. 이전 계획에 따르면 2007년 부지매입, 2008년 착공 2012년 준공할 계획이었으며 2007년 12월 국토해양부로부터 이전 계획을 승인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공공기관 민영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더디게 진행됐지만 순조로웠던 한전의 이전작업이 전체적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 한전이 통폐합과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미 한풀꺽인 한전의 이전의지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 2월 국회 지식경제위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다가 소속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등 명분축적 쌓기에 급급했다.

또 한전의 말 바꾸기는 혁신도시 이전 의지가 없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결과를 낳았다.

한전은 지난 2월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지금은 막대한 적자 등 경영상 특수상황으로 상반기 경영호전을 보고 하반기부터 매입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3월 한전 김문덕 부사장은 국회 혁신도시건설촉진회의원모임 간담회에서 “4월 중 설계공모를 하고 올 하반기부터 사옥부지 매입에 착수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은 5월에 “국토해양부로터 본사 신사옥의 입찰방식을 승인 받은 뒤 이달 말이나 6월 중에 설계공모를 발주 하겠다”고 말을 바꿨으며 7월에 관리본부장이 “7월에는 청사설계를 위한 공모를 실시하고 10월 중에 부지매입 계약을 완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쌍수 사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현재 재정여건상 불요불급한 예산 외에는 급한 사업으로 전용하고 있다. 내년쯤 매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 바꾸기를 계속했다.

김 사장의 말 바꾸기로 파문이 확산되자 한전은 김재균 의원에게 보낸 공무을 통해 “혁신도시 내 한전부지 매입과 관련해 매입가격 등 실무협상을 진행 중이며 협상이 지연되는 경우 올해 안에 가계약이라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번복했다.

이처럼 한전의 말 바꾸기에 국회가 압박을 가하자 토지매입협상단을 토지공사추진사업단과 나주 혁신도시건설지원단에 파견하는 등 ‘눈 가리고 아옹’식으로 대처했다.

이 같은 한전의 말바꾸기 행태는 정부의 방침이 바뀌기만을 기다리며 그동안 수없는 약속을 어기면서 이전을 지연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