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서로 양보하고 싸우지 않는 등의 풍속이 아름답고 예절이 바르다 하여 한국을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고도 일컬었다. 동방(東方)은 중국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이 동쪽에 있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동양사상의 기저를 이루는 음양오행사상(陰陽五行 思想)에서 동쪽을 나타내는 것이 청색이다. 음양오행사상은 우주를 형성하는 원리이자 질서의 원리로 인식되었으며, 한국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주었다. 음양(陰陽)이라는 것은 생성 원리의 근본이며 존재 질서의 상징관념이다. 음양은 두 가지 원초적 세력이 우주를 지배하는데, 이들은 보완적 대립관계가 있어 더불어 작용한다. 오행(五行)은 음양이 표현되는 방법이자 진행하는 발걸음이라 할 수 있으며, 오색이 따르고 방위와 계절이 따른다. 이것은 색과 방위와 계절을 오행에 맞추어 생각한 것으로 파랑, 빨강, 노랑, 하얀, 검정을 오방색(五方色)이라 한다.

▲ 장홍기 관장

오방색중 파랑은 동쪽을, 빨강은 남쪽을, 노랑은 중앙을, 하양은 서쪽을, 검정은 북쪽을 상징한다. 이 중 동쪽을 상징하는 파랑은 목(木), 봄, 신맛, 기쁨 등을 상징하며, 음(陰)에 해당한다. 일찍이 한국에서는 파랑을 즐겨했으며, 고구려, 백제, 신라의 복식이나 조선시대의 복식에서도 파랑을 찾아볼 수 있다. 오행사상에서 파랑은 봄을 상징함에 따라 창조, 불멸, 생명, 신생, 희망을 상징하며, 양기가 왕성한 색으로 사용되었다. 한국 전통 혼례 때 청,홍의 색실을 늘어놓은 것이나 신부복을 청홍색으로 만들었던 것, 사주보를 청홍색으로 만든 것도 청색의 상징성 일조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청색계통의 색을 쪽빛이라고 불러왔다. 쪽은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인 청색염료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쪽(Persicaria tinctorium)이라는 식물의 한국 명칭이다. 빛은 색을 의미하므로 쪽에서 얻은 염료(Indigo, 藍)로 염색한 색이 쪽빛이다. 결과적으로 동방의 색은 쪽빛이며, 쪽빛은 동방의 색으로 희망의 색이다.

쪽빛으로 물들이는 쪽물은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사용된 식물염료이다. 기원전 수천 년 전에 인도, 중국, 페르시아 사람들 사이에 푸른색이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쪽물에 의한 염색인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고대 Sanscrit의 기록에 쪽물염료 제조방법이 있는데, 이때의 기록 연대는 대략 기원전 4천년 전의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쪽물 사용에 대한 고증은 기원전 3천년 경에 쪽물로 염색된 겉옷의 발견으로 확실해 졌으며, 유물로는 고대 이집트의 미이라가 염색된 옷이 그것이다. 어원적으로 살펴 볼 때 라틴어의 인디칸(Indicum)이라는 쪽물의 명칭은 인도로부터 수입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인디고(Indigo)라고 하여 청색염료를 지칭하게 되었다.
 
쪽물(인디고)은 이처럼 세계적으로 일찍이 알려진 염료이며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문헌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삼한시대(三韓時代)부터 쪽물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시대까지는 주로 지배계급의 의복 염색에 많이 사용되었다. 조선시대 때에도 쪽물로 염색한 의복은 관복으로 많이 사용되었으나 서민층에서도 혼례복, 이불, 댕기, 화관 등에 이용되었으며, 조선 후기에는 치마 등에도 사용될 정도로 보편적이고 광범위하게 보급 발전되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연간 16,000톤의 합성 인디고염료가 만들어지고 거의 대부분은 청바지에 사용된다. 초기 청바지를 제조했던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는 1853년 리바이스사를 창업할 때 식물에서 만들어진 인디고(쪽)염료 사용하였다.

이제 다시 식물로 만들어진 인디고염료가 전 세계 청바지에 물들어져야 한다. 그 시작을 나주손(NAJUSON)에서 출발하고 있다.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관장 장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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