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나주시민 추모식
1,000여명 남녀노소,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국민장 전날 밤인 지난 28일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구)소방소 앞에서 각계각층의 인사와 시민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 추모제가 거행됐다.

오후부터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고인의 넋을 기리며 헌화한 뒤 자연스럽게 (구)소방서 앞 도로에 설치된 특설무대에 자리를 잡고 추모제에 참여했다.

행사장에는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불렀던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비롯해 80년 5월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 민주주의를 위한 고인의 뜻을 기렸다.

김병균 추모위 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이면서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목이 메이고 가슴이 터지도록 아프다“며 ”그가 남겼던 말과 아름다운 생애, 그리고 그가 평생 이루어 놓았던 정치, 사회, 인권의 성과가 없어지지 않고 역사 속에 살아서 감동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나주시 금남동에 설치된 고 노무현대통령 시민 합동 분향소에서 최인기의원, 신정훈시장을 비롯한 시민들이 추도하고 있다.

최인기 의원은 “국민의 정부시절 저는 행자부 장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장관으로 계실 때 그분이 진정한 진보주의자이면서 개혁주의라고 생각했었다”며 “대통령에 재임하면서 개혁의 장애물과 맞서면서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경찰과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무엇보다도 정치적 보복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는데, 끝내 현 정부의 정치적 보복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어 정치인으로 한사람으로서 반성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앞으로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의 경위부터 시작해 누가, 어떻게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에 대해 밝혀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정훈 시장은 “노동자와 농민을 사랑했던 그분이, 지지리도 못 사는 낙후한 지방을 잘사는 곳으로 만들자고 했던 그 분이, 경상도와 전라도를 따지는 지역주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원 빼지를 던진 분이 돌아가셨다”며 “온몸에 시퍼런 피멍이 들고 마디마디 뼈가 부스러지면서 돌아가신 노 전 대통령을 우리는 자랑스럽고 사랑한다”고 추모했다.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으며 추모사와 추도곡, 헌시가 낭독될 때에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추모사와 원불교, 불교, 기독교의 종교의식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으며,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신광재 기자

5-6살 어린이부터 70대 유림까지
점심시간, 퇴근길에 가족단위, 학생 추모객 북적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일 동안 낮 기온이 31도에 이르는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구)나주소방서 시민합동분향소에는 분향을 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다음날부터 시민합동분향소와 민주당 나주지역위원회 분향소에 5-6살의 어린이집 원생부터 향교 유림까지 다양한 추모객의 함께 슬퍼하며 노 전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분향소에 마련된 국화 한 송이씩을 5-6명씩 한조를 이뤄 환하게 웃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특히 점심시간을 이용한 직장인들의 참배와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의 눈시울 적신 참배가 눈에 띄었다. 퇴근시간을 이용한 가족단위 추모객과 10-20대 학생들의 참배 또한 1주일 동안 끊이지 않았다. 

▲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분향소 모습

일부 추모객들은 분향소 제단에 올라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오열하기도 했으며,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추모객도 고인의 영정을 바라보며 함께 흐느꼈다.

한편 시민합동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나주시 관계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밀려드는 추모행렬을 맞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나주시와 시민사회단체는 추모객들이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분향소 바로 앞에 천막을 설치해 그늘을 만들었으며, 무더운 날씨와 격앙된 감정으로 탈진하는 시민들을 생길 것에 대비, 분향소 옆에서 예의주시했다.

1일 1,000명 이상 시민 참배

노 전 대통령의 애칭인 '바보 노무현'은 이제 애도를 대신하는 말로 자리잡았다. 분향소 주변에 매달아놓은 애도의 쪽지나 방명록 등에 '바보 노무현' '저도 끝까지 바보처럼 살겠습니다' 등 '바보'란 애칭을 담은 애달픈 애도의 글이 넘실댔다.

'바보 노무현'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굽히지 않아 붙여진 별명으로 평소 노 전 대통령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드는 별칭이라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재임기간에는 일각에서 실정을 비꼬는 말로 이용되기도 했다.

분향소에서 만난 최진우(39) 씨는 “봉하마을에 가지 못해 미안함 마음이 많았는데, 이곳에도 분향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료들과 함께 점심 때 짬을 내 왔다”면서 “역대 대통령 중 제일 깨끗한 대통령이셨는데 안타까운 소식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다”고 말했다.

성북동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희(42) 씨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정말로 마음은 가고 싶었는데 먹고 살기 바빠 못 찾았다”면서 “동네에 있는 줄 알았으면 진즉에 왔을 텐데 이제라도 분향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했다. 그는 또 “빈부 격차 없이 잘 살게 해주려 노력했던 좋은 대통령이었는데 안타깝다”며 “무거운 짐 훌훌 털어버리고 편안히 잠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주시 공무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운영되고 있는 이 분향소에는 지난 28일까지 5,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배를 마치고 나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애도하는 글을 남겼다.

