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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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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호] 승인 2009.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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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전공 윤 형 숙 교수

중국, 칠레, 러시아, 포클랜드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수입된 홍어는 가공과 유통, 소비과정에서 전라도 토속음식으로 전환된다. 수입 홍어의 전라도 토속음식화는 유통업자와 요식업자, 지역문화정책 입안자, 향토음식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 맛 전문가, 소비자 등 다양한 행위자의 실천과 의미부여의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홍어의 수입항은 부산이지만 목포를 거쳐 전국에 유통된다. 목포가 홍어의 원산지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수입홍어는 ‘전라도식’으로 처리되고 숙성되어 전국으로 유통된다. 전라도라는 장소를 통해 수입산이라는 의미를 탈색하게 되는 것이다.

삭힌 홍어가 전라도에서 홍어를 조리하여 먹는 독특한 방식이라는 기록은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나온다. 정약전은 “나주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즐겨 썩힌 고기를 먹는”다고 기술한다. 정약전의 나주에 관한 언급은 나주사람들로 하여금 “진짜 삭힌 홍어의 원조는 목포가 아니고 나주”(안○현, 52세, 홍어유통업자, 나주)라고 주장하게 만드는 근거가 된다.

흑산도 홍어가 나주에 오면서 삭힌 홍어가 되었다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다. 흑산군도에 속해 있는 영산도에 살던 사람들이 조선시대 공도정책 때문에 고향을 떠나 내륙으로 오면서 싣고 오던 중 ‘썩은’(삭힌) 홍어를 먹게 되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혀 이후로 홍어를 일부러 썩혀(삭혀) 먹었다는 것이다. 영산강을 따라 이주해 오던 영산도 출신의 이주민들이 나주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이곳이 바로 현재의 영산포라는 이야기도 있다.

삭힌 홍어의 역사를 더 근래의 역사와 연결하는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나주 영산포의 역할을 든다. 일제강점기에 나주 영산포는 일본으로 전라도 미곡을 수출했던 출발지이자 어선들의 기착지로 매우 번성하였다는점을 강조한다.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가 영산포까지 왔을 때는 이미 삭혀져 있었을 것이며, 나주를 중심으로 홍어가 영산강 유역 지역들에게 유통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홍어가 전라도 지역에 독특한 음식이라는 점은 홍어를 삭히는 토속적 기술과 과정, ‘진짜 맛’을 낼 줄 아는 요리법을 전수받은 ‘음식 명인’, ‘달인’, ‘가업계승자’의 존재에 의해 강화된다. 이들은 전라도 안에서도 홍어의 원산지로 유명한 흑산도, 목포, 나주 지역 출신으로 몇 대째 -대개는 할머니로부터 3대째- 전수된 정통 요리법을 배워 알고 있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항아리에 짚을 넣고 ‘전통 전라도식 홍어를 삭히는 과정’을 재현해 보이기도 한다.

집집마다 각자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전통사회에서 한 집안 혹은 한 사람이 지역음식의 맛을 전수한다는 개념은 있을 수 없다. 전통적인 맛을 ‘재현하는’ 무형문화재, 명인, 달인 등은 토속음식과 ‘음식 전수자’를 발굴·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 상업적 전략, 무형문화재 정책, 지역문화정책 등에 의해 생겨난 현대적인 ‘창조물’(invention)이다. 지역음식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과거에 지역음식의 생산과 별로 관련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전통 음식 전수자에 의한 음식재현은 지역과 집안의 조리법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지던 음식 맛을 단일한 ‘지역의 토속적’ 맛으로 동질화하는 역할을 한다. 음식 전수자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음식이 ‘전통적’ 토속음식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나주시에서 2대 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일반에 소개된 ‘홍어명인 1호’인 나주 안○현의 사례는 전통 음식 전문가의 근대적 발명의 좋은 사례이다. 그는 홍어와 함께 다른 생선을 취급하던 숙부의 일을 도와 주다가 홍어를 유통하고 판매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홍어와 본격적인 관련을 맺기 시작한 것은 외국산 홍어가 대량으로 수입되고 유통되는 시기이다. 그는 “삭힌 홍어의 원생산지인 나주의 상호를 걸고” 인터넷을 통해 홍어 유통업을 시작했다. 나주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 홍어 음식점을 내고 자신이 계발한 여러 가지 홍어요리를 팔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나 그를 소개하는 책자는 그가 2대째 34년 동안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숙부를 도와 홍어를 취급한 경력이 대를 이어온 홍어명인의 경력이 된 것이다.

홍어의 대량 수입과 전국적인 소비는 또한 음식맛과 소비방식의 단일화를 가져온다. 지역적 배경이나 입맛이 다양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의 뷔페식당, 한정식 집 등에서 빠지지않는 코스메뉴 중 하나이다. 뷔페와 한정식 집에서 나오는 홍어요리는 익명의 다수를 위한, 밋밋한 맛으로 변해간다. 톡 쏘는 삭힌 맛, 홍어 특유의 싸한 냄새가 제거된 홍어는 누구나 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뷔페식당이나 한정식 집에서 홍어는 대체로 ‘전라도식 삼합’의 형태로 나온다. 돼지고기와 김치와 함께 나오는 홍어는 특유의 냄새가 없는 밋밋한 맛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전라도 토속음식으로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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