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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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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호] 승인 2009.10.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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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전공 교수 윤 형 숙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과 전라도를 정치적 지역기반으로 하던 민주당은 홍어를 민주당의 상징어로 적극 활용한다. 민주당의 회식 때에 홍어를 먹음으로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으로서의 민주당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칼칙은 특정 집단을 다른 집단과 구별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주장하거나 강화시키는 데에 음식이 갖는 ‘정체성의 수행성(performance)’을 이야기한다. 칼칙의 말대로 홍어가 전라도에 기반한 정치집단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집단정체성의 수행이라는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홍어는 곧 전라도 정권, 정치권력과 특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고가의 국내산 홍어를 먹는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은 부와 권력을 독식하는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이미지화되기도 한다.

조선일보의 유명 고정 칼럼리스트였던 이규태는 [이규태 코너]의 2003년 2월 23일자 「돌아온 홍어」라는 제목 하에 이렇게 쓴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전후해서 잡히지 않기 시작하던 홍어가 임기가 끝나는 작금 다시 잡히기 시작한다는 현지보도가 있었다. 1997년 이래 어선 한 척이 하루 한 마리 잡기도 어려웠다던데 지금은 척당 50~100마리씩 잡히는 호황이라하니 홍어는 정치음식이었던가-. 김 대통령은 막걸리에 삭힌 홍어를 즐겼다던데 대통령이 즐기는 음식이기에 호기심까지 가세하여 수요가 딸렸음직하다.

김 대통령 집권 때에 수요가 딸리던 홍어가 퇴임 전후에 많이 잡히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권에 의한 권력과 자원의 독식이 끝났다는 비유이다.

홍어는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탈전라도와 전국 정당화의 명분을 내세우고 창당한 열린우리당과 결별한 민주당의 상징어로 남는다. 민주당은 2005년 11월 여의도로 당사를 옮기면서 홍어파티를 한다. 당시 민주당 대변인인 유종필씨는 홍어가 ‘민주당의 관습어족’이라 말하여 민주당과 전라도를 연결시킨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대선의지를 다지면서 ‘홍어의 귀향’이란 표현을 쓴다. 홍어의 귀향은 전라도를 기반으로 한 민주당의 재집권을 의미한다.

‘홍어의 귀환’을 바라는 민주당 행사는 민주당과 전라도지역의 관계를 재확인하며 전라도민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상징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선거 때만 되면 찾아와 지지를 호소하는 전라도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만만한 홍어 x’으로 보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탈지역주의, 탈전라도정당을 주장하며 민주당을 떠났다가 DJ를 좇아 목포에 내려온 일부 전라도 의원들은 ‘값비싼 흑산도 홍어로 둔갑한 수입산 홍어’, ‘값비싼 암치로 변하기 위해 생식기를 제거한 숫치’에 비유하기도 한다. 홍어는 먹는 방법에 의해 특정 스타일의 정치를 나타내는 은유가 된다. 유종필 대변인은 과거 홍어와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싸서 먹는 ‘삼합’에 빗대 “지역통합, 국민통합, 남북통합의 3합이 민주당이 추구할 정치목표”라고 주장한다.

홍어가 전라도정권을 상징하는 어류로 사용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정권을 상징하는 어류가 부각된다. 대통령의 출신지를 따라 노무현 정권에서는 부산의 도다리가, 이명박 정권에서는 포항의 과메기가 특정지역과 정권을 대표하는 상징어류로 거론된다. 그러나 도다리는 홍어와 같이 강한 상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는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바뀔 때 대부분의 언론이 “도다리 정권에서 과메기 정권으로”라는 말 대신에 “홍어에서 과메기 정권으로”라는 표현을 쓴 데에서 잘 나타난다. 노무현 정권이 대통령의 출신지와 상관없이 전라도에 정치적 기반을 둔 정권이었다는 인식을 내보이는 표현이다.


5. 지구화와 토속음식 : 수입 홍어의 토속음식화

지구화는 식자재의 최초 생산지와 가공지 및 소비지의 분리를 가져온다. 식자재가 가공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과정에서 생산지와 전혀 상관없는 타 지역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변환되고 소개되며, 소비되는 것이다. 최종 소비되는 음식의 사회적 의미와 가치는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최초 생산자에게서 최종 소비자에게로 이르는 과정에서 의미가 변하는 맥도날드 햄버거는 좋은 사례이다. 맥도날드 햄버거에 쓰는 고기의 대부분은 중남미와 호주 등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다. 표준화와 규격화를 통해 어디에서나, 같은 맛의 햄버거를, 빠른 시간 안에 먹을 수 있도록 맥도날드 형제에 의해 시작된 맥도날드 햄버거는 미국을 대표하는 패스트푸드 음식으로 전 세계에 소비자를 가지고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의 세계적 소비는 미국 자본주의 문화의 세계적 확산과 관련이 있다. 리처는 이것을 ‘세계의 맥도날드화’라고 부른다. 그러나 맥도날드 햄버거의 의미는 소비지역의 사회문화적 환경과 소비자의 음식에 대한 해석과 실천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에서는 비교적 싼 음식으로 취급되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1988년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미국 자본주의사회의 풍요로움과 근대 서구식 생활방식, 소비 중산층의 계층적 지위 등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고칼로리, 고지방, 국적이 불분명한 생산지의 원료로 만든 패스트푸드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면서 맥도날드 햄버거는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으로 인식된다.

한국인의 건강을 해치는 ‘믿을 수 없는 외래음식’에 대한 두려움은 한국인은 한국 땅에서 난 것을 먹어야 좋다는 ‘신토불이’ 의식과 결합하여 토속음식, 향토음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의미에서 토속음식에 대한 관심과 지구화 및 외국 음식물의 대량수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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