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부대' 나주 복귀 후 다도, 봉황, 문평에서 200여명 학살

한국 전쟁 당시 나주지역 경찰관들로 구성된 일명 '나주부대'가 퇴각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수십명을 처형한 사실이 56년만에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과거사위)는 지난 22일 나주경찰서 대회의실에서 이른바 '나주부대 민간인 학살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과거사위 발표에 따르면 나주부대는 7월 26일 당시 인민군이 내려오자 인민군 복장을 하고 퇴각하면서 자신들을 인민군으로 오인해 환영 나온 해남읍 주민 14명과 상등리 주민 15명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7월 28일 완도 선착장에서 역시 인민군 환영대회에 나온 민간인 1명을 처형한데 이어 8월 20일 완도군 노화도 주민 4명과 소안도 주민 1명을 잇따라 총살했다.

과거사위는 그러나 "나주부대가 당시 인민군과 교전 중 자구행위로 작전상 인민군으로 위장한 것일 뿐 양민 희생 목적으로 위장한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2일 나주경찰서 대회의실에서 이른바 나주부대 민간인 학살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또 나주부대 희생자들이 856명에 이른다는 해남과 완도 유족회의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과거사위 조사결과 희생자는 해남읍 14명, 해남군 마산면 상등리 15명(이상 1950년 7월26일), 완도선착장.중학교 1명(7월28일), 완도 노화도 4명, 소안도 1명(이상 8월20일께) 등이다.

해남 완도 진도지역 중 해남읍 등 10개 읍.면은 나주부대 이동로와 일치하나, 5곳에서는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완도 신지도 등 4곳은 나주부대가 주둔 또는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지었다.

그러나 유족측은 "인민군이 진격하기도 전에 이미 경찰이 해당 지역에 인민군 복장을 한 채 진입, 환영대회를 연 것"이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행사에 참석했던 것일 뿐 간첩이나 공산당 동조행위는 없었다"며 경찰의 자구행위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희생자 규모가 유족과 인권단체가 주장해온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데다 처형 이유도 작전상 불가피한 희생으로 규정해 유족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이종수 위원장은 피해자 규모가 크게 줄어든 데 대해 "주민과 유족측은 14개 지역, 856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주장하나, 이는 비슷한 시기주변 지역에서 발생한 보도연맹 사건과 여수사건, 해남 농민사건 및 공비소탕 사건 등의 사망자가 포함된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나주부대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해 한국전 후 정부 차원의 조치가 전혀 없었다"며 "처형 이유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함께 명예회복 조치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사후 보상 필요성을 내비쳤다.

경찰청 과거사위는 과거사위가 선정한 10대 사건 가운데 하나인 '나주부대 사건'의 생존자와 목격자, 유족 등을 상대로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현장 조사를 벌인 바 있다.

한편 나주부대가 나주로 돌아와 다도와 봉황과 문평 등지에서 200여명에 달하는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부분은 이번 조사에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