민주당 나주시 지역위원회 사무실에는 지난 24일 오전 사무실에 분향소가 마련됐으며, 1,500여 명의 조문객들이 다녀갔다. /신광재 기자

“혁신도시 큰 선물 성공적 마치겠습니다”
나주와 특별한 인연 노무현, 나주시 혁신도시 건설의지 다져

나주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동안 추진한 혁신도시 건설 정책에 따라 세워진 빛가람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최대 수혜자라는 점에서 애도의 분위기가 각별했다.

신정훈 나주시장과 과장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은 25일 오전 9시 30분 금남동 옛소방서에 차려진 시민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 분향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신정훈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영호남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했으며,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했던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펼쳐온 힘겹고 외로운 투쟁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며, 결코 잊지 않겠다”며 성공적인 혁신도시 건설의지를 다졌다.

신시장은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2002년 9월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때 나주를 방문해 과수농가들의 아픔을 위로했고, 2007년 11월 혁신도시 기공식 현장에서 ‘광주전남의 성장거점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면서 “특히 나주는 정책적으로 큰 혜택을 입었는데 결실을 보지 못하고 서거한데 대해 안타까움을 넘어 절절한 아픔이 느껴진다”며 애석해했다.

한편 나주시는 시민들의 조문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민합동분향소 운영을 최대한 지원하고, 직원들에게는 국민장이 치러지는 지난 29일까지 추모분위기와 어긋나는 행사 등은 최대한 자제하거나 간소하게 치르도록 하고 복무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신광재 기자

어린이집 원생 참배

▲ 남평 영평 어린이집 원생들의 참배 모습

▲ 화니 어린이집 원생들의 참배 모습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시민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구)소방소에 이른 아침부터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평, 영평, 화니 어린이집 원생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나주시 조문단 봉하마을 찾아 분향
시청간부 공무원, 사회단체, 일반시민 250여명 김해 봉하마을 찾아

나주시 자치연대에서는 지난 27일 오후6시에 신정훈 시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시민 등 250여명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분향을 마치고 왔다.

이날 봉하마을 분향소는 찾은 버스 5대에 나누어 타고 3시간 30분동안 달려 봉하마을 입구 도착 1km를 3시간 동안 걸어서 전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 찾아 애도하고 헌화를 마치고 다음날 오전 6시30분에 도착했다.

▲ 지난 27일 나주시 자치연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봉화마을을 찾아 분향을 가졌다.

봉하마을 찾는 시민들은 여성단체에서 마련한 저녁식사를 휴게실 노상에서 가볍게 식사했으며, 차량 대절료는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성의껏 모아 지출하는 등 자발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편 분향하기 위해 자치연대와 시민들은 3시간동안 기다리면서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불렀던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비롯해 80년 5월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 민주주의를 위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도 했다.

봉하마을 분향은 우리지역에 도움을 주었던 전 노 대통령의 애도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스스로 신청해 당초 예상했던 인원이 초과돼 주최측은 뿌듯한 마음으로 감사의 표시를 전하기도 했다./한영구기자

추모시
‘당신이 떠난 후에 알았습니다’

당신이 떠난 후에 알았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던
당신에 대한 사랑이
당신에게 너무 큰 짐이 되어
홀로 떠나는 길을 막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떠난 후에 알았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경제를 살린다는 논리에 밀려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말장난에 밀려
눈물 나게 국민을 사랑하는 당신을
너무 외롭게 보내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떠난 후에 알았습니다.
봉하마을에서 검찰청 가는 길 위에
뚝 뚝 떨어진 질긴
목숨의 흔적을 지우면서

문드러진 가위눌린 평생의
가치를 찢기면서
국민을 원망하지 않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당신이 떠난 후에 알았습니다.
부엉이 바위까지 올라가면서 흘린
깊고 진한 눈물을
허공에 몸을 던지며 절규했던
당신의 꿈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바보처럼 정말 바보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 놓았던
당신에 대한 사랑을
당신이 떠난 후에 꺼내 놓으며
목 놓아 울고 있습니다.
바보처럼 정말 바보처럼...

이제 당신의 길을 가렵니다.
당신이 못 다 이룬 세상을
우리가 가렵니다.
바보처럼 정말 바보처럼...

이제 흩어졌던
마음을 한데 모아 함께 가렵니다.
당신의 오랜 아픔 대한민국을 위해
바보처럼 정말 바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