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도 예비 장애인

                                                                                       논설위원  김 노 금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여기저기서 많은 행사를 하는 것을 본다. 한정된 닫힌 공간에서 생활하다가 하루나마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즐거워하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1년 전 아파트에 처음 입주 했을 때만 해도 각 동의 라인별로 주차장에 장애인 표시가 선명하건만 아무 생각 없이 주차를 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꾸준한 관리 사무소의 계도로 이제는 늦은 시간이나 이른 새벽에도 그 자리만큼은 비어 있거나 장애인 표시가 된 차량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사회도 빠르게 장애인을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가는 듯싶어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 논설위원 김노금

오바마 대통령의 입법 담당 특별 보좌관으로 발탁된 크리스토퍼강(한국명 강진영.32)의 아버지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美 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 장애인 박사이자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 장애 위원회 정책 차관보를 지낸 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 임에도 불구하고 고난을 이겨 내고 정상인 보다 더욱 훌륭한 업적을 이뤄낸 그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에게 많은 것을 교훈하고 있다. 태어나면서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에 운동을 하다 축구공에 맞아 실명한 그는 연이어 양친을 모두 여의고 형제가 뿔뿔이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꿈을 잃지 않고 역경을 이겨낸 입지전적 인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 강영우 박사를 보면서 우리는 장애인 이라고 하면 보통 선천적 장애인만을 생각하는데 강박사의 경우 청소년기에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는 점. 즉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타고난 장애인 보다 후천적 요인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 모든 비장애인들도 누구나 불의의 상황에 부딪칠 수 있다는 사실이고 또한 예비 장애인이며 장애인 후보라는 사실이다. 발명왕이라 불리우는 에디슨도 기차 안에서 실험을 하다 차장에게 들켜 맞은 뺨이 원인이었던 청각 장애인이었고 위대한 과학자 스티븐 호킹역시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 준비 중에 몸속의 운동신경이 차례로 파괴되어 전신이 뒤틀리는 루게릭병(근위축증)에 걸렸음에도 우주 물리학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또한,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났던 헬렌 켈러의 삶도 주변의 도움과 배려의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 주고 있다.
  
손가락이 양손에 2개씩 밖에 없고 무릎이하 다리가 없는 선천성 사지기형 1급 장애인으로 태어났음에도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로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하는 작은 천사 이희아 양의 귀한 삶도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장애인을 귀히 여기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그리고 우리 가족을 귀히 여기는 것이 된다. 때문에 선천적으로 혹은 뜻하지 않는 사고를 당하여 장애를 입은 이들에게 우리는 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그들이 어엿한 한사람의 인격체로 바로 설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약물 복용이 증가하면서 우리는 많은 후천적 장애인을 양산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더욱 귀히 여김을 받으며 존중받는 분위기가 정착 되어 질 때 우리 사회를 진정한 선진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작 본인은 별 불편을 못 느끼는데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힘들어하는 어느 장애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 일회성이 아닌 언제라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수 있는 최소한의 소망이 이루어지고 열심히 노력한 자에게 취업과 승진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모든 장애인들의 피맺힌 절규도 가벼이 여겨서는 아니 될 일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들의 4촌 아니 8촌까지 둘러보자.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한두 명의 장애인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난치. 불치. 정신 장애 가족은 어느 집안이라도 있을 수 있다.그러고 보면 장애인은 남이 아니라 바로 우리 가족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의 날을 지나면서 우리 모두도 예비 장애인 이라는 사실을 깊이 새겨볼 일이다. 또한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더욱 따뜻한 사랑으로 다가가야 할 책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