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문화의 뿌리라 할 우리 나주는 영산강의 중심권에 위치하고 있는 호남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다.

어머니의 자궁 같은 영산강에서 용해되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 과거의 역사적 흔적은 수십 권의 역사책에 담기도 부족 할 것이다.

영산강은 예부터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자 독자적 문화를 발전시켜 온 남도의 젖줄로서 전국에서 가장 큰 해상 물류의 중심지였던 만큼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넘치며, 특산품도 다양하다.

▲ 이재태 팀장

특히 드넓은 나주평야의 산물과 영산강을 통해 모여드는 바다의 산물이 함께 어우러져 왔던 나주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독특한 먹거리를 만들었으며 ‘모양은 전주, 맛은 나주’ 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 많았다.

쌀과 보리를 비롯한 평야지대의 풍부한 산물, 영산강을 통해 집산되는 각종 젓갈류와 해초류 등 바다의 산물은 나주 지역 먹거리의 양대 기둥을 형성하며 발전해왔다.

영산강과 나주평야의 풍부한 산물은 전국 어디서 어느 누구의 입맛에 잘 맛는 독특한 음식문화를 일구어냈다. 그 중에서도 나주 음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로부터 각종 불고기와 대중적인 곰탕, 그리고 해산물로 만든 수많은 음식이 미각을 돋우는 먹거리로 각광을 받아 왔다.

특히 남도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홍어는 진목면을 보여주는 우리 나주인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영산포홍어는 조선후기의 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나주인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데, 탁주안주로 곁들여 먹는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오래된 발효음식으로 전통과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영산포 홍어가 명품음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970년대 말까지 호남 내륙 물류의 중심지로 영산강을 따라 뱃길이 이어진 영산포는 홍어집산지로 유명했으나 1980년대 초 하구언이 생기면서 그 명맥이 끊길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영산포홍어의 전통을 지키려는 부단한 연구와 소비자의 입맛을 통하여 품질을 높이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영산포 홍어의 명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나주의 먹거리, 나주의 맛을 뇌리에 간직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맛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풍류를 느끼게 해주는 나주의 어팔진미와 소팔진미가 그렇다.

특히 어팔진미(조금물 또랑참게, 몽탄강 숭어, 영산강 뱅어, 구진포 웅어, 황룡강 잉어, 황룡강 자라, 수문리 장어, 복바위 복어)의 경우 영산강의 오염으로 지금은 맛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이제 그 명성만을 기억할 따름인데 이 맛을 재현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나주인들의 바램이다.

흐르지 않은 물은 죽은 물이나 다름없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영산강이 자랑하던 어팔진미를 비롯 맛, 고막, 바지락 등은 찾을 길이 없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영산강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영산강 살리기를 위한 각종 사업이 토목사업 위주의 하드웨어에만 치중하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영산강 토속어종 복원사업, 영산강 향토음식 연구개발 및 보급사업, 영산강 팔진미 전문점 지원사업 등 새로운 영산강시대를 뒷받침할 하드웨어에 대한 보다 폭넓은 우리의 준비가 필요하다.

강과 바다의 풍부한 물산이 집산되는 지리적인 여건을 잘 활용하면서, 나주 팔진미로 대표되는 음식문화를 되살렸으면 한다.

영산포홍어의 성공적인 사례에서 보듯 새로운 영산강시대를 함께 할 새로운 나주팔진미를 개발하여 지역민의 소득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재태(나주시 비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