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한 세기를 훌쩍 되짚어간
운동장 모서리에 웅숭깊은 샘이 있었네
열 살 떠꺼머리들의 목을 축여주던
우물의 작은 하늘은 얼마나 신났으리
여전히 떠드는 송몽규
단골지각생 윤동주
고사리 땀이 뻘뻘 내달리는 청소당번 문익환
옥분이는 지금쯤 구구단을 외웠을까
봉숭아물 싸맨 손톱에 고운 무르팍을 깨지는 않았으려나
바지를 걷어붙인 자치기는 용쓴 울타리 너머를 날았으리
운명처럼 우물의 하늘에 먹구름 드리우고
다시는 먼지 폴싹거리는 운동장에서
어린 날을 추억하지 못했으리

금주의 할일은 손발을 깨끗이 씻는 것

먼 훗날 푸른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날
골리앗과 싸울 장한 다윗들이 되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맑은 마음을 만들어갈
민족의 눈물이 퐁퐁 솟아나던
저 눈 시린 샘, 명동소학교의
늦여름이 해바라기씨앗에서 영글고 있었다.

*북간도의 우리 민족 최초의 소학교, 용정의 명동촌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