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메인 응원가

                                                                               논설위원 김노금

그동안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행보가 심상치가 않다고 느껴오긴 했으나 이토록 빨리 가까워질 줄은 몰랐다. 한 때 사사건건 서로 물고 뜯던 두 당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가까워졌을까. 지역구도가 때로는 정당이 죽고 사느냐의 사활의 관건이 되는 한국 정치 구조 속에서 요즘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모습을 보면서 실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낙후된 내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서 나온 공조라고만 하기에는 하는 짓들이 너무 얄밉다 . 어쨌거나 충청권에 기반을 둔 정당들은 오래전부터 중앙 정치의 지형을 활용하여 자기 지역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묘기를 자주 부려온 것은 사실이다.

▲ 논설위원 김노금

한나라당 인사들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 “야당 사람 빼가기”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이회창 총재가 지난주엔 “보수적 가치의 정책구조라는 틀 위에서라면…”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논리를 펴면서 그동안의 일들을 뒤엎고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힘 있는 중앙부처에 변변한 호남사람한명이 없다는데, 때맞춰 전혀 거론조차 되지 않던 심대평 선진당의원이나 이원종 전 충북 지사 등 HC의 정치적 기반인 충청권 인사들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 된다 .거기에다 요즘 들어 부쩍 한나라당, 자유선진당의 민주당 따돌리기가 심화되는 형국에 미디어 법이나 비정규직법 등에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장단을 맞추는 모습이 완전히 찰떡궁합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지난 20년 전의 악몽이 떠오른다.

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의 민주당, 김종필의 자민련 등 3당이 합당했던 일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다.

그때나 이번이나 똑같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제 1야당인 민주당을 고립시키는 수법에 한 치의 변함없음에 불쾌함을 느낀다.

충청권 정당들은 그동안 중요한 고비 때마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한국정치의 이니시어티브를 쥐고 많은 실리를 챙겨 왔다. 또한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힘 있는 정당들과의 연합을 통해 많은 이익을 챙겨 온 것이 사실이다. 어찌 보면 잔재주를 부리는 것 같지만 매우 영리한 정치를 하는 그들은 소수 정당의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한껏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 동안 이회창 총재가 청와대를 들락거리는 행보가 좀 이상타 싶었는데 결국 충청권에는 무차별로 선물이 쏟아졌고 자유선진당보다 훨씬 큰 덩치로 마땅히 받아야할 제 몫도 챙기지 못하는 민주당을 받들어 모시고 사는 우리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렸다.

지난 노 무현 정권에서 그토록 애써 선물로 안겨준 이 지역 빛가람 혁신도시 개발이 아직도 별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충청권의 세종시 건설 특별법 처리가 기정사실화되고 충청권 인사들이 주요 각료 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양새를 멀거니 바라만 봐야하는 호남인들의 심사가 과히 편할 리가 없다.

못 입고 못 먹고 등 한번 편히 못 펴고 뼈 빠지게 번 돈으로 바리바리 혼수해서 시집보낸 딸이 남편의 사랑은커녕 맨날 소박이나 당하는 꼴을 눈뜨고 봐야 하는 부모의 속 쓰린 심정이 이런 것일까. 일자리를 찾아 수백 통이 넘는 이력서를 쓰고도 취직을 못한 이 지역 젊은이들의 절규는 누구를 향한 울부짖음일까.

참으로 딱한 일이다. 공조를 할라치면 여권을 향해 야당끼리 힘을 합해야 할 것인데 야권 공조도 깨지고 공도 선진당에 빼앗겼으니 꿩도 매도 다 잃은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종시 건설보다도 훨씬 더 무게감 있는 이 지역의 수많은 국책사업들이 이토록 지지부진하고  답답한 상황에 가슴을 치는 지역민들의 탄식이 저리 큰데도 왜 우리들의 선수 민주당은 자유 선진당 같은 역할을 못해내시는지. 정부를 향해 때론 양보하고 때론 협상하면서 받아 낼 것은 받아내고 따낼 것은 따내고 그래서 일자리가 없어서 마흔이 다돼가도록 시집 장가가는 것조차 딴 나라일이 되어버린 내 지역 젊은이들의 원풀이도 좀 해주고 그러면 좀 좋겠느냐는 말이다.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고 하는 국회의원님 씩이나 되시는 분들이 치고받는 싸움만으로 허구헌날 날밤을 지새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 이라는 이야기이다.

소수 정당이지만 멋지게 폼 잡고 떡하니 청와대까지 들어가서 대접 받고 나오면서 양손 가득 차고 넘치는 선물꾸러미를 이고지고 나오는 그런 정치를 왜 못할까. 황색 깃발 하나보고 우리는 그들에게 몰표를 주었는데 마땅히 취해야 할 우리들의 몫 하나 챙기지 못하는 이 지역 정치인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심사가 편치 않은 요즘이다.

내 지역을 위한 힘찬 응원가로 어떤 노래를 불러야 이 꼬인 심사가 편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