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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금이 함께하는 세상이야기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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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호] 승인 2009.10.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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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네 잘못이 아니란다.
                                                                            논설위원 김 노 금

아름답게 자라나야 할 어린 소녀의 영혼과 신체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조두순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아동 성범죄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을 넘어 새로운 인식과 각성을 온 국민에게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어린이와 청소년 등 미성년자들이 은폐된 사건 빼고도 하루에 여덟, 아홉 명 꼴로 성폭행을 당하는 사회라면 이런 사회는 결코 사람이 사는 세상일 수가 없다.

   
▲ 논설위원 김노금
이번 사건은 한 마디로 남성 중심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사회적 약자로 무방비 상태의 어린 소녀가 처참하게 입은 피해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사회의 안전망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었다.

TV를 통해 범행 현장을 접하면서 느낀 충격은 여러 가지 면에서 너무나 큰 것이었지만 그 중 가장 우려되고 심각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범행이 일어난 거리의 풍경이 아파트 단지와 주택지로서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익숙한 초등학교 등굣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런 유의 범죄는 대개 음습하고 우범지대에서 일어난다고 생각 했는데 이번의 경우는 너무나 친숙한 환경이었다는데 두려움이 더욱 컸었다.

피해아동이 날마다 다니던 학교길 이었고, 가해자가 사는 집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그 지역을 잘 아는 동네 주민이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 호시탐탐 범행대상 아동을 노렸다는 사실이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어린 소녀의 모든 꿈과 희망을 앗아가 버리고 단란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이번 사건은 한 마디로 어느 곳에서든 범인의 그물망에 걸려들기만 하면 우리의 딸과 우리의 아내들이 대책 없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범들에게 그동안 신상공개니, 전자발찌를 채우느니 하면서 많은 법적 조치에 대한 말들이 오가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이 모든 부분들이 너무나 미온적이어서 이 땅의 딸 가진 모든 부모들은 대단히 불만스럽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성폭력은 아무래도 피해자의 품행의 문제와 성폭력 당하는 것을 당사자의 수치로 여기게끔 하는 남성위주의 우월적 편견이 가장 문제인 것 같다. 여자가 처신을 잘못 해서라는 등, 저렇게 야하게 옷을 입고 다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등의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가 흔히 듣는 이야기이다.

두세 살 먹은 어린아이부터 팔십 노인에 이르기 가리지 않고 성의 충족 대상으로 여기는 성 맹수들이 들 끊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나를 지켜내야 하고 좀 더 당당해져야 하며 피해자로서의 권리도 주장 할 줄 알아야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당신의 잘못이 결코 아니라고.......”  

무자비하게 감행된 이번 사건 앞에서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제대로 된 예방시스템 하나 변변히 마련 못한 정부나 또 제대로 된 후속조치의 국가지원 체계 하나 마련 못한 국회나 짐승 같은 인간에게 술에 취해 우발적인 행동이었다며 참 너그럽게 형을 감해준 사법부 모두다 공범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멧돼지가 도심에 나타났다고 119와 무장 소방 경찰관까지 동원되어 소탕작전을 편 끝에 멧돼지를 사살했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의 딸 들이 아내들이 짐승보다 더 잔인한 성 맹수가 대낮에도 눈 번히 뜨고 호시탐탐 노리는 길을 다닌다고 생각해 보라. 과연 어떤 예방책으로 대응을 해야 할까?  이번 사건에서 철저하게 어이없고 우스운 꼴을 보였던 국회와 정부 그리고 사법부는 이제라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제도와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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