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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말을 쓰기 위한 우리말 다듬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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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호] 승인 2009.02.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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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대로 하면 불법 』

문법의 목적은 결코 사람들의 말글살이를 제약하려는 게 아니다. 말과 글을 쓰다 보니 일정한 규칙성이 생겼고, 그것을 따르면 말글살이가 편해진다는 깨달음 때문에 나타난 것이 문법이다. 그러니 문법은 마치 도로교통법처럼 지키면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혼란과 비용까지 줄일 수 있는 데다 어떨 땐 사람 목숨도 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불편한 사람과 어색하게 이어가는 대화 사이의 공백, 그런때 담배는 유용하다. 나름대로 고집스러운 생각이 하나 있다면 금연 스트레스보다는 흡연이 낫다는 것이다. 나는 비교적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편이지만 흡연 시 지키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꼼꼼한 심리 표사가 탁월한 소설가 김형경의 심리/여행 에세이집 『사람 풍경』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내용이야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그 내용을 담는 그릇이 일그러져 있어 보기에 좋잖다. '나름'이라는 말 때문이다.

'나름'은 '의존명사'다. 의존명사는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이는 명사'. 다른 말로 하자면, 반드시 '선행 수식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름'이라는 의존명사도 '사람 나름, 자기 나름, 보기 나름, 할 나름, 먹을 나름'처럼 써야 한다.

그런데 김형경은 '나름대로 고집스러운 생각'이나 '흡연시 지키는 나름의 규칙'으로 모두 자립명사처럼 썼다. 이건 문법을 어긴 '불법'이다. 의존성이 많이 옅어졌다며 '나름'을 다르게 처리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의존명사일 뿐이므로 '나름'앞에 선행 수식어를 넣었어야 했다.

바쁜 마음에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선행 수식어를 생각한다손 치더라도, 작가는 꼼꼼하게 말을 따져 가며 써야 한다. 그게 바로 시인이나 소설가 같은 문인이 다른 직업인보다 좀 더 존경받는 까닭이기도 한 것이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